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마다 유행하는 신종 감염병 … 정부 역할론 대두
수년마다 유행하는 신종 감염병 … 정부 역할론 대두
[창간특집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하는 韓의 과제 上]
  • 박정식
  • 승인 2020.05.04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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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한국은 정부와 국민, 의료계, 산업계 등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 현재 하루 확진자 수가 적게는 0명, 많게는 10명 안팎으로 조절되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종식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방역 수준은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 완화됐으며,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경제 활성화 방안 구상에 돌입했다. 코로나19 비상 체제에서 '포스트 코로나' 체제로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헬스코리아뉴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의 남은 과제들을 짚어보고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3편에 걸쳐 살펴봤다. [편집자 주]

 

上 - 수년마다 유행하는 신종 감염병  … 정부 역할론 대두

中 -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가속화 … 돌연변이 극복은 숙제

下 - 계속되는 신종 감염병 위협 … 지속 가능한 정책·기술 지원 필요

코로나19 신종감염병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신종 감염병의 위험을 각인시켰다. 세계 각국은 지난 2003년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다수 신종 감염병을 극복해냈지만, 엄청난 감염력으로 무장한 코로나19를 막는 데는 애를 먹고 있다. 4일 기준 확진자는 344만명, 사망자는 24만명을 넘어섰다. 과학과 기술의 시대라 불리우는 21세기에 유래없는 감염병이 창궐한 것이다.

한국 역시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월 20일 처음 발생한 뒤 급격히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정부는 2월 23일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그나마 메르스 방역 실패를 계기로 감염병 대응 수준을 높여온 덕에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의료진, 자원봉사자, 공무원들의 살신성인과 국민들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해지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코로나19 감염 국가였던 한국은 불과 한 달여 만에 가장 모범적인 코로나19 방역국으로 탈바꿈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였다고는 하나, 방역당국은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현재까지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확진환자가 5~10% 비율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방역당국이 파악하지 못하는 지역사회 감염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항검역, 격리 중 발생 등 해외 유입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코로나19 종식의 걸림돌 중 하나다.

 

계속되는 신종 감염병 위협

이 같은 걸림돌과 장애물을 해결해 코로나19를 종식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신종 감염병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들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수년 마다 한 번씩 신종 감염병의 출현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라진 뒤에도 또다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고려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기고한 ‘신종 감염병의 이해와 대비·대응 방안‘에 따르면 전 세계 신종 감염병은 1940년부터 2004년까지 335개가 등장했으며, 그중 1980년 이후에 등장한 것만 200개가 넘는다.

1970년 이후 새롭게 발견된 주요 신종 감염병만 해도 30여개에 달할 정도로 계속해서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으며, 이미 종식된 줄 알았던 기존 감염병이 새롭게 만연하거나 재출현하는 일 또한 빈번해졌다. 항생제의 개발과 예방접종의 발달로 인류가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옛 과학자들의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에만 3건의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다. 그중 하나가 2003년 발생한 사스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보고되지 않았으나, 새로운 감염병의 위협에 온 나라가 떨어야 했다. 

사스 유행으로부터 6년 후인 2009년에는 신종플루가 발생했다. 한국은 2010년 4월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약 75만명의 확진자와 252명의 사망자를 냈다. 당시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한 인원이 356만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환자는 정부가 공개한 수치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플루 유행으로부터 다시 6년이 지난 2015년에는 메르스가 유행했다. 국내에서는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이미 여러 차례 신종 감염병을 경험한 한국이었지만, 감시체계와 역학조사, 방역체계 등 각 분야에서는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은 한국 정부가 정보 공개를 늦춘 탓에 초기 메르스 방역 정책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종 감염병,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다”

천병철 교수는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를 꼽았다.

천 교수에 따르면, 먼저 강수와 기온이 증가하면 모기와 진드기의 서식환경이 바뀌고, 이는 이들이 매개하는 각종 감염병에 영향을 준다. 곡물과 숲이 울창하게 되면 쥐가 증가하고, 쥐가 매개하는 감염병이 증가한다. 바다의 온도와 염분의 변화는 독성세균과 독소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밀림개발이나 삼림파괴는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을 증가시켰고, 이로 인해 원래 유인원들의 감염병이었던 에볼라 바이러스병이나 황열 등이 현재 인류에서도 발생하게 됐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감염병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14년 일본 도쿄에서 발생한 뎅기열을 꼽을 수 있다. 뎅기열은 주로 열대지역이나 아열대지역에서 발생하는 풍토병인데,  온대기후에 속했던 일본 도쿄가 아열대기후으로 변하면서 수많은 뎅기열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해외여행의 증가 역시 신종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스의 경우, 홍콩의 한 호텔에서 최초의 환자가 발생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7개국으로 질병이 전파됐다.

사람의 이동뿐 아니라 정상적인 검역과정을 거치지 않은 야생 동식물의 교류도 신종 감염병 확산의 주요 요인이다.

해마다 40억 마리의 야생조류와 200만 마리의 파충류, 4만 마리의 유인원 등이 불법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야생동물은 해당 지역의 동물 감염병을 같이 가져온다. 이 중 일부는 인수공통감염병이어서 신종 감염병을 유발하는 심각한 위험요소로 분류된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주윤정 선임연구원도 ‘코로나19 사회적 충격과 전망’을 주제로 한 좌담회에서 대규모 서식지와 생태계 파괴로 신종 감염병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주 연구원은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후베이성 우한은 중국 양쯔강 중류지역이 급격히 개발되면서 다양한 생태 서식지가 많이 사라졌다”며 “축산이 대량화되면서 인간, 동물이 밀접하게 접촉하는 빈도도 증가해 새로운 전염병 및 질병 발생의 가능성 또한 늘어났다”고 말했다.

 

통제 어려운 신종 감염병유행, 정부 역할 중요

이처럼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인류는 지구환경 변화로 인한 신종 감염병 발생 위험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알 수 있듯 신종 감염병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현재 정보력과 기술력으로는 그 유행이 얼마나 지속될지, 전파력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지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국가적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한 이유다.

천병철 교수는 “신종 감염병의 출현은 인수공통감염병의 특성상 완전히 예방하거나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언제 어디에서 출현할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지 알기 어렵다”며 “동물에서 인체로 옮겨온 병원체들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속속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대비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려면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유행 초기 단계부터 적절한 통제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김남순 선임연구원은 “환경 변화 등의 영향으로 신종 감염병이 4~5년 주기로 반복해서 유행하고 있다”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은 과학적 기술과 데이터에 근거한 방역이 돼야 하며 선제적 방역, 다양한 시나리오를 적용하는 역동적 방역을 한다는 비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의 조직과 위상을 강화해 미국 CDC(질병통재예방센터)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방역기관으로 발전하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러를 포함한 생물자원과 백신,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연구소 설립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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