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제네릭 위수탁 열기… 공동생동 규제 철회에 '활활'
불붙은 제네릭 위수탁 열기… 공동생동 규제 철회에 '활활'
'가스티인씨알정·한미탐스캡슐' 등 제네릭 무더기 허가

재심사·특허 장벽에 제네릭 출시 갈수록 어려워져

수익성 낮아진 개발사는 수탁생산 선호

공동생동 규제안 폐기 수순 … 위탁 제네릭 증가세 지속 전망
  • 이순호
  • 승인 2020.04.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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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업계에 제네릭 위수탁 계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재심사 기간이 끝난 개량신약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이 급증하고 있는데, 갈수록 척박해져 가는 국내 제네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약사들의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유나이티드제약의 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 '가스티인씨알정'(모사프리드)의 제네릭 39개 품목을 허가했다. 이 중 38개 품목이 대웅제약에 제조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허가를 획득했다.

'가스티인씨알정'은 대웅제약의 오리지널 제품인 '가스모틴정'(모사프리드)의 복용량을 기존 1일 3회에서 1일 1회로 줄인 서방형 개량신약로, 지난 2016년 출시됐다.

유나이티드제약에 서방형 제제 시장을 선점당한 대웅제약은 곧바로 '가스모틴' 서방정 개발에 돌입했고, 임상시험을 거쳐 이듬해인 2017년 '가스모틴SR정'을 허가받았다. 제네릭이 아닌 개량신약으로 허가받은 만큼 대웅제약은 '가스티인씨알정'의 재심사 기간과 관계없이 '가스모틴SR정'을 출시할 수 있었다. 

다만, 유나이티드제약이 등록한 특허가 걸림돌이었는데 법적 분쟁 도중 양사가 합의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최근까지 모사프리드 성분의 서방형 제제는 '가스티인씨알정'과 가스모틴SR정'이 전부였다.

'가스티인씨알정'의 특허는 오는 2034년 만료된다. 수십 개 제약사가 이 특허에 도전했지만, 승소한 제약사는 한 곳도 없다. 특허에 가로막혀 제네릭 출시가 어려웠던 제약사들은 이미 동일 성분의 서방형 제제를 판매하고 있는 대웅제약에 제조를 위탁하며 '가스모틴SR정' 쌍둥이약 판매에 나섰다.

한미약품의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한미탐스캡슐'(탐스로신) 0.4mg도 최근 제네릭 허가가 쏟아졌다. 지난 17일 이후 65개 제네릭이 시판허가를 받았는데, 이 중 62개 품목이 위탁 제네릭이다. 위탁 생산을 맡은 제약사는 다산제약, 한국콜마, 동구바이오제약 등 모두 세 곳이다.

'한미탐스'는 유비스트 기준으로 지난해 192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캡슐 및 구강붕해정 0.2mg과 캡슐제 0.4mg으로 구성됐다. 이 중 캡슐제 및 구강붕해정 0.2mg 용량은 지난 2004년과 2011년 각각 허가받은 제품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다수 제네릭과 경쟁해왔으나, 0.4mg 용량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최초로 허가받아 재심사가 진행된 지난해까지 시장을 독점했다. 

용량별 원외처방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 2018년 생산액(2019년 생산액은 아직 미집계)을 살펴보면, 0.2mg 용량(캡슐제+구강붕해정)이 69억원, 0.4mg 용량이 112억원을 기록해 시장의 절반 이상을 0.4mg 용량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 일동제약의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텔로스톱'(텔미사르탄+로수바스타틴), HK이노엔의 항구토제 '알록시주'(팔로노세트론) 등도 위탁 제네릭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텔로스톱'의 경우, 현재까지 총 85개 위탁 제네릭이 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모두 일동제약이 생산하는 제품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2015년 '텔로스톱'의 허가를 받자마자 제네릭 위수탁 계약 체결에 나섰고, 수십 개 제약사가 일동제약과 손을 잡아 제네릭을 출시했다. 현재 텔미사르탄·로수바스타틴 복합제 중 약 절반은 '텔로스톱' 쌍둥이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록시주' 제네릭은 총 20개 품목인데, 이 중 15개 품목을 유영제약이 위탁 생산하고 있다.

'알록시주'는 식약처 의약품 특허목록에는 등재되지 않았으나, 특허청에 등록된 방법 특허 등이 남아있다. 유영제약은 '알록시주'의 특허 도전에 성공하는 동시에 이 제품의 조성물질인 항산화제(EDTA)를 사용하지 않고도 약물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제약사들은 이미 특허 문제를 해결한 유영제약과 제네릭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며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공동생동 규제 규개위서 제동
제네릭 위수탁 계약 지속 전망

업계는 이 같은 제약사들 간 제네릭 위수탁 계약이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약이나 개량신약의 특허 장벽이 높아지면서 제네릭 출시는 어려워졌으나, 수익성이 낮아진 신약·개량신약 개발사들이 위탁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1개 품목 1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 실시를 목표로 추진하던 공동생물학적동등성시험 규제안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로부터 철회 권고를 받으면서 제도적 걸림돌까지 사라진 상태로, 업계에서는 위탁 제네릭 증가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4월 공동·위탁 생동 제도를 통한 의약품 허가와 관련, 생동성시험 자료 제출 면제가 가능한 품목의 수를 제한하는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현재 위탁 제네릭은 품목 수와 관계 없이 생동성시험 자료 제출이 면제(수탁사 생동성시험 자료로 갈음)되고 있지만, 개정안은 최초 3개 제네릭까지만 이를 허용하고, 단계적으로 그 수를 줄여 4년 뒤에는 모든 제네릭 품목마다 자체적으로 실시한 생동성시험 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식약처의 이 같은 개정안이 "제네릭 난립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에 직접적인 개선 효과가 낮다"며 최근 철회를 권고했다. 이후 식약처가 이를 수용하면서 개정안은 폐기 수순에 들어섰고, 제약사들은 앞으로도 제한 없이 위수탁 계약을 통해 제네릭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품목 수에 따라 약가를 차등 적용하는 계단식 약가인하 제도 시행이 남아있으나, 이는 중소 제약사의 위탁 제네릭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며 "허가 순번이 뒤쳐지면 약가가 인하될 수 있는데 무리해서 돈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실시하기보다는 수수료 방식의 위탁 제네릭을 선택해 박리다매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약가는 낮아질 수 있으나,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만큼 싼값에 팔 수 있고, 자사가 판매하는 위탁 제네릭의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경우, 위수탁 계약을 종료하면 그만이다"라며 "중소 제약사들은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의 제네릭 판매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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