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메드제약, 1회용 점안제 '리캡' 소송 2심도 敗
유니메드제약, 1회용 점안제 '리캡' 소송 2심도 敗
서울고법 "원고 적격 없어" 항소 기각 … 1심 판결 대부분 인용

효과 없는 1회용 점안제 규제책 … 政 "조치하겠다" 말만 반복
  • 이순호
  • 승인 2020.03.0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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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1회용 점안제의 '리캡'(Recap) 사용 금지를 주장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유니메드제약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2 행정부는 최근 유니메드제약이 제기한 '제조판매품목허가사항 변경명령 거부처분 취소'의 소 항소심을 기각했다. 유니메드제약은 소송을 제기할 적격이 없다는 것이 판결의 골자로, 1심 각하 판결 내용이 대부분 인용됐다.

유니메드제약은 이번 항소심에서 "현행 약사법이 의약품 제조·판매업자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개별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며 "약사법에 따르지 않더라도 헌법상 기본권인 영업권·재산권이 침해됐으므로, (유니메드제약은) 원고적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정개입청구권'에 근거해 자사가 식약처에 1회용 점안제의 용기 형태와 포장단위에 대한 규제를 요청할 신청권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행정개입청구권은 행정청에 대해 행정권의 발동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일정한 요건이 충족돼야 행사할 수 있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1심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유니메드제약의 주장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약사법이나 그 하위법령이 공적 이익 보호 내지 공공적 법익 수호의 목적을 넘어서 의약품 제조업자인 유니메드제약의 개별적 이익(사익)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식약처가 '1회용 점안제 리캡 사용 금지' 신청을 거부하더라도 유니메드제약이 논리캡(non-recap)형 점안제를 제조·판매하는 데 법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이 없어 헌법상 영업권·재산권 침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원고(유니메드제약)에게 다른 구제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을 이유로 원고적격이 인정되거나 이 사건 소가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니메드제약이 '제조판매품목허가사항 변경 신청'의 근거로 내세운 행정개입청구권과 관련해서는 "현행 행정소송법상 허용되지 않는 소송 형태이므로, 유니메드제약의 청구는 부적법하다"며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행정개입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유니메드제약은 그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유니메드제약은 이번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 대법원에서 식약처와 마지막 법정 다툼을 앞두고 있다.

유니메드제약은 1회용 점안제 재사용을 막기 위해 그동안 '논리캡'(Non-Recap)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특히 이들 제품 상당수가 고용량이어서 여러 번 재사용할 경우 감염 위험이 크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유니메드제약은 식약처에 1회용 점안제의 리캡 사용을 금지토록 허가사항을 변경해달라고 신청했으나, 식약처가 이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식약처는 "외국에서도 1회용 점안제 용기 모양이나 용량을 규정하지 않으며 리캡 용기 형태만으로 (환자 또는 소비자들이 1회용 점안제의) 사용 방법을 오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거부 처분 이유를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메드제약의 점안제 '리캡' 소송은 제약업계가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소송 건 중 하나"라며 "결과에 따라 업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수 있어 상당수 제약사가 소송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리캡 제품 규제하겠다" 해놓고  
점안제 재사용 여부 소비자 선택 맡겨

유니메드제약이 문제 삼고 있는 1회용 '리캡' 용기 점안제의 재사용에 따른 위험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와 국회 등이 벌써 수년 째 지적해 온 사안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최도자(現 민생당 수석대변인) 의원은 "(1회용 점안제 생산 업체를) 교육한다, 홍보한다는 것은 2017년부터 식약처가 얘기했던 내용이다. 이미 안전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정책연구도 실시했다. 그런데도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하나도 없다. 리캡 중단으로 재사용을 막으란 것인데 왜 확답을 못 하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이의경 식약처장은 "1회용 점안제 재사용의 해로움을 알고 있다. 안전 사용을 약속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빠른 시일 내 리캡 생산이 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1회용 점안제의 리캡을 금지시킬 수 없다며 유니메드제약을 상대로 소송까지 치르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이 처장의 발언은 그때 뿐이었다.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식약처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1회용 점안제의 리캡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지난 2015년 1회용 점안제의 허가사항 중 용법·용량과 적용상 주의에 '1회 사용 후 재사용하지 말고 남은 용액은 즉시 폐기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으로, 1회용 점안제의 재사용 여부를 소비자 선택에 맡긴 셈이다. 

그러나 1회용 고용량 점안제를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이 저용량 제품을 새로 사는 것보다 저렴한 데다 리캡 형태로 재사용이 쉽기 때문에 식약처의 권고를 준수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점안제 약가인하 계획 또 차질 
고용량 판매 제약사 소송 제기 

식약처의 조치에도 제약사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이번에는 복지부가 약가인하 카드를 꺼내들며 1회용 고용량 점안제 판매 제약사들을 압박했다.

복지부는 지난 2018년 1회용 점안제 307개 품목에 대해 약가를 최대 55% 인하하는 내용의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개정안을 시행했다. 용량과 관계없이 농도(mL당 함량)가 동일하면 같은 약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고용량 점안제의 가격을 저용량 점안제 수준으로 낮춰 1회용 점안제의 재사용을 막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21개 제약사가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해당 고시는 시행이 미뤄졌다. 소송을 제기한 21개 제약사 명단은 아래와 같다.

<점안제 '약가인하 처분 취소' 소송 제기 21개 제약사 명단>

▲국제약품 ▲대웅제약 ▲대웅바이오 ▲디에이치피코리아 ▲바이넥스 ▲삼천당제약 ▲신신제약 ▲씨엠지제약 ▲영일제약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일동제약 ▲종근당 ▲태준제약 ▲풍림무약 ▲한국글로벌제약 ▲한림제약 ▲한미약품 ▲휴메딕스 ▲휴온스 ▲휴온스메디케어 ▲셀트리온제약(소 취하)

지난해 9월 복지부가 1심에서 승소하면서 약가인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제약사들이 항소심과 함께 제기한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또다시 인용돼 지금까지도 약가인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여전히 시장에서는 1회용 고용량 리캡형 점안제가 기존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1회용 점안제의 재사용 위험성을 공감한다며 나름대로의 규제 정책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라며 "점안제 약가인하 소송은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약가인하 집행정지도 수년 동안 더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회용 점안제 재사용에 대한 지적은 매년 반복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에는 정부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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