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반의 새로운 치료법이 중증 혈액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냈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와 버텍스 파마퓨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는 19일(미국 현지시간) 수혈의존성 베타지중해빈혈(transfusion-dependent beta thalassemia, TDT)과 중증 겸상적혈구병(sickle cell disease, SCD) 환자 두 명을 대상으로 한 긍정적인 초기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두 회사는 올해 상반기 크리스퍼의 유전자편집 기술과 버텍스의 치료제를 결합해 TDT와 SCD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 ‘CTX001’로 명명된 유전자 가위 시술을 시행했다.
‘CTX001’은 태어난 후 몸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태아 헤모글로빈의 유전적 제어장치가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유전자를 조작해 태아 헤모글로빈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치료제다.
베타지중해빈혈
낮은 헤모글로빈 수치로 인해 체내의 여러 장기들로 산소가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고 빈혈 증상을 수반하게 된다. 빈혈은 창백한 피부, 쇠약, 피로와 함께 보다 중증의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지중해 지역에서 발원해 붙여진 이름이다.
중증 겸상적혈구병
적혈구 내 비정상적인 혈색소가 존재하는 유전적인 질환으로 초승달 모양의 겸상세포로 적혈구의 모양이 뒤틀리면서 서로 응집되어 혈관을 폐쇄하는 질환이다.
기존 연구는 출생 후 몸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태아 헤모글로빈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두 질병 모두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실제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베타지중해빈혈 환자는 시술 후 9개월 만에 더 이상 수혈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거의 정상적인 헤모글로빈 수치를 회복했고 이 중 50%가 시술을 통해 다시 활성화된 태아 헤모글로빈이었다. 또 중증 겸상적혈구병 환자는 4개월 만에 혈관 폐쇄 위험에서 벗어났고 혈색소 수치도 높아졌다.
시술 전 TDT 환자는 1년에 평균 16.5회의 수혈이 필요했으며 SCD 환자는 1년에 7번의 혈관 폐쇄 위기를 겪은 것에 비교할 때 대단한 변화다.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셀림 코르바시오글루(Selim Corbacioglu)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교수는 “무엇보다 수혈로부터의 자유는 환자의 삶을 극적으로 개선시켜 줄 것”이라며 “이전까지 이 만성 환자들은 수혈 문제 때문에 병원을 떠날 수 없고, 또 장기간의 수혈로 인한 합병증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었지만 시술 후 이런 문제점들이 나타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사만타 쿨카니(Samarth Kulkarni)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대표는 “물론 환자 두 명에 대한 임상 결과이기는 하지만 두 환자의 변화가 너무나 극적이어서 이변 결과가 미래의 더 좋은 결과를 약속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쿨카니 대표는 또 “곧 45명의 같은 병 환자가 ‘CTX001’ 치료를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