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미국 연구팀이 뇌 속 ‘타우 단백질(tau protein)’ 제거 작용을 방해하는 또 다른 단백질을 동물 단계의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치매 치료제 개발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치매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타우 단백질 엉킴(tau protein tangle)’이란 신경세포 안에 존재하는 단백질 ‘타우’가 잘못 접혀 서로 엉키면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 작용이 뇌의 어느 부위에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따라 치매 발병 시기와 진행 속도가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University of South Florida) 모르사니 의과대학 연구팀은 단백질 ‘베타 어레스틴 2(β-arrestin-2)’가 겹친(oligomered) 중합체가 과도하게 형성된 뇌속의 타우 단백질를 제거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타우 단백질 엉킴 현상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우선 관찰을 통해 타우 엉킴 현상이 활발한 생쥐일수록 ‘베타 어레스틴 2’ 수치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연구팀은 ‘베타 어레스틴 2’ 수치가 타우 엉킴 현상과 관련이 있는지, 있다면 ‘베타 어레스틴 2’ 수치 자체가 원인인지, 아니면 ‘베타 어레스틴 2’의 중합체가 원인인지에 대해 후속 실험을 시행했다.
연구팀은 “‘베타 어레스틴 2’를 인위적으로 눌러 중합체를 만들자 타우 엉킴 현상이 더욱 더 심해졌으며, ‘베타 어레스틴 2’가 중합체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자 엉킴 현상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베타 어레스틴 2’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겹쳐졌을 경우 뇌의 타우 단백질 제거 작용을 막는다는 결론이다.
이번 연구의 수석저자인 스테판 리제트(Stephen B. Liggett) 모르사니 의과대학 의공학과 교수는 “왜 뇌가 축적된 타우(tau)를 처리하지 못하는지가 항상 궁금했다”며 “유전자 조작을 통한 ‘베타 어레스틴 2’의 감소는 중합체 형성을 억제해 타우 엉킴을 막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치매를 비롯해 전측두엽 퇴행(FTLD) 등 타우 엉킴이 일으키는 여러 질환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리제트 교수는 또 “이 방법은 뚜렷한 부작용이 없으며, 따라서 경도 인지 장애를 겪는 이들과 이미 치매가 발현한 이들에게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INA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