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④] 치료하면서 가르치는 병원학교
[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④] 치료하면서 가르치는 병원학교
[인터뷰] 한양대병원 병원학교장 이영호 소아청소년과 교수

장기입원 환아 위해 교육청 인가 정식 학교 누리봄교실 개설
  • 서정필
  • admin@hkn24.com
  • 승인 2019.12.20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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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의 감소로 우리나라 소아 숫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자녀 건강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만큼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자녀의 증상을 알리고 서로 그에 맞는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정부는 서울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전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을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운영 중이며, 소아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진료과 중 하나로만 받아들여지던 소아과도 '소아안과', '소아치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과’ 등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장에서 어린이 환자를 만나는 전문의들은 소아 인구 감소로 인한 적자 발생과 소아 진료를 전담할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소아 전문 진료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소아진료.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시리즈에 담았다.

한양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장 이영호 소아청소년과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지난달 28일 한양대병원 본관 3층 강당에서는 병원학교인 ‘누리봄교실’ 개교 14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누리봄교실’은 백혈병 및 소아암으로 장기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학업의 연속성과 또래 관계를 유지시켜주기 위해 지난 2005년 교육청 인가를 받아 설립된 정식 학교다. 이 학교는 이전의 병원학교과 달리 출석이 인정된다.

같은 ‘병원학교’라는 이름으로 자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공교육 체계와의 연결 고리는 없었다.

‘3개월 이상 결석할 경우 한 학년 유급된다’는 규정 때문에 환아들은 오랜 기간 동안 입원을 거쳐 병에서 회복하더라도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아래 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녀야 했다. 어린 나이로서는 더욱 견디기 힘든 입원 과정이 유급사태를 초래, 사회인으로서의 출발도 그만큼 늦었던 것이다.
 

지역 교육청과 협의 통해 출석 인정 방법 찾아

‘누리봄교실’을 처음 만들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이영호 소아청소년과 교수(누리봄교실 학교장)는 헬스코리아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소아 환자들이 병증 치료 후에도 공백 기간 없이 또래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며 성장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성동교육청을 찾게 됐다”고 14년 전을 회상했다.

당시 이 교수와 성동교육청은 협의 끝에 다니던 학교에서 병원학교에 교육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입원한 아이들이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교수는 “초등학교 학생들은 하루에 최소 1시간, 중학교의 경우는 하루에 최소 2시간 수업을 받으면 출석이 인정된다”며 “지금까지 150여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계속해서 학교 복귀 및 사회 진출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리봄교실’이 생기자 바로 이듬해인 2006년부터 교육부 주도로 전국 거점 지역 병원을 중심으로 출석이 인정되는 병원 학교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 병원학교를 통한 장기입원 소아환자들의 출석 인정은 보편화됐다.

성인 환자와 달리 학령기 소아환자의 경우 병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함은 물론, 치료 후 정상적으로 공교육 체계에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누리봄교실’의 의의는 적지 않다. 

 

아픈 아이 학습권 보장 정부가 나서야

한양대병원 병원학교 입구

지난 14년이 공감대를 얻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각 병원학교의 내실화를 위한 고민이 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에서도 이어져야 한다고 이 교수는 지적한다.

이 교수는 “장기 입원환자들이 유급 걱정 없이 입원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지만, 지난해까지 여러 한계로 병원학교의 커리큘럼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부터 ‘누리봄교실’은 체계적인 교수법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고 우리뿐 아니라 다른 병원학교들도 같은 고민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실 ‘누리봄교실’은 한양대학교 내에 ‘누리봄교실’의 선생님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동아리 ‘한양어린이학교’를 통해 교사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고 현직 교사들의 자원봉사도 많아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누리봄교실’의 성공 사례를 따라 지역 거점 별로 생긴 다른 병원의 경우 어려움이 많다. 교사 충원이 여의치 않다보니 수업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교수는 “교사 충원도 문제지만 공간 확보와 담당자 급여 책정 문제도 모든 병원학교가 겪는 공통적 어려움”이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담은 특수교육법 시행령이 통과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아픈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에 적극 나서줘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병원학교 관계자는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말만 앞서고 지원은 없다”며 “학교가 운영되는 상황과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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