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대원제약] 20년 넘게 이어온 ‘형제경영‘의 힘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대원제약] 20년 넘게 이어온 ‘형제경영‘의 힘
  • 곽은영
  • 승인 2019.10.2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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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성동구 천호대로에 위치한 대원제약 본사.
서울시 성동구 천호대로에 위치한 대원제약 본사.

 

고 백부현 회장이 세운 전문의약품 중심기업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짜 먹는 감기약 ‘콜대원’으로 잘 알려진 대원제약은 일반의약품(OTC) 출시 이전에는 전문의약품(ETC) 중심의 제품 생산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제약회사였다. OTC로 시장 확대에 나선 것도 불과 4년 전이다. 회사를 세운 고 백부현 회장의 창업 정신 때문이었다. 

고 백부현 회장은 해방 후 천일제약 부산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제약업과 처음으로 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지켜보며 직접 치료제를 생산하고자 1958년 부산에 ‘대원제약사’를 세웠다. 백 회장은 1961년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1964년 상호를 지금의 ‘대원제약’으로 변경, 5년 뒤 본점을 서울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인 서울시대를 열었다.

백부현 회장은 당시 제약업계에 불던 자양강장제와 비타민제 등 일반의약품 열풍을 뒤로 하고 전문 주사치료제 생산 설비를 구축, 제품 생산에 나서며 회사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이어 해열진통제, 위궤양치료제, 진해거담제, 고혈압치료제, 항생제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며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그의 경영 아래 1971년 발매된 주사제 ‘루미날’과 1974년 발매된 최면진정제 ‘페노바르비탈정’은 대원제약의 이름을 업계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의약품으로 꼽힌다.

ETC 전문회사로 뿌리 내린 대원제약은 1994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후, 1999년 유가증권(코스피)으로 장을 옮겼다. 그러나 백 회장이 1996년 10월 5일 68세의 일기로 타계하면서 창업 1세대는 막을 내렸다.

 

2세 ‘형제경영’으로 전성기 ... 일반의약품 시장으로 영역 확장

백 회장이 타계하면서 대원제약은 지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2세 형제경영’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백 회장의 장남 백승호 회장(63)이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차남 백승열 부회장(60)이 연구개발(R&D)을 이끌며 신약개발에 전념하는 구조다.

백승호 회장은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남가주대 대학원에서 MBA를 마친 후 1982년 상무로 대원제약에 입사했다. 10여년간 경영수업을 받은 그는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하던 해인 1994년 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차남인 백승열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했으며, 서울대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백 부회장이 회사에 합류한 건 1985년으로 입사 후 틈틈이 학업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6년 10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그는 2002년 부사장, 2007년 사장을 거쳐 2008년부터 백승호 회장과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대원제약은 오너 2세들이 형제경영에 돌입한 이후부터 기존에 자리 잡은 전문의약품 시장을 넘어 일반의약품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15년 국내 최초 짜먹는 스틱형 감기약 ‘콜대원’을 출시한 대원제약은 2년 만에 제품 누적판매 1700만포를 돌파하고, 2017년 7월 출시한 어린이용 감기약 ‘콜대원키즈’는 출시 3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런가 하면 2016년 하반기에 출시한 위장약 ‘트리겔’도 1여년 만에 판매량이 3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OTC 분야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밖에 대원제약은 유기농 인증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유산균 ‘장대원’의 약국 출시 등 건강기능식품 시장 라인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형제는 사업다각화에 힘쓰면서도 2008년 국산 12호 신약인 해열소염진통제 ‘펠루비’를 개발해 선보이는 등 순수 전문의약품 생산 기업으로서의 정체성도 잃지 않았다. 펠루비는 최근 반기 기준 대원제약 매출 비중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

현재 대원제약은 신약 ‘펠루비’, 진해거담제 ‘코대원포르테’ 이외에 160여개의 의약품을 자체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3세 승계는 백인환 전무 유력 ... 최대주주는 여전히 오너 2세

업계에서는 두 형제의 진두지휘 아래 안정적인 성장가도를 달려온 대원제약이 향후 3대에서는 어떠한 경영방식을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이 슬하에 각각 2남을 두고 있어 지금의 형제경영이 향후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오너 3세 중 현재 대원제약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백 회장의 장남 백인환(35) 전무가 유일하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삼정KPMG 회계법인을 거쳐 2011년 대원제약 마케팅팀 사원으로 입사한 백 전무는 2016년 신규사업부 상무, 올해 1월 마케팅본부 전무로 승진했다. 현재 미등기임원이다.

업계에서는 해외사업, 신사업, 마케팅을 총괄해 온 백 전무가 향후 대원제약의 경영권을 단독으로 승계 받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분율을 보면 아직 확실한 것은 없어 보인다. 3세 승계에 대한 예측과 달리 대원제약의 지분은 여전히 오너 2세인 백승호 회장(12.60%)과 백승열 부회장(14.35%)에게 쏠려 있다.

 

대원제약 지배구조.
대원제약 지배구조.

백 회장의 경우 올해 초까지는 회사의 최대주주였지만 지난 2월 말 그의 장남 백인환 전무에게 58만주를 증여함에 따라 지분율이 15.55%에서 12.60%로 떨어졌다. 14.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동생 백승열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다만 이는 오너 일가 내에서의 주식 이동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율(38.65%)에는 변화가 없다.

백 전무는 당시 증여로 지분율이 0.71%에서 3.66%로 수직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이 60대 초반으로 당분간 2세 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올해 초 백 전무의 승진에 이어 지분율까지 높아지면서 대원제약이 3세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가지 변수가 있다면 백 전무 외에 오너 3세들이 더 있다는 것이다. 백 회장의 차남 인성씨(32), 백 부회장의 두 아들인 인영씨(30), 인재씨(27)가 그들이다. 이들 오너 3세들도 모두 0.71%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세 경영자들이 3세에서의 사촌 공동경영을 염두에 두고 고르게 지분을 배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 이유다.

따라서 때가 되면 이들 3명의 3세들도 자연스럽게 경영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주 타계 이후 20년 넘게 경영권 다툼 한 번 없이 형제경영을 유지해온 회사가 대원제약”이라며 “3세 승계 역시 별다른 잡음없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창사 이래 적자 無 ... 최태홍 사장 영입으로 글로벌 판로 개척 기대

’형제경영’의 모범사례가 된 대원제약은 창사 60주년이었던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제약사로 유명하다.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을 들여와 몸집 키우기에 열을 올렸던 것과 달리 대원제약은 제약회사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회사의 내실을 착실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원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1447

1380

1340

1544

1783

2130

2384

2634

2836

영업이익

201

131

133

160

183

242

305

264

317

당기순이익

118

97

96

124

159

184

196

81

233

R&D비용

57

100

88

102

159

167

190

194

256

R&D비율

3.93

7.25

6.59

6.62

8.92

7.85

7.96

7.36

9.04

이 대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OTC 사업이다. 기업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원제약이 매출 2000억원대 고지에 올라선 것은 ‘콜대원’을 일반의약품으로 처음 선보인 2015년 이후부터다. 전문의약품인 ‘펠루비’와 ‘코대원포르테’는 지난해 각각 245억원과 215억원의 매출을 기록, 대원제약 사상 첫 단일 브랜드 연간 매출 200억원 시대를 열었다.

OTC 분야의 급성장과 ETC 분야의 견고한 실적이 대원제약의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그 덕분에 대원제약은 지난해 매출 2836억원, 영업이익 317억원, 당기순이익 233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원제약의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 가운데 약 3%에 불과했다. 나머지 97%의 매출은 국내에서 올렸다는 얘기로 대원제약이 상위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고 가야할 문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원제약이 지난해 6월 신임 사장으로 최태홍 전 보령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영입한 것은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제약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최 사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실타래를 풀어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 신임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약학 석사를 취득하고 미국 마이애미대학 약학대학원 약리학 박사과정을 거쳐 1987년 한국얀센에 입사했다. 그는 이곳에서 한국·홍콩 얀센 총괄사장 및 북아시아 지역 총괄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7년간 보령제약 대표이사를 역임한 그는 보령제약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잇따른 수출 계약 성공으로 국내 업계에도 이름을 알렸다. 대원제약이 왜 최 사장을 영입했는지 그 배경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사장 역시 대원제약 사장에 취임하면서 매출 5000억원을 조기 달성하겠다고 화답했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갖춘 최 대표가 회사의 글로벌 판로 개척과 체질 개선 뿐만 아니라, 오너 3세의 경영수업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차기 후계자의 길을 가고 있는 백 전무에게 해외영업 관련 노하우를 전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회사 실적 개선 과제 ... R&D·사업다각화로 종합 제약사 목표

대원제약이 대형 제약사로 한 단계 올라서는 과정에서 해결해야할 또 하나의 과제는 자회사 딜라이트의 실적 개선이다. 2011년 자회사로 편입한 보청기 업체 ‘딜라이트’는 잇따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딜라이트가 대원제약의 ‘메이저 제약사’ 도약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백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 주목된다. 

다만 대원제약은 R&D 투자 비중이 높고 꾸준히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자회사가 기업의 전체적인 실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해 대원제약은 전체 매출 대비 약 9%의 비용을 R&D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고지혈증 신약 ‘DW-4301’이 연내 임상 2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고 티움바이오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자궁내막증 신약 ‘DW-4902’도 독일 1상 종료 후 결과를 리뷰 중으로 준비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호흡기, 순환기 등 제품 개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프로바이오틱스 ‘장대원’ 뿐만 아니라 비타민, 칼슘제, 밀크시슬 등 건기식품이 계속 나오고 있어 향후 이 분야 역시 특화될 것”이라며 “OTC 분야에서도 ’콜대원’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진행하는 등 전체적으로 종합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사업다각화 등 다양한 경영 전략으로 글로벌 제약회사 도약을 꿈꾸고 있는 대원제약. 창업 2세 경영에서 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지난 60여년 간 이어온 ‘적자 제로’의 성공신화를 써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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