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미생물의 집단행동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15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박홍규 교수와 충북대학교 김경호 교수, 시카고대학교 보치티안(Bozhi Tian) 국제공동연구팀은 빛과 열을 이용해 미생물의 집단행동을 순간적으로 정밀하게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특정 미생물이 아닌 미생물 군집 전체를 대상으로 기계적 자극을 가하거나 화학물질을 첨가한 후 전사체 분석이나 배양액 조성변화 등을 통해 신호전달의 결과를 유추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자극이 있은 뒤 늦게는 수 시간 후에 나타나는 대세적 변화에 대한 정보를 전해줄 뿐이었다.
연구팀은 자극에 따른 미생물들의 행동변화를 즉각 포착하기 위해 군집 가운데 특정 미생물(특정 부위)에만 정밀하게 열(熱) 자극을 가하고 형광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제작이 용이한 생체적합성 소재인 실리콘을 이용해 레이저 빛에 의해 순간적으로 열을 낼 수 있는 나노구조체를 제작한 것이다.
연구팀은 레이저로 실리콘 나노선에 순간적으로 열을 발생시키면 열이 나는 나노선 주변으로 박테리아가 군집을 이루는 것을 관찰했다. 나아가 처음 열 자극을 받은 박테리아를 중심으로 동심원 모양의 칼슘이온 파동이 발생하며, 이 파동이 26 마이크로미터 거리에 있는 이웃한 박테리아에까지 전파되는 것을 확인했다.
디스크(원형 형태) 형태의 실리콘 구조체에서도 열 자극이 신호가 돼 군집이 형성되고 서로간 신호(칼슘이온 파동)를 주고받는 것이 관찰됐다. 열전달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간적인 급격한 온도변화가 박테리아 군집내 칼슘이온 파동 발생의 원인임을 알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미생물 집단을 빠르고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미생물의 환경적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신진연구, 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월14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