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영진약품] DNA 바뀐 67년차 제약사 ... 해외시장서 돌파구 찾을까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영진약품] DNA 바뀐 67년차 제약사 ... 해외시장서 돌파구 찾을까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9.30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에 위치한 영진약품 본사 전경.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에 위치한 영진약품 본사 전경.

 

한국전쟁 중 탄생한 제약회사 ... 굴곡진 67년의 역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영진약품은 1952년 6·25전쟁의 혼란 속에 세워져 올해 67년차를 맞는 국내 중견 제약기업이다. 한국 제약업계 1세대이자 ‘영진 구론산바몬드’ 신화의 주역인 고 김생기 회장이 1952년 의약품 수입상으로 설립한 영진물산이 그 시초다. 주 수입품목은 테라마이신과 파스 등 이었으며, 1962년 영진약품공업 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꾸고 성수동 공장을 준공하면서 제약기업의 틀을 다졌다.

이후 회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제약회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원료 합성 연구에 투자, 국내 최초로 고성능 지속성 항균제인 설파제 원료 합성에 성공하는가 하면, 비경구 영양수액제를 개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1970년에는 국내 최초 항생제 무균주사 시설을 완공하고 1973년 제약업계에서는 두 번째로 기업공개를 했다.

1970년대 중후반 국내 경제 호황기의 흐름을 타고 주사기, 수액세트제조, 여성용품 제조업에 진출한 영진약품은 1988년 식품사업부와 화장품사업부를 세우면서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창업 이후 꾸준히 이어지던 사세 확장은 외환 위기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1997년 12월 부도가 발생해 화의 절차에 들어간 것. 영진약품은 부도 7년만인 2004년 KT&G의 자본제휴 및 경영권 인수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이때부터 영진약품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KT&G그룹 계열사로 기사회생 ... 새로운 DNA 장착

영진약품의 지분 52.45%를 보유한 KT&G는 담배, 인삼, 부동산, 제약 및 화장품 등 4개 부문의 사업을 운영 중이며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영진약품을 포함해 총 28개사다. 주 수입원은 담배 제조 및 판매업으로 담배산업이 기반이다.

KT&G 계열사로 편입돼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영진약품은 더 이상 창업주 김생기 회장의 계보를 잇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립하며 새로운 DNA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2009년 4월 28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김생기 회장과 그의 유족들은 2000년 이후 회사에 대한 지분 일체를 정리하고 회사 경영에서도 모두 손을 뗐다. 

 

영진약품 지배구조.
영진약품 지배구조.

 

KT&G생명과학 인수 ... 신약 인프라 강화 나서 

영진약품은 2004년 사업 정상화를 회복한 이후 경영 체제 전환과 함께 KT&G그룹 내 바이오·제약 사업부문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2017년 1월에는 KT&G생명과학 인수를 완료하면서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한 연구개발(R&D) 인프라 강화 등 경영효율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G생명과학은 KT&G가 2011년 바이오벤처사 ‘머젠스’를 인수하면서 만들어진 제약회사다.

그러나 인수과정이 원활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영진약품이 KT&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할 당시 KT&G생명과학에서 개발 중이던 신약물질 ‘KL1333’의 전임상 과정에서 독성이 발현됐음에도 이를 기업가치에 반영하지 않고 기업평가를 부풀려 합병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게다가 당시 금융감독원이 KT&G생명과학의 기업가치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음에도 금감원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모펀드(비공개 기업투자 펀드, PEF) 투자방식으로 합병을 진행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이와 관련 영진약품 관계자는 본지에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히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해당 신약이 스웨덴 제약사에 600억원에 공급계약 체결이 되는 등 순차적인 가치는 훨씬 더 월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진약품은 합병 이후 2017년 스웨덴 제약사 뉴로바이브 파마슈티컬사와 ‘KL1333'에 대한 약 65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KL1333’은 진행성 신경퇴행성 질환인 ‘멜라스증후군’과 ‘당뇨’ 치료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신약물질로 영진약품은 독성 문제가 불거진 이후 안전용량을 확인하고 기준 내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독성관련 이슈는 더 이상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국내 임상 1상 완료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KL1333'에 대해 현재 치료제가 없고 정확한 시장 규모 집계도 힘든 희귀의약품인 만큼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 수출 호조 ...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영진약품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1163

1121

1377

1562

1676

1702

1931

1950

1864

영업이익

4

41

33

69

70

50

55

30

-22

당기순이익

-23

26

18

117

9

34

42

19

-61

R&D비용

42

43

66

86

93

126

132

167

183

R&D비율

3.6

3.8

4.8

5.5

5.6

7.4

6.8

8.5

9.8

그러나 KT&G생명과학 인수 후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KT&G생명과학을 인수한 2017년 매출은 1950억원으로 전년(1931억원)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억원, 19억원으로 전년(55억원, 42억원) 대비 감소했다.

원인은 일본 수출에서 엔화 약세 영향으로 인한 외환차익 감소와 원가율 상승이 지목됐다. 회사 측은 “(KT&G생명과학 인수는 실적 하락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더욱 떨어졌다. 지난해 영진약품의 매출액은 전년(1950억원) 보다 줄어든 186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2억원 6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일본 수출이 계속적으로 호조를 보이다가 2017년 말 일본 주요 거래처에서 여러 가지 재고 조정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이런 문제로 지난해 일본 수출이 주춤하면서 실적이 떨어졌지만 올해부터 다시 회복선에 들면서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진약품은 올해 상반기 창사 이래 최대 반기실적인 매출 112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6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회사 측의 설명처럼 일본 거래처 정상화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 영진약품은 항생제 원료물질을 생산하며 이를 제품 형태로 수탁생산(CMO)해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거래처의 상황에 따라 회사 실적이 크게 요동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한일 무역갈등과 같은 요인이 나타날 경우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일본 브랜드 제품을 우리가 제조해서 보내주는 CMO 방식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지금은 항생제 위주로 일본에 수출하고 있지만 향후 항생제 이외에 일반의약품 거래처를 확대하고 신규 해외시장을 발굴하는 등 수출선 다변화 전략 수립과 자체 제품 수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이재준 사장 ... 연매출 2000억원 달성 가시화

영진약품 이재준 대표이사 사장.
영진약품 이재준 대표이사 사장.

영진약품이 본격적인 실적 정상화 궤도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사상 첫 2000억원 매출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든 배경에는 지난해 3월 선임된 이재준 사장(53)이 있다.

영진약품은 지난해 기술수출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재준 사장을 영입하면서 이 사장의 글로벌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재준 사장은 취임 이후 지난해부터 비상계획(Contingency Plan) 전략을 수립, 수출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미국 AT커니(Kearney)에서 제약·헬스케어 분야 컨설턴트로 근무한 이재준 사장은 2005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 운영 그룹장을 역임하고 2008년부터 4년간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전략·사업개발(BD) 상무로 근무했다. 이후 2012년부터 6년간 동아ST에서 글로벌 사업본부장(전무)을 역임하고 2018년 3월 영진약품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이재준 사장은 지난해 취임사를 통해 “영진약품은 향후 해외사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사업과 국내영업 전반에 걸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수 시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해외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예컨대 영진약품은 올해 6월 중국 제약 유통 전문회사인 ‘인터림스’와 중국 내 원료 생산 및 판매를 위한 MOU를 체결해 글로벌 사업 가속화와 현지화 전략 교두보 마련에 적극 나섰다.

이번 MOU를 통해 영진약품은 중국 현지에서 경쟁력 있는 원료(API) 생산처 확보 및 완제의약품 수출 확대를, 인터림스는 영진약품의 원료합성과 운영 기술 확보 및 중국 내 현지 파트너를 통한 사업다각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이재준 사장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글로벌 사업확대를 돌파구라고 판단, 글로벌 라이센싱에 중점을 두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핵심전략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며 “현재 일본 시장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향후 중국과 동남아, 유럽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R&D 파이프라인 확장 ... 신약 기술이전 등 과제

지난해 말부터 영업흑자로 돌아서면서 실적 불안감을 씻고 있는 영진약품은 연구개발(R&D)에 있어서도 투자를 꾸준히 늘려나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9.8%로 업계 평균(7%)을 뛰어 넘었다.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들은 연이어 중간 임상시험을 마무리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임상 2a상을 마무리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YPL-001’은 올해 임상 2b상을 진행하며 기술수출 가능성을 높였고 멜라스증후군 치료제 ‘KL1333’은 영국 임상 1상시험에서 첫 번째 환자를 등록하고 본격 시험에 들어갔다.

영진약품이 개발하고 있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YRA-1909’은 국내 임상 2상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YRA-1909‘는 멀꿀 잎 유래 추출물을 함유한 물질로 2상 결과에 따라 3상 진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밖에 표적항암제 ‘YPN005’ 개발도 한창이다. 영진약품은 올해 4월 미국암학회(AACR)에서 발표한 면역항암제 ‘YPN-005’에 대해 내년 미국 임상에 도전한다는 계획으로 기술수출 계약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채로운 신약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 기회를 모색 중인 영진약품. 경쟁이 심한 국내시장을 탈피해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이재준 사장이 임기 동안 계획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
오늘의 단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