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매출 부진에 시달리던 얀센의 에이즈(HIV) 치료 신약 '컴플레라'가 결국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출시 이후 5년여만이다.
얀센은 지난 2014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컴플레라'의 시판허가를 10일 자진 취하했다.
'컴플레라'는 HIV 치료제 '에듀라트'(릴피비린)와 길리어드의 HIV 복합제 '트루바다'(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를 합친 복합제다. 2014년 출시 당시 유일한 단일정 복합제였던 길리어드의 '스트리빌드'(엘비테그라비르+코비시스타트+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의 대항마로 부상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임상 시험에서 약효가 입증됐고, 1일 1정이라는 복용 편의성에 더해 식약처가 첫 신약 허가보고서 공개 대상으로 '컴플레라'를 선정하면서 이 제품에 대한 업계의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출시 이후 '컴플레라'의 실적은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경쟁 제품인 '스트리빌드'는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실적과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지만, '컴플레라'는 병원 처방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HIV RNA 수치나 용법과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게 처방이 가능한 '스트리빌드'와 달리 상대적으로 처방에 제한이 많은 데다 내성을 극복한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컴플레라'는 의료진으로부터 외면받았다.
2014년 건강보험에도 등재됐으나, 2년간 처방 실적이 나오지 않자 보건복지부는 2017년 '컴플레라'를 급여목록에서 삭제했다.
업계는 이미 이때 '컴플레라'가 시장에서 도태됐다고 봤지만, 얀센은 포기하지 않고 급여목록 삭제 4개월만인 2017년 10월 '컴플레라'를 재등재하고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단일제가 많은 에이즈 치료제 시장에서 복합제에 대한 환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도전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얀센의 판단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컴플레라'의 처방 실적은 급여 재등재 이후에도 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리빌드'뿐 아니라 길리어드의 '젠보야'(엘비테그라비르+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코비시스타트) · '데스코비'(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 · '빅타비'(빅테그라비르+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를 비롯해 GSK의 '줄루카'(릴피비린+돌루테그라비르) 등 차세대 약물에 점유율이 밀려 더는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컴플레라의 주성분 가운데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은 효능이 개선된 '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으로 바뀌는 추세다. 성분이 개선된 후속 약물이 많은데 의료진이 굳이 컴플레라를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컴플레라'의 매출은 갈수록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컴플레라'는 길리어드가 개발한 제품으로,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얀센이 판권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