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한 마디에 흔들리는 진통제 시장
WHO 한 마디에 흔들리는 진통제 시장
"코로나19 환자 '이부프로펜' 대신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권장"

이부프로펜 소비 위축 가능 … 제약업계, 정부 발표 '촉각'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03.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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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제네바 본부
세계보건기구(WHO) 제네바 본부 (사진 = WHO)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세를 겪는 환자들에게 '이부프로펜'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국내 진통제 시장에도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언론 브리핑에서 "이부프로펜이 바이러스와 싸울 백혈구 면역 물질을 억제할 수 있어 복용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부프로펜이 특정 상황에서 부작용이 있는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차라리 '아세트아미노펜'을 쓸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WHO의 이번 권고는 일부 국가의 보건당국이 코로나19에 대한 이부프로펜 사용의 위험성을 지적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WHO의 발표 전날,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부프로펜이나 이와 유사한 소염제의 투약이 코로나19 감염을 악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열이 나는 경우에 아세트아미노펜을 투약하라"고 당부했다.

영국의 국영방송인 BBC에 따르면, 영국 보건당국인 국민보건서비스(NHS)는 그동안 이부프로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을 둘 다 추천해왔으나, 최근 아세트아미노펜을 우선하는 쪽으로 권고를 바꿨다.

NHS는 "이부프로펜이 코로나19를 악화한다는 강력한 증거는 현재 전혀 없다"면서도 "우리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전까지는, 의사가 아세트아미노펜이 당신에게 부적합다고 말하지 않는 한 코로나바이러스 증세를 치료하는 데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WHO가 새로운 권고를 내놓자 국내 보건당국도 처방지침을 바꿀지 검토에 들어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8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임상위원회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추가 진료지침에 대한 권고가 필요한지 판단하겠다. 관련 연구논문을 확인하고, 전문 의료진의 판단도 받겠다"며 "인플루엔자나 다른 바이러스성 감염증 때 아스피린 같은 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사례와 유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기와 구별 어려워
이부프로펜 소비 위축 가능성
"신제품도 출시했는데"
제약업계, WHO·정부 발언에 '촉각'

이부프로펜은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성분이다. 삼일제약의 '부루펜'이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며, 대웅제약 '이지엔6', 녹십자 '탁센', 종근당 '펜잘' 등도 라인업의 상당 부분이 이부프로펜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주로 감기 환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으로, 아세트아미노펜보다 진통·소염 효과가 강력해 일반의약품 진통제 시장에서 적지 않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WHO 발표에 이어 한국 정부까지 코로나19에 이부프로펜 사용 금지를 권고할 경우, 관련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상만으로는 감기와 코로나19의 구별이 어려운 만큼, 감기로 '이부프로펜'을 찾던 환자들이 코로나19 확진 여부와 관계없이 '아세트아미노펜'으로 구매를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다수 제약사가 '이부프로펜' 성분의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한 상황이어서 국내 제약업계는 WHO의 발표는 물론, 정부의 검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약품과 대원제약은 지난달 짜 먹는 진통제 '맥시부펜'과 '콜대원 제로'를 각각 출시했다. 삼진제약은 '게보린' 출시 이래 처음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이부프로펜 성분의 라인업인 '게보린소프트연질캡슐'을 최근 발매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진통제는 충성도가 높은 품목으로, 소비자들은 한 번 제품을 선택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며 "WHO와 정부의 발표로 소비자가 제품을 변경할 경우 새로운 제품을 계속 복용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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