[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매출 1조를 달성한 대웅그룹이 급작스럽게 암초를 만났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NDMA 사태로 이미 대형 품목을 잃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자회사인 대웅바이오가 국산 제품들 가운데 원외처방 규모가 가장 큰 '글리아타민'(성분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매출 축소 위기를 맞고 있다. 대웅그룹이 지금의 위기국면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뇌기능 개선제 성분인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급여 재평가를 실시, 치매를 제외한 질환에는 본인부담 80% 선별급여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알츠하이머 치매',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 우울증' 등에 쓰이는 약물이다. 전체 시장 규모는 3500억원 정도로, 매출의 대부분은 치매 치료가 아닌 경도인지장애 등 치매 예방이나 뇌기능 개선 목적의 처방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이번 급여 재평가 결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에서 압도적인 매출을 자랑하는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이 받는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은 각각 '글리아타민'(대웅바이오 판매), '종근당글리아티린'이라는 제품명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판매하고 있다.
유비스트데이터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글리아타민'은 916억원, '종근당글리아티린'은 723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대형 품목이다. 이 가운데 '글리아타민'은 국내 제약사가 판매하는 제품들 가운데 원외처방액 규모가 가장 큰 데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심평원의 결정에 따라 급여가 축소될 경우, 이들 제품의 원외처방액은 현재의 17%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치매 질환 청구액이 17.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전망대로라면 '글리아타민'과 '종근당글리아티린'의 원외처방액은 각각 156억원, 123억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쪼그라들게 된다. 이 경우 대웅바이오는 약 760억원, 종근당은 약 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각각 연매출의 24%, 6%가 증발하는 셈이다.
특히, 대웅그룹은 지난해 NDMA 사태로 대웅제약의 대형 품목인 '알비스'의 제조 및 판매가 중지된 상황이어서 이번 급여 재평가의 파장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9월 NDMA가 초과 검출된 라니티딘 전 품목(269개)의 판매를 잠정 중지하고 기존 유통 제품은 회수토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자사가 판매하던 라니티딘 복합제 '알비스'와 '알비스디'의 판로가 막히게 됐다. 이들 2개 제품의 매출액은 600억원에 육박한다.
올해는 대웅제약과 이 회사의 계열사인 한올바이오파마가 팔던 메트포르민 제제에서도 NDMA가 초과 검출돼 판매가 중지됐다. 여기에 '글리아타민'의 급여 축소까지 이어지며 대웅제약은 삼중고를 겪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그룹은 NDMA 사태와 이번 급여 재평가로 2개 계열사에서 총 1500억원에 달하는 매출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며 "대형 제약사 이기 때문에 나름의 대책을 세우겠지만, '글리아타민'의 대체 품목이 없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