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두 가지 계열의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사용할 경우 인체 림프 조직 안의 ‘HIV의 은둔처(reservoir)’를 수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HIV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약자다.
면역관문이란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면역세포에 뿌려지는 단백질을 뜻하며 면역관문억제제란 이 작용을 막아, 우리 몸에 존재하는 면역세포가 좀 더 암세포에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하는 약물을 말한다.
보통 지나친 면역 활성으로 인한 정상세포의 손상을 막기 위해 일정기간만 작동하도록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대표적으로 분자 ‘CTLA4’, ‘PD-1’ 그리고 ‘PD-L1’을 억제하는 약물이 개발됐다.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대학교 의과대학(Emory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연구팀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PD-1 계열 억제제만을 투여한 군과 통해 PD-1 계열 억제제와 CTLA-4 억제제를 함께 사용한 군의 DNA 염기 서열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PD-1 계열 억제제와 CTLA-4 억제제를 함께 사용한 쪽이 대조군에 비해 광범위한 바이러스 결합으로 DNA가 더 많이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목할만한 부작용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HIV 환자는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를 깨워야 완치를 위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DNA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에이즈 환자들은 여러 약물을 혼합해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의 일환으로 고활성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 HAART)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HIV가 활성화되는 것을, 다시말해 에이즈로 전환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치료법을 사용하는 환자는 HIV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휴면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에 치료가 중단되면 다시 활성화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연구를 이끈 미르코 파이아디니(Mirko Paiardini) 교수는 항암제 중 하나인 면역관문억제제를 HIV 세포 재활성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HIV 등) 만성 바이러스와 암세포 모두 몸속에서 이른바 고갈(exhaustion) 상태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를 다시 활성화되게 해 면역 체계를 통해 처리한다는 매커니즘은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HIV를 다시 활성화했다는 것 외에 특별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않아 에이즈 정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달리 미국의 또다른 연구팀이 올해 1월 발표한 연구결과는 에이즈의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헬스코리아뉴스 2020년1월28일자 기사(에이즈 정복 현실이 되나?) 참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에모리대학교 합동 연구팀은 에이즈(AIDS) 환자의 체내에 잠복해 있는 HIV를 다시 활성화해 면역체계가 그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메디슨(Nature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