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당뇨약 '제미글로'(제미글립틴)의 판권 계약 중도 해지의 책임 소재를 두고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와 4년 가까이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엘지화학이 반격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엘지화학(합병 전 엘지생명과학)은 지난 2016년 1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최근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측에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하는 내용의 반소를 제기했다.
반소는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 피고가 원고와 진행하는 본안 소송 절차에 병합해 새롭게 제기하는 소송을 뜻한다. 소송을 당한 피고에게도 맞소송을 허용해 당사자 양쪽을 공정하게 취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제도다.
아직 소장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업계는 엘지화학이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제미글로'의 홍보·판촉을 다 하지 않고도 제품 판매에 따른 이익을 본 부분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이에 대한 환수를 청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와 공동판매 당시에는 276억원 정도였던 '제미글로'의 매출이 지난 2016년 대웅제약으로 판권을 넘긴 뒤 2년 만에 738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지난해에는 857억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할 때 엘지화학이 사노피아벤티스의 계약상 홍보·판촉 의무 위반을 문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엘지화학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본안 소송에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공동 프로모션 계약에 따른 홍보·판촉 등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나아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계약 이행 여부 확인 및 보수 지급을 위해서는 판매 관련 자료를 받아야 하는데 사노피 측이 이에 협조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엘지화학은 해당 소송에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에 '제미글로'의 영업활동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며, 현재 이에 대한 회계감정 절차가 진행 되고 있다.
피고로써 방어권을 행사했던 엘지화학이 이번 반소를 통해 공세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본안소송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엘지화학과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지난 2017년부터 영업자료 제출 범위와 회계감정 절차 및 감정인 선정 등을 두고 이견을 조율해왔으나, 양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소송이 2년 가까이 지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말 감정인 선정이 이뤄지면서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영업자료에 대한 회계감정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본안 소송의 쟁점인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영업활동 자료 등에 대한 감정이 시작된 데다 엘지화학이 반소를 제기해 소송이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앞으로의 소송 과정에서는 가장 중요한 쟁점 내용이 다뤄질 수 있으므로 진행 상황을 더욱 자세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LG화학이 '제미글로'의 국내 판매를 맡아온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에 계약기간 만료 전 판권 해지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LG화학학과 사노피아벤티스는 지난 2012년 10월 국내 공동 판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당초 계약 기간은 2020년까지였으나, 엘지화학은 2015년 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계약 해지 통보 철회를 요청했으나, 엘지화학은 2016년 1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가지고 있던 판권을 대웅제약에 넘겼다.
사노피 측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LG화학은 "계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