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종근당이 새로운 제형으로 자사의 블록버스터 제품인 '딜라트렌'(카르베딜롤)의 시장 방어에 나섰다.
종근당은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베타차단제 계열 고혈압치료제 '딜라트렌'의 서방형 정제 제품인 '딜라트렌SR정'의 시판을 허가받았다. 이번 허가로 종근당은 '딜라트렌' 속방형 정제와 서방형 캡슐제(딜라트렌SR캡슐)에 이어 서방형 정제까지 확보하게 됐다.
이번 서방형 정제 허가는 한미약품이 지난해 내놓은 '카르베롤서방캡슐'로부터 '딜라트렌SR' 시장을 사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카르베롤서방캡슐'은 '딜라트렌SR'을 제외하면 유일한 카르베딜롤 성분의 서방형 제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4년 '카르베롤서방캡슐'을 허가받았으나, 그동안 시장성을 저울질하며 출시를 미루다 지난해 4월에서야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뒤늦게 출시한 만큼 보험약가도 기존 '딜라트렌SR캡슐'보다 낮게 책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카르베롤서방캡슐' 16mg 용량의 보험약가는 정당 517원으로 '딜라트렌SR캡슐'보다 27원 싸다. 8mg 용량의 보험약가는 정당 344원으로 18원 더 저렴하다.
특히 한미약품은 국내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업력을 자랑하는 제약사 중 하나로, 종근당 입장에서는 '카르베롤서방캡슐'의 출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종근당은 한미약품의 공세에 제형 다양화로 맞불을 놓으며 본격적인 시장 방어에 나섰다.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는 고지혈증이나 당뇨 등 다른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데다 노인 환자가 다수여서 삼킴 곤란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하다. 복용편의성이 제품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정제의 경우 캡슐제보다 크기가 작아 복용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종근당은 환자의 복용편의성을 높여 '카르베롤서방캡슐'로부터 '딜라트렌SR'의 시장을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다.
'딜라트렌'은 지난해 매출액('딜라트렌SR캡슐' 포함)이 465억원에 달하는 대형 품목으로,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 업계는 종근당이 이번 '딜라트렌SR정' 허가로 기존 '딜라트렌' 시장 방어뿐 아니라 확대까지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딜라트렌'은 수십여개 제네릭이 출시된 가운데서도 매출이 굳건한 제품"이라며 "종근당이 한미약품과 '딜라트렌' 서방형 제제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딜라트렌'은 종근당이 로슈로부터 국내 판권을 획득해 지난 1994년께부터 판매해온 제품이다. β- 차단 및 α1-차단 작용을 통해 혈압강하를 유도하는 약물로, 본태고혈압과 만성 안정협심증, 울혈심부전 등에 사용한다.
종근당은 지난 2010년 '딜라트렌'의 약효 지속기간을 늘려 복용량을 기존 1일 2회에서 1일 1회로 줄인 '딜라트렌SR캡슐'을 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