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대화제약] 4인 공동경영 시대 저물고 2세 체제 시동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대화제약] 4인 공동경영 시대 저물고 2세 체제 시동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10.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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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대화제약 사옥.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대화제약 사옥.

 

4인 공동창업 · 공동경영 제약회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세계 최초의 먹는 항암제 ‘리포락셀’을 개발해 주목 받았던 대화제약은 4명의 공동창업자가 공동경영 체제로 운영해 온 제약회사로 유명하다.

김수지(75), 김운장(74), 고준진(73), 이한구(72) 명예회장이 그 주인공으로, 4인방 모두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출신이다. 첫 단추를 끼운 건 1984년 1월 김수지 명예회장과 김운장 명예회장이 당시 모기향 등을 제조·판매하던 대화제약을 인수하면서였다. 두 사람은 회사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대화제약’의 역사를 써나갔다. 이후 고준진 명예회장과 중외제약에서 임원을 역임한 이한구 명예회장까지 합류하면서 지금의 4인 체제가 완성되었다.

이들은 창립 이후 IMF의 위기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과감히 진행해 세계 최초의 먹는 항암치료제 개발에 성공, 중국에 기술수출을 하는가 하면 국내 최초로 임신진단시약 개발에 성공했다. 대화제약은 2001년 신약개발연구소를 개설하고 GMP 횡성공장 부지를 매입하는 등 의약품 개발과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기세를 몰아 2003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중견 제약회사로서 본격 발돋움했다.

제약회사로서의 내실 다지기 뿐 아니라 사업 다각화와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회사도 꾸준히 늘려나가면서 몸집을 키웠다.

이 회사는 2004년 7월 바이오기업인 ‘씨트리’를 계열회사에 추가하고 2006년 8월 경피흡수제 생산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디에스앤지’를 흡수합병했다. 이듬해 5월에는 병원영업 활성화를 위해 완제의약품 도소매 업체인 ‘데아체파르마’(현 디에이치호림)의 지분을 인수하고 7월에는 의료정보시스템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스페셜라이즈드메드’를 계열회사로 넣었다.

이밖에 2013년 8월 원료 부문 사업 확대를 위해 의약품 원료 생산업체인 ‘리독스바이오’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고 2017년 독일 필러생산법인 ‘S&V Technologies GmbH’ 인수 및 독일 현지 법인 ‘BSC Medical Devices GmbH’를 계열회사로 추가하면서 화장품 및 의료기기 제조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나갔다.

현재 대화제약은 계열회사 6곳을 아우르며 원료 및 의약품 제조·판매부터 도매업까지 다방면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4인방 ... 최대주주는 김수지 명예회장

회사의 틀을 다져 10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유지하는 중견 제약회사로 성장시킨 공동창업주 4인방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다.

대화제약은 2015년 이후 공식적으로 노병태 대표이사 회장(58)과 김은석 대표이사 사장(44)이 각자대표 체제로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이다.

하지만 창업주 4인방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예컨대 김수지 명예회장은 자문위원으로 물러난 이후였던 2013년부터 2년간 다시 회사의 대표이사로 복귀, 경영을 총괄했다. 김 명예회장은 2015년 3월까지 대표이사직을 맡았던 이한구 명예회장과 함께 2015년 초 대표직에서 물러나 다시 자문위원 자리로 돌아갔다.

현재 4인방은 상근 명예회장이자 자문위원, 4대 주주로서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대화제약은 최대주주 김수지 명예회장(9.57%)에 이어 고준진 명예회장(9.37%), 김운장 명예회장(4.58%), 이한구 명예회장(3.40%) 등 네 사람을 중심으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총 27.92%에 달한다.

 

대화제약 지배구조.
대화제약 지배구조.

이러한 지배구조는 대화제약 창립 이후 흔들림없이 유지되고 있다. 회사가 인수와 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사업범위가 확장되는 와중에도 창업 멤버들이 끈끈한 관계를 지탱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대화제약은 과거 내부직원 횡령 사건으로 경영의 한 축인 이한구 명예회장의 지분이 크게 줄어드는 등 곤혹을 치렀으나, 공동창업주간 틀은 깨지지 않았다.

대화제약은 2017년 10월 공시를 통해 회사의 총무팀장이 자사주 5만주 및 최대주주와의 특별관계자 소유 주식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횡령된 자사주 중 2만2800주는 회수 조치되었지만 기존 56만7827주였던 자사주는 54만627주로 줄어들었다.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지분율도 37.74%에서 31.51%로 떨어졌다. 회사 측은 “회사의 손해에 대해 피의자의 재산 환수를 통해 최대한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한구 명예회장은 직원 횡령 사건으로 지분율이 6.31%에서 0.82%로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해(2017년)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주식횡령 행위로 인한 손해의 조정 확정에 따라 조정 결정된 주식을 일부 반환 받은 이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3.56%까지 회복되었다.

대화제약은 주식 횡령 사건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에는 별다른 미동이 없었다. 김수지 명예회장이 최대주주 보고자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해오며 중심을 잡고 있는데다가 후계자도 김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은석 사장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2003년 코스닥 등록 시 가장 많은 지분율(14.36%)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자리잡은 김수지 명예회장은 이후 지분이 줄어 9.57%까지 떨어지고 창업 멤버들도 몇차례 지분 변동이 있었지만 위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열사에 있어서도 김수지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가장 큰 모습이다. 김 명예회장은 현재 계열사 디에이치호림과 스페셜라이즈드메드의 대표이사 및 리독스바이오의 사내이사(등기임원)를 맡고 있다. 고준진 명예회장은 디에이치호림의 사내이사(등기임원)를, 이한구 명예회장은 리독스바이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오너 2세 김은석 사장 ... 리독스바이오 2대 주주

김지수 명예회장의 외아들 김은석 사장은 대화제약을 이끌 차기 주자로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마치고 현재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산업심리학과와 동대학원 경영학과 석사를 졸업한 김은석 사장은 부광약품에서 근무하다 2008년 대화제약에 입사해 2015년 3월부터 대표이사에 올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 사장의 대화제약 주식 보유율은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0.25%에 불과하지만 자회사 ‘리독스바이오’의 2대 주주(2.44%)로서 개인주주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지분율을 자랑한다. 김 사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리독스바이오는 향후 본격 승계가 이뤄질 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적 부진 ... 자회사 디에이치호림 경영악화 영향

대화제약은 김은석 사장이 대표직에 오른 2015년을 전후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매출은 2017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1101억원으로 전년(1222억원)보다 떨어졌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52억원, 64억원으로 전년(84억원, 121억원) 대비 감소했다.

[대화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 2017년부터 연결기준으로 R&D 비율 산정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670

1420

1432

1280

1349

1391

1423

1222

1101

영업이익

72

81

81

46

44

56

53

84

52

당기순이익

28

38

36

20

-11

41

38

121

64

R&D비용

32

32

37

51

71

62

76

107

100

R&D비율

4.74

5.14

6.09

9.25

10.48

8.55

9.18

8.74

8.32

회사가 꼽은 영업이익의 주요 감소 요인은 의약품 도매업(디에이치호림)의 매출액 감소 및 마일스톤 조건으로 체결된 기술이전 수익 감소 등이다.

회사 측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의약품 판매시장의 내수경기 침체, 종속회사인 의약품 도매실적의 40% 상당액의 매출 감소, 마일스톤 계약조건으로 인식되는 기술이전 수익의 감소에 따라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매출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자회사 ‘디에이치호림’의 실적은 2012년부터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197억원으로 전년(328억원)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디에이치호림은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4년 연속 대화제약 단일 매출보다 많은 매출액을 자랑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제는 재무건전성 악화와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면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상황이 됐다.

업계에서는 디에이치호림이 판이 커지고 있는 도매업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천연물 치매치료제 사실상 실패 ... R&D 성과 과제

하락세를 달리는 실적과는 달리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제약사 평균치(7%)보다 높다.

대화제약은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경구용 파클리탁셀인 ‘리포락셀액’의 성공적인 해외 임상시험과 천연물 치매치료제 ‘DHP1401’의 국내 임상2b 진행, 약물전달시스템 ‘DDS’ 기술을 활용한 전문의약품용 패치형 제품 개발, 천연물 신약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화제약이 기반 기술을 활용해 만든 개량신약인 ‘리포락셀액’은 세포독성항암제를 경구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세계 최초 경구용 파클리탁셀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 위암치료제로 시판허가를 받았고 미국에서는 유방암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천연물 치매치료제 ‘DHP1401’는 도네페질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증 내지 중증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 시험을 완료하고 결과에 따른 임상3상 시험을 앞두고 있었지만, 임상2상 결과 중증 이상 환자에서 유효한 결과를 얻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대화제약은 최근 공시를 통해 “임상2상 결과 기억, 언어, 재구성, 행동, 지남력 등을 다루는 경증-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대표적인 표준 검사도구인 ADAS-cog(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에서 최종 목표를 만족시키는 통계적 우월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라며 “다만 초기 치매에 해당하는 경증 환자만의 결과에서는 ADAS-cog 점수가 도네페질 단독투여 대비 유의하게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향후 임상3상을 진행하는 대신 세부 분석을 더 실시해 이 중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데이터를 통해 치매 전단계 건강식품 또는 초기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약품 개발을 검토할 계획임을 밝혔다. 신약 개발에서 건강식품 개발로 주저앉은 것이다.

이밖에 대화제약은 2년 전 독일 필러회사 S&V를 인수하면서 필러사업에도 진출했으나, 이 또한 녹록치 않아 보인다. 새 수익원 창출을 위해 마취성분이 함유된 ‘리도카인필러’를 개발하고 있지만 유럽 CE인증이 예상보다 1년 넘게 늦어지면서 제동이 걸린 것. 

이와 관련 회사에 입장을 물어봤지만 “회사 내 연구관련 임상팀이 유럽 종양학회에 나가 있어서 R&D 관련한 설명은 어렵다”는 답변 이외에 구체적인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미래 성장을 위해 꾸준히 R&D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대화제약. 경쟁력 있는 신제품 개발과 확보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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