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③] 어린이병원이 있다는 것은?
[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③] 어린이병원이 있다는 것은?
[인터뷰] 피지훈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

“어린이병원은 그 사회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
  • 서정필
  • admin@hkn24.com
  • 승인 2019.12.1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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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의 감소로 우리나라 소아 숫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자녀 건강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만큼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자녀의 증상을 알리고 서로 그에 맞는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정부는 서울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전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을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운영 중이며, 소아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진료과 중 하나로만 받아들여지던 소아과도 '소아안과', '소아치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과’ 등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장에서 어린이 환자를 만나는 전문의들은 소아 인구 감소로 인한 적자 발생과 소아 진료를 전담할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소아 전문 진료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소아진료.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시리즈에 담았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우리 아이 다리 길이가 짝짝이인 것 같아요, 아이들 잘 보는 정형외과가 있을까요?” “눈을 이상하게 뜨는 것 같은데 4살짜리 안과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확실히 알아보시려면 ○○어린이병원으로 바로 가시는 게 나아요. 거기 가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어요.”

오늘도 지역마다 활성화된 포털사이트 맘카페엔 엄마들의 이런 질문이 이어진다. 아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다. 동병상련 처지의 다른 엄마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 듯 정성스럽게 댓글을 다는데 댓글 중에서는 이런 내용이 많다.

어린이병원의 숫자는 가장 먼저 세워진 서울대어린이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아직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어린이병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모들은 위안을 얻는다. 일반 소아과보다 더 정밀한 진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서울대어린이병원의 정형외과나 안과는 3~4개월 후에나 진료 예약일을 잡을 수 있을만큼 이용환자가 많다.

이와관련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는 “부모에게 어린이병원(Children's Hospital)이란 어린이 전문 첨단 의료시설이나 뛰어난 소아전문의들을 모아놓은 곳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인 동시에 자기 아이가 아픈 이유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19세기 중반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설립 시작
일본은 1960년부터 국가주도로 설립 추진

수술 집도 중인 피지훈 교수
수술 집도 중인 피지훈 교수

피 교수의 말처럼 어린이병원은 질병 치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나아가 어린이병원이 설립됐다는 것은 그 사회가 어린이를 위한 특화진료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내-외과의 긴밀한 협진 체제를 갖춘 어린이병원이 꼭 있어야 하는 시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린이병원은 진료과별로 유기적인 협진을 통해 신생아의 장이나 심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경험 많은 소아외과나 소아흉부외과 전문의가 바로 수술실에 투입될 수 있다. 일반 소아과에서 할 수 없는 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세계 최초의 어린이병원은 19세기 중엽 프랑스 파리에 처음 세워졌다. 이어 독일과 영국, 그리고 미국의 뉴욕, 필라델피아, 에든버러, 시카고, 보스턴, 토론토에 속속 어린이병원 간판이 들어섰다. 일본에서도 국가 주도로 1965년 첫 어린이병원이 문을 열었다.

현재 미국에는 약 250개의 비영리 어린이병원이, 일본에는 국립성육의료센터 등 27개의 국공립 어린이전문치료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아이가 아프면 어디서 치료받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병원은 1985년 문을 연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이었다. 이 병원은 2006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문을 열 때까지 20여년 동안 국내 유일의 어린이병원이었다.

서울대병원에 어린이병원이 설립된 것은 ‘88서울올림픽’이 계기가 됐다.  

“저희 어린이병원 생기게 된 이유 중 이런 것도 있습니다. 서울올림픽을 제대로 개최할 수 있는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실사를 했는데 지적사항 중에 어린이병원이 없다는 게 있었다는 거예요. 어린 관광객이 갑자기 아프면 어디서 치료받느냐면서요. 당시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어린이병원에 대한 인식 차이를 알 수 있는 이야기지요.”

피 교수는 서울대병원에 어린이병원이 들어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에 국내 첫 어린이병원이 설립된지 3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어린이전문치료시설이 들어서 있다. 서울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전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이 국가 주도의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돼 있다. 

이는 ‘올림픽’ 이라는 국제행사가 경제적 부흥뿐아니라, 어린이들의 질병치료에 대한 인식까지 바꿔놓은 것으로, 아동의 치료는 성인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린이병원이 있다는 것은?

피 교수는 자신이 담당하는 소아신경외과를 예로 들며 “수두증, 척부이분증, 요천추지방종, 키아리기형 등 선천성 신경계기형과 소아뇌종양, 소아뇌전증, 모야모야 병증, 소아뇌혈관질환, 소아두부외상 등에 대해서는 소아신경외과 전문의가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며 “요새는 다른 병원에서도 소아환자고 신경외과적 이상 소견을 보이면 우리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피 교수에 따르면 같은 뇌종양이라도 성인의 악성신경교종은 주로 대뇌반구에서 생기지만 소아의 뇌종양은 소뇌나 뇌간 부위에 주로 발생하여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다. 수술을 위한 접근방법도 크게 차이가 난다. 똑같은 악성신경교종이라도 성인에서는 5년 생존율이 10%에 못 미치지만, 소아의 악성신경교종은 5년 생존율이 40%에 달한다. 하지만 일반병원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세심하게 챙기기 힘들다는 게 피 교수의 설명이다.

어린이 진료를 성인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하는 이유는 또 있다. 어린이들은 단순히 몸의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다. 체형과 심리는 물론, 다발하는 질환의 종류도 다른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것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이를 치료할때는 치료장비와 환경도 달라야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피 교수는 “어린이병원이 있다는 것은 ‘그 사회에 미래를 준비할 역량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반대로 어린이병원의 명맥이 끊기는 것은 그 지역 안에서 특히 0~5세 연령대 환자가 아파도 적합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며 전문어린이병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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