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치료제 전자약 ①] "약, 이제 먹지 마세요"
[꿈의 치료제 전자약 ①] "약, 이제 먹지 마세요"
전자약, 자기장 이용해 질환 증상 완화·치유

부작용 '최소화' ... 2091년 세계시장 29조원

제약업계 '새로운 형태 사업 모델'로 떠올라
  • 안상준
  • 승인 2020.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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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약업계의 적극적인 연구결과 개발된 수많은 의약품은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획기적인 치료법이 됐지만, 간혹 높은 가격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환자에게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eyond the pill'(의약품을 넘어) 이라는 기치 아래 생체전자공학 기술에 기반한 '전자약'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2020년 새해를 맞아 현재 미국·유럽 등 각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전자약과 관련한 여러가지 궁금증을 알아보았다.

[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전자약'(electroceutical)은 '전자'(electronic)와 '약'(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전류 혹은 자기장을 이용해 특정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유하는 개념의 치료 방법을 뜻한다. 치료가 필요한 특정 세포나 신경만 자극해 기존 합성 의약품이나 수술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꿈의 치료제'로 불리며 최근 바이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약 172억 달러(19조 7000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전자약 시장은 매년 7.9%씩 성장해 오는 2021년 252억 달러(약 2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이 향후 5년 내 혁명적 산업으로 인공지능, 증강현실과 함께 전자약을 지목했을 정도로 유망한 시장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저변이 넓지 않지만, 미국·유럽 등 세계 선진 의료 시장에서는 새로운 의료 기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전자약은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다. 신경의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인해 우리 몸이 항상성을 잃게 되면 불면증·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전자약은 신경 활동을 조절해 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다.

조직 재생에도 효과가 있다. 신경다발 등은 손상 이후 재생이 매우 어려운 반면, 전자약은 신체에 내재된 상처 치유 매커니즘을 모방해 손상된 조직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재생 메커니즘'을 유도한다.

세포 증식도 억제한다. 일종의 세포인 암세포가 자라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세포는 아무런 제한 없이 증식하는 경우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전자약의 물리적 자극을 통해 암세포의 분열을 막는 원리이다.

 

 

신약 개발 대상 고갈 ··· 관심 커지는 '전자약'

전 세계 제약업계가 전자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신약 개발의 대상이 되는 후보물질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 방법의 연장 선상에서는 신약의 단초가 나오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헬스케어 분야 시장조사기관 The Human Protein Atlas에 따르면, 인간의 게놈에 코팅돼 있는 단백질은 약 2만 개가 존재하지만 그 중 아직 약제가 승인되지 않아 신규 약제의 표적으로 삼을 만한 단백질은 1200개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이들 1200개는 이미 전 세계 제약 기업의 검증 결과 안전성·효율성·상업성의 관점에서 부정적 평가가 내려진 단백질일 가능성이 높다. 설사 이러한 검증을 거친 유망한 표적이 있다고 해도 다수의 제약 기업이 너나없이 노리는 표적이 되므로 경쟁 환경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항체 의약품 등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약물 개발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가 성립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라며 "제약업계가 새로운 형태로 전환 및 기타 신규 사업 개발을 검토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약, 전통적 제약산업과 다른 접근 방식"

그만큼 전자약은 전통적인 제약산업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을 택한 연구 결과물 중 하나다. 대표적 사례로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일렉트리스'(ElectRX) 프로젝트가 꼽힌다.

DARPA는 1950년대 후반 구소련의 스포트닉호 발사에 충격을 받아 국방에 중요한 혁신적 신기술에 대한 개발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이다. 인터넷이나 GPS 등 오늘날 우리 삶의 근간을 지탱하는 기반 기술을 창출한 곳이기도 하다.

DARPA에는 6개 부서가 있고 그 중 하나가 BTO(Biological Technologies Office, 생물화기술부문)인데, BTO는 현재 '의약품에 의존하지 않는 치료법'의 개발 및 관련 프로젝트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지원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일렉트릭스다. 이는 말초신경계의 이상 신호를 모니터링한 후 조정함으로써 자가면역 질환과 정신 건강을 치료하는 '뉴로 모듈레이션' 장치, 즉 전자약을 개발하는 연구다.

예를 들면 장기 기능을 제어하는 특정 말초신경의 회로를 표적으로 첨단 센싱 및 자극 기술을 활용하거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치료 자극 패턴을 환자마다 설계한 뒤 필요 시 개입하는 등의 방식이다.

일렉트릭스 프로젝트는 현재 자가면역 질환(류마티스, 전신염증반응증후군, 염증성 장질환) 및 정신 건강(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질환까지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약 개발 흐름은 민간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편에서는 전자약을 개발 중인 외국 기업들과 우리나라 기업 현황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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