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함정-下] “난임대책 거시적 안목에서 세워야”
[저출산의 함정-下] “난임대책 거시적 안목에서 세워야”
  • 박정식
  • 승인 2020.01.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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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시대를 맞은 오늘날 난임과 불임 문제는 선진국들이 해결해야할 최대 현안이다. 가뜩이나 결혼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결혼 연령마저 늦어지면서 가정에서 아이들 울음소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하다. 부부합계 출산율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0명대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가의 존립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은 여전히 여성쪽에 쏠려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난임문제를 외면한 이러한 정책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저출생 극복 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임신 남편 아내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저출생 문제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난임과 불임 문제다. 최근 여성을 중심으로 한 난임·불임에 대한 문제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남성요인에 의한 난임·불임의 원인은 사회적 인식 부족과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문제와 달리 저출생 문제는 사회적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성 난임·불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성난임, 간단한 검사와 시술로 해결 가능

경찰병원 비뇨의학과 민승기 교수가 남성난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병원 비뇨의학과 민승기 교수가 남성난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은 아이를 원해도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부부에게 먼저 남성부터 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여러 가지 복잡한 검사와 그로 인한 불편함이 크지만 남성은 간단한 문진과 신체검진, 정액검사만 받아보더라도 난임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검사는 정액검사다. 남성난임은 정액 내에 정자가 있지만 정자의 개수, 운동성 혹은 모양에 이상이 있는 경우와 정액 내에 정자가 없는 무정자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정액검사로 이를 판별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면 정관정관문합술(정관복원술)과 부고환정관문합술, 정계정맥류절제술 등 비뇨의학적 수술이나 시술로 남성난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관복원술이란 피임을 목적으로 이전에 정관 절제술을 시행했거나 사고 등의 요인으로 막혀 있는 정관을 다시 연결해 정액에 정자가 나오도록 해 자연임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술이다. 고환에서 정자가 생산 되지만 부고환이 막혀 정액검사에 정자가 검출되지 않는 경우에는 무정자증으로 진단을 받는다. 이런 경우에는 부고환의 관과 정관을 연결해주는 부고환정관문합술을 시행하면 자연임신이 가능해진다. 가장 흔한 남성불임의 원인으로는 음낭 내의 혈관이상으로 발생하는 정계정맥류가 있는데, 이 역시 정계정맥류절제술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간단한 검사이자 수술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들이 이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경찰병원 비뇨의학과 민승기 교수는 “남성 측 난임·불임의 원인은 보조생식술 보다 간단한 비뇨의학적 수술이나 시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비뇨기과에 간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남성 난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다양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먼저 남성 난임·불임 환자 진료 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정액검사의 제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가 정액 채취료’ 신설을 제안했다. 현재 정액검사의 건강보험 급여수가는 약 4700원 수준이다. 피검사, 소변검사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라는 것이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남성난임 환자의 정액 체취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공간과 함께 AV 자극 시스템이 필요하다.

민 교수는 “전공의 시절을 생각해보면 대학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정액 채취를 위해 환자가 화장실에서 자위행위를 해서 받아와야 했다”며 “완벽한 방음시설이 갖춰진 독립적인 시설이 필요하지만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의 투입이 필요하다보니 실제로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기관 수가 매우 적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자가 정액 채취료를 신설해 의료기관에 지원을 할 수 있다면 정액 검사가 활성화 돼 남성난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컨트롤 타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세부적 논의와 함께 난임대책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없이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난임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만큼 학회와 정부를 도울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수립해 거시적인 안목으로 난임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공정자은행 설립 고려돼야”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박남철 교수가 공공정자은행 설립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박남철 교수가 공공정자은행 설립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박남철 교수는 남성난임 극복을 위한 정부지원 방안으로 공공정자은행 설립을 제시했다.

공공정자은행이란 채취된 정자를 액체질소로 급랭시켜 보관하는 시설을 말한다. 

박 교수는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 역시 가임력 보존이 중요하다”며 “건강한 상태일 때 혹은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건강한 정자를 보관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공공정자은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공정자은행의 설립 필요성을 세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높은 암 발병률로 항암치료의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죽일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성의 생식 능력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항암치료를 받는 남성은 고환의 기능이 저하 또는 소실돼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무정자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난임부부가 탄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이 항암치료를 받기 전 건강한 정자를 보관할 수 있다면 난임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정자은행에 보관해뒀던 정자를 활용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비혼 인구와 함께 만혼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를 먹으면 우리의 신체가 노화의 길로 접어들 듯, 생식능력 역시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신체 건강한 나이에 정자를 채취해 보관해 두면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더라도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세 번째는 난임부부 가운데 무정자증을 진단 받은 남성의 아내가 임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비배우자의 정자를 기증 받아 수행하는 인공수정이 유일한데, 공공정자은행이 출산·양육의 조건을 갖춘 난임부부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자은행 분야의 최후진국”이라며 “OECD국가 중 유일하게 공공과 상업적 모델 모두 정자은행 관리 체계와 명확한 법 규정 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05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개방형 정자은행은 전국에 10여개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자은행 관리체계 및 명확한 법규정, 표준작업지침 등을 갖추지 못하면서 현재는 절반만 남아 폐쇄형(남성학 실헐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배우자 인공수정 역시 중단된 상태다.

박 교수는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법규정 정비, 표준작업지침 제정 등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공공정자은행을 설립·운영해 정자은행 이해도를 증진하는 한편 임신 기회 획득을 극대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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