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개발 ‘성큼’ … 새 기전 규명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개발 ‘성큼’ … 새 기전 규명
백성희·황성순·박대찬 교수 연구팀, 장내 염증 제어하는 새로운 기전 규명

“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들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진행할 계획”
  • 박정식
  • admin@hkn24.com
  • 승인 2019.10.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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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장내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되면서, 염증성 장질환의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16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서울대 백성희 교수와 연세대 황성순 교수, 아주대 박대찬 교수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 생쥐 모델에서 핵수용체(세포 내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 등과 결합한 뒤 DNA에 직접 결합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에 의해 장내 염증을 제어하는 새로운 기전을 밝혀냈다.

염증성 장질환은 대장 등에 생긴 비정상적인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장이 막히거나 천공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염증성 장질환이 유전적, 면역학적 이상 등으로 생기는 것이라 추정할 뿐 정확한 원인과 완치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를 위해 암 발생 및 지방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RORa(알오알 알파)를 이용하는 등 새로운 접근 방법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알오알 알파의 경우 염증반응 제어기전에서의 기능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었다.

 

장 내에서의 RORa 생리적 기전 규명
장 내에서의 RORa(알오알 알파) 생리적 기전 규명

이를 주목한 연구팀은 대사 과정에서 알오알 알파의 기능을 정확히 연구하기 위해 장 특이적 알오알 알파 결핍 생쥐모델을 제작, 장내 염증반응과 알오알 알파의 생리적 기전을 새롭게 규명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장내 염증을 유도하기 위해 정상 생쥐와 특이적 알오알 알파 유전자 결핍 생쥐에 덱스트란 화합물을 먹였다. 그 결과 결핍 생쥐가 정상 생쥐에 비해 장내 염증이 더 심하게 유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내 염증반응을 지속적으로 유도했을 때, 장 특이적 알오알 알파 유전자 결핍 생쥐의 생존율이 정상 생쥐에 비해 심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장에서 알오알 알파가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기전을 연구하기 위해 생쥐의 장내 상피조직을 적출, RNA를 분석한 결과 알오알 알파가 염증반응 촉진 유전자(NFkB)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즉 장내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알오알 알파가 염증반응 촉진 유전자의 과도한 활성을 막아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상처가 난 세포 및 조직을 회복시켜 장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알오알 알파가 염증반응 촉진 유전자의 활성화를 억제해 장에서의 염증반응을 막고 상처 부위의 회복을 촉진함으로써, 염증성 장질환에 더욱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이라며 “다양한 생리학적 차이점을 면밀하게 관찰해 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들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월1일자에 게재됐다.

 

아래는 연구팀과의 미니 인터뷰.

 

왼쪽부터 서울대 백성희 교수, 연세대 황성순 교수, 아주대 박대찬 교수, 오세규 박사, 김동하 박사.
왼쪽부터 서울대 백성희 교수, 연세대 황성순 교수, 아주대 박대찬 교수, 오세규 박사, 김동하 박사.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염증성 장질환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에서 급격하게 발병률이 증가되고 있는 만성 염증 질환이다. 병증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치료제나 회복 기작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편이다. 알려져 있는 발병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 생활 일주기 리듬의 파괴 등이 있는데, 고아 핵수용체 RORa(알오알 알파)는 이러한 생리적 과정에 모두 참여하는 중요한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RORa의 기능을 조절해 염증성 장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면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염증성 장질환에서 RORa의 중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장 특이적 RORa 결핍 생쥐를 제작했다. 염증성 장질환을 모사하는 생쥐모델 연구에서 RORa 결핍 생쥐는 심각한 장 염증 병변이 관찰됐다. 질환 발생 단계별로 병변의 차이를 확인한 결과, 상피세포벽의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염증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음이 관찰됐다. 장 조직 내에서도 RORa가 결핍된 세포인 장 상피 세포만을 분리해 다양한 분자생물학적 실험들로 그 기전을 밝힐 수 있게 됐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염증성 장질환의 기전 연구를 위해서 장 상피 세포만을 순수하게 분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건강하지 않은 장에서는 장내 존재하는 분변 및 면역 세포들이 높은 수준으로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실험 과정을 반복 시행해야 한다. 또한, 실험에 사용하는 덱스트란 화합물은 동물모델 연구 이후 분석 실험 과정을 저해시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체내에서 화합물을 제거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시행착오 과정을 수차례 반복된 후에, 순수한 상피 세포를 얻기 시작했고, 이후 연구 진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연구는 기존의 실험들과 달리 염증성 장질환 연구를 동물모델 연구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자세포생물학적 실험을 통해서 미세한 작동 기전을 제시했다. 또한, 기존에 시판되고 있던 RORa의 기능 조절제가 염증반응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더욱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기존의 만성 염증 질환에 대한 해결책은 주로 급성 염증의 감쇠에 집중해 왔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러한 염증은 수시로 재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결과가 일주기 리듬이나 지질 대사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되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법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 밝힌 부분은 염증 제어에 관련된 분자 수준의 기전이다. 이러한 기전으로 파생되는 대장암 발달,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 지방 대사 특이성 등을 연결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다양한 생리학적 차이점을 면밀하게 관찰해 염증성 장질환 발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들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볼 예정이다.

◇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건강하고 신선한 상피 세포만을 분리하기 위해 매번 생쥐의 분변을 빠른 속도로 세척하고, 근접한 거리에서 효율을 확인하다 보면 오물이 실험대나 옷으로 튀는 경우가 잦았다. 매일매일 이렇게 실험을 반복하다 보니 질환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열정이 꺾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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