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초기 단계에서 20여 가지 암을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혈류에서 채취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로 신체 내 암의 위치까지 식별할 수 있는 새 혈액검사법이 개발됐다.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9 유럽종양학회(ESMO 2019)’ 3일차 순서에서, 그레일(Grail)사와 함께 개발한 이 검사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검사는 DNA 메틸화(methylation) 분석 기반 바이오마커 발굴 액체생검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액체생검이란 혈액 등 체액 속 DNA에 존재하는 암세포 조각을 찾아 유전자 검사로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그 중 이번 연구의 기반이 된 ‘DNA 메틸화’란 개별 DNA의 염기에 ‘메틸기(methyl group)’가 달라붙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렇게 달라붙은 ‘메틸기’는 유전자 스위치처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연구팀은 암 진단을 받았던 1530명과 암에 걸리지 않은 2553명 등 모두 3583명에게서 채집한 혈액 샘플을 대상으로 세포 없는 DNA(세포에 갇혀있었지만 세포가 죽자 혈류에 들어간 DNA) 가운데 암세포가 사멸하며 혈류에 흘린 DNA에서 나타나는 메틸화의 비정상적인 패턴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의 암환자 표본은 유방암, 대장암, 식도암, 담낭암, 위암, 폐암, 림프성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난소암, 췌장암 등 20여 종으로 구성됐다. 그 결과 암이 없는 사람을 암이 없다고 판정하는 비율인 특이도(specificity)는 99.4%로, 불과 0.6%만 암이 없는 이를 암이 존재한다고 잘못 판정했다.
실제 암에 걸린 사람을 걸렸다고 판정하는 비율인 민감도(sensitivity)는 76%였는데 암 진행단계 별로 보면 1단계 32%, 2단계 76%, 3단계 85%, 4단계 93%였다. 또한 이중 89%는 암이 어디에서 처음 생겼는지에 대한 정보까지 정확하게 밝혀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제프리 옥스너드(Geoffrey Oxnard) 다나-파버 암 연구소 연구원은 “(우리가 했던) 이전 연구에서는 메틸화 기반의 혈액검사가 혈액 샘플에서 다양한 형태의 암을 검출하는 전통적인 DNA 분석 방식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 방식을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조기에 암을 검진하는데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과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