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이연제약]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 ... 매출은 10년 전 그대로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이연제약]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 ... 매출은 10년 전 그대로
  • 곽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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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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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연제약이 2500억원 규모로 건설 중인 충주 바이오·케미칼 공장 전경.
이연제약이 2500억원 규모로 건설 중인 충주 바이오·케미칼 공장 전경.

 

고(故) 유성락 회장, 장인이 물려준 회사 확장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이연제약은 ‘옵티레이’ 시리즈로 대표되는 조영제 사업으로 잘 알려진 제약회사다.

시작은 1955년 서울대 약대 교수였던 김경호 약학박사가 의약품 원료의 국산화를 위해 개소한 이연합성연구소다. 이후 1964년 이연합성약품공업으로 상호가 변경되면서 법인으로 변경되었고 1991년 지금의 이연제약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기업공개는 2010년 6월 이뤄졌다.

이연제약이 제약업계에 뿌리를 내린 이후 그 줄기를 키운 것은 고(故) 유성락 회장이었다. 유 회장은 이연제약의 사세를 확장시킨 장본인으로 이연제약의 공식적인 창립자로 불린다.

1944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유성락 회장은 1976년 장인인 정석환 전 대표가 인수한 이연합성약품공업에 입사하면서 제약업과 인연을 맺었다. 유 회장은 1981년 정 전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고 1985년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유 회장은 이후 평생을 원료의약품의 국산화와 유전자치료제 개척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7년부터 대대적인 합성·발효설비 증설을 시작한 그는 항생제 ‘네틸마이신’과 ‘아르베카신’ 등을 생산하고 이어 국내 제약기업 최초로 소염효소제 원료의약품인 ‘스트렙토키나제’와 항생제 원료의약품인 ‘아르베카신황산염’ 등 40여개의 원료의약품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2004년에는 바이오신약 개발기업 ‘헬릭스미스’(당시 바이로메드)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서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도 발 벗고 나섰다.

회사의 성장을 가파르게 이끌어가던 유성락 회장은 숙환으로 2014년 8월 향년 7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오너 2세 유용환 사장 ... 최대주주로 지배력 탄탄

유성락 회장이 별세하고 이연제약은 한동안 유 회장과 각자대표를 맡아오던 전문경영인 박수천 사장의 손에 경영되는 듯 했지만 2년 후인 2016년 9월 유 회장의 배우자인 정순옥 회장(69)과 장남 유용환 사장(45)이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다시금 오너 경영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본격적인 오너 2세 체제가 가동된 것으로 바라봤다.

모자(母子)의 등장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유 회장 별세 이후 정순옥 회장은 부회장으로 경영총괄을, 유용한 사장은 전무로 경영관리 및 R&D를 총괄하며 이미 회사의 주축을 맡고 있었던 것.

1974년생인 유용환 사장은 미국 펜실베니아대를 졸업하고 2010년 이연제약에 입사해 부친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경영수업을 시작한 지 4년째 되는 해에 부친이 타계하면서 업계에서는 40대 젊은 오너의 경영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부친에게 물려받은 탄탄한 지분 덕분에 경영권과 관련한 잡음은 크게 없는 상태다.  

유 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인 2014년 7월 배우자인 정순옥 회장과 딸 정민씨(43)에게 주식 100만주를 각각 증여했다. 나머지 지분 333만5870주는 타계 이후 그 해 12월 말 유용환 사장에게 모두 상속했다. 당시 상속으로 유 사장의 지분율은 5.88%에서 31.74%로 껑충 뛰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이연제약은 최대주주 유용환 사장(31.73%)을 중심으로 모친인 정순옥 회장(9.46%)과 여동생 정민씨(9.38%), 외할머니 이애숙 여사(9.30%)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4.60%에 달한다.

 

이연제약 지배구조.
이연제약 지배구조.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외연 확대

유용환 사장이 경영 전반에 나선 이후 이연제약은 바이오 벤처 투자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 사장이 R&D 업무를 총괄했던 만큼 핵심 플랫폼 기술과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연제약은 2017년 12월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바이오 벤처인 ‘뉴라클사이언스’와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등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자회사인 ‘브라만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브라만투자조합 1호’를 결성한 후 뉴라클사이언스에 1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취득했다. 브라만인베스트먼트는 이연제약이 2017년 8월 설립한 신기술 사업금융전문회사다.

이어 이연제약은 지난해 10월 뉴라클사이언스의 관계사인 유전자 치료제 개발기업인 ‘뉴라클제네틱스’에도 1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의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 유전자 치료제 관련 원천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다.

이연제약은 앞서 2017년 12월에도 신약개발 R&D 전문기업 ‘지앤피바이오사이언스‘와 재조합바이러스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 생산을 위한 세포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 공동 개발 및 전세계 상용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밖에 올해 3월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항암제 개발 업체인 ‘큐로셀’과 항암유전자세포치료제 ‘CAR-T’의 상업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투자 설립에 대한 MOU를 체결, 항암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이연제약은 현재 건설 중인 충주 공장의 설비를 통해 큐로셀이 개발 중인 ‘CAR-T 치료제’를 비롯해 유전자세포 치료제의 핵심 원료인 렌티바이로스의 생산과 공급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헬릭스미스 투자 ‘잭팟’ ... 파이프라인 확장에 재투자

다방면으로 진행 중인 이연제약의 오픈 이노베이션의 역사는 사실상 지난 2004년 고 유성락 회장이 헬릭스미스와 유전자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두 회사가 체결한 계약 내용의 주요 골자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 ‘VM202’를 공동개발하고 이후 이연제약이 생산을 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7년 11월 헬릭스미스의 유전자 치료제 원료 독점 생산 권리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이 벌어지면서 14년간 이어져오던 두 기업의 협력 관계는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연제약 측은 “‘VM202’와 관련해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산업재산권을 획득할 경우 공동출원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양사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법정 다툼 이후 이연제약은 10년 넘게 보유해온 헬릭스미스 주식 대부분을 처분하며 관계 정리에 나섰다. 지난해 1분기 헬릭스미스 주식 60만6954주 중 4만6000주를 장내 매도한 데 이어 같은해 7월에는 주식 10만주만 남기고 나머지 주식 56만944주를 전량 처분했다.

당시 주식 매도를 통해 이연제약은 1103억원의 투자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연제약은 투자 수익으로 마련한 자금을 R&D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등에 재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매출 제자리·수익성 하락 거듭 ... 이례적 사례   

이연제약은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투자 등 외연 확대를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적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연제약은 매출 1230억원, 영업이익 25억원, 당기순이익 13억원으로 전년(1263억원, 160억원, 129억원) 대비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이연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1208

1244

1143

1097

1121

1145

1218

1263

1230

영업이익

270

244

212

174

167

198

155

160

25

당기순이익

199

198

170

113

116

113

118

129

13

R&D비용

36

46

54

62

67

61

68

38

69

R&D비율

3.0

3.7

4.7

5.7

5.9

5.4

5.6

3.0

5.6

회사 관계자는 “주력 품목인 조영제 제품의 전체 판매량은 매년 10%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해당 제품에 대해 약가 인하가 두 번에 걸쳐 진행되면서 매출에 영향이 있었다”라며 “지난해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 투자 진행과 R&D 투자 비용 확대, 충주 공장 건설 진행 등에 따른 전문인력 충원 등 전체적으로 투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 이 회사의 영업실적을 보면 매출은 1200억원대에 멈춰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공교롭게 오너 2세인 유용환 사장이 입사한 이래, 실적이 곤두박질 하고 있는 모양새다. 제약업계에서 10여년간 매출이 정체돼 있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R&D 투자 역시 지난해 잠깐 반등했으나 이는 예년 수준을 회복한 것일 뿐, 사실상 증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도 제약업계 평균(약 7%)을 밑돌고 있다. 오너 2세가 경영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이연제약은 장기적으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하고 이를통해 개발한 제품을 충주 신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연제약이 첨단의약품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건설 중인 충주 공장은 선대 회장이 100억원을 투자해 부지를 매입한 이후 현재 경영진에서 24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등 총 2500억원 투자가 이뤄진 생산 시설이다.

이연제약은 “충주 신축공장의 완공 및 허가 일정에 맞춰 다양한 파이프라인별 공정 및 분석법 개발, 비임상 시험 수행, 임상 프로토콜 개발 등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주 공장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투자와 맞물릴 톱니바퀴인 셈이다.

이연제약 관계자는 “올해 초 선포한 ‘BEST till 2023’ 비전 역시 충주 공장 생산이 본격화되는 2023년까지 최고의 기업이 되는 준비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충주공장 건설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한편 향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한 파이프라인으로 해외시장에 맞는 기술수준을 갖춰 해외시장을 향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제약은 헬릭스미스 때부터 최근까지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보이며 투자를 지속해왔다. 심지어 투자 수익까지 안타를 치면서 향후 바이오 벤처 투자 결과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이런 투자 전략이 오너 2세의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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