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⑥] “자라는 뼈와 다 자란 뼈는 다릅니다”
[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⑥] “자라는 뼈와 다 자란 뼈는 다릅니다”
[인터뷰] 조태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성장판이 아직 닫히지 않았으면 15세 이상 환자도 진료 대상

치료 목표는 환자의 성공적인 뼈 발달 ··· 꼭 필요한 진료과목
  • 서정필
  • 승인 2019.12.3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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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의 감소로 우리나라 소아 숫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자녀 건강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만큼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자녀의 증상을 알리고 서로 그에 맞는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정부는 서울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전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을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운영 중이며, 소아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진료과 중 하나로만 받아들여지던 소아과도 '소아안과', '소아치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과’ 등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장에서 어린이 환자를 만나는 전문의들은 소아 인구 감소로 인한 적자 발생과 소아 진료를 전담할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소아 전문 진료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소아진료.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시리즈에 담았다.

조태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소아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진들의 공통된 고민은 꼭 필요하지만 환자 숫자가 많지 않고 의료진의 충원도 여의치 않아 시간이 갈수록 현상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소아정형외과도 다르지 않다. 같은 골절상을 당하더라도 뼈가 성장 중에 있는 아이들과 이미 성장을 마친 어른들은 치료 목표 자체가 달라야 하기에, 개별 진료과로 존재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위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 중에서도 기존 소아정형외과 의료진이 퇴임하면 후임을 구하지 못해 진료과가 사라지는 곳이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에서 소아정형외과를 운영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태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사회가 효율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의료 현장 종사자들이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며 “소아정형외과는 현장의 노력을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평가하기 힘든 대표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성장판 아직 닫히지 않은 환자라면 소아정형외과로

조태준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가 한 소아환자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소아정형외과는 신생아부터 15세까지 소아환자들의 척추와 사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과 외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비단 15세 이하 소아만이 아니다. 15세가 넘어도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거나, 어렸을 때부터 치료받아오던 문제 또는 소아 연령대에서 주로 치료하는 희귀질환 등은 성인이 되어도 소아정형외과에서 치료하게 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자라는 뼈에는 성장판이 있다. 소아정형외과 진료의 목표는 최대한 성장판이 다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뼈가 발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에 비해 염두에 둬야 할 것이 많다. 그래서 소아정형외과의 진료는 단기간으로 끝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출생부터 뼈 발달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를 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다”며 “달리는 선수를 급히 처치해 5km 지점에 평균 속도에 맞게 도착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그 선수가 42.195km 레이스를 아무 문제없이 마친다는 보장이 없고 또 다른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계속 추가 관찰과 처치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희귀질환 환자 비율 많고 진료도 어려워”

조태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골형성부전증이나 연골무형성증 등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는 특별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소아정형외과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희귀질환의 경우 병증의 종류는 많은 대신 환자 수는 적으므로 일반 정형외과를 찾으면 진단도 쉽지 않고, 진단을 받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에게는 항상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미 밝혀진 희귀질환 뿐 아니라 새롭게 보고되는 희귀질환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인 진료처럼 매뉴얼화해 진료할 수도 없으며 다양한 질환 수만큼 신경 써야 할 것들도 많다.

 

◆ 소아정형외과에서 주로 다루는 희귀질환

①골형성부전증: 선천적으로 뼈가 약해서 잘 부러지고 척추와 팔다리가 휘는 질병.

②연골무형성증: 팔다리뼈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서 키가 작은 병. 이른바 난장이의 가장 흔한 원인.

③선천성척추골단이형성증: 팔다리뼈가 제대로 안 자라고 척추가 휘며 관절도 빨리 망가져서 역시 키가 작아지는 병.

④다발성골단이형성증: 척추는 멀쩡하고 키도 제법 크는데 관절연골이 빨리 망가져서 청장년 층에 벌써 인공관절이 필요할 수도 있는 병. 외모로 보면 정상인으로 보이지만 관절이 약함.

이외에도 수많은 희귀질환을 다루고 있다. 

 

꼭 있어야 하는 진료과, 정부 지원 미룰 수 없어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조태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이런 사정 때문에 소아정형외과 의사들은 안정적인 연구와 환자의 진료, 그리고 미래의 진료를 이끌어갈 후진 양성에 집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 교수는 “자신이 일하는 서울대병원의 경우는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병원이고 또 국내 최초·최대의 어린이병원이라는 상징성도 있어서 사정이 많이 나은 편이다”며 “하지만 다른 병원들의 경우는 소아정형외과 세부전공에 대해 정형외과 전공의 과정에서 접하기 힘든 경우도 많고 그래서 배출된 정형외과 전문의 중에도 소아정형외과 경험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환자 수가 줄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수익성이 낮아지면 소아정형외과 펠로우 과정을 밟으려는 이들이 줄어들고 이는 자연히 미래 의료진 충원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전문적 진료가 꼭 필요한 어린이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을 걱정하게 된다”며 “소아정형외과 뿐만 아니라 전체 소아진료과가 이와 같은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 인터뷰를 마치고

수술 집도 후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는 조태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인터뷰 후, 조 교수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 중인 ‘심층진료’ 제도에 대해 소개하며 이것이 항상 더 절박하게 시간과의 전쟁을 겪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층진료’ 제도란 의사의 판단으로 더 긴 진료시간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15분가량의 진료 시간을 보장하면서 수가를 더 높여주는 제도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1년 간 시범사업 형태로 호흡기내과, 신경외과, 피부과 등 11개 진료과의 초진환자들을 중심으로 15분 진료를 시행했다.

조 교수는 병원에서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나서서 참여하겠다고 했다”며 “소아정형외과야 말로 심층진료가 가장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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