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료전달체계 개선대책 비판
의료계, 의료전달체계 개선대책 비판
대안없이 비판만 ... 아쉬움 남겨
  • 박수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9.1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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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두고 의료계가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은 ‘경증환자는 동네병의원’에서,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찰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계속돼 왔지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환자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흐름을 바꾸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해보인다.

대책안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으로 하여금 중증질환자를 우선 받도록 강제하는 요소가 담겨있다. 여기에 42개 상급종합병원의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치료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에게 받는 수가의 기준도 바꾼다. 중증진료에 대한 수가 보상은 높이고 경증진료 수가는 낮추기로 한 것. 이렇게 되면 상급종합병원이 경영을 위해서라도 증상이 가벼운 환자를 동네 병의원으로 보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자가 진료의뢰서를 갖고 마음대로 골라 대학병원을 찾는 것도 어려워진다. 동네 병·의원에서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적절한 의료기관을 안내하도록 진료의뢰시스템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동네 병·의원에서 충분히 진료 받을 수 있는 환자가 대학병원 진료를 받으면 진료비가 비싸진다. 복지부는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해 이런 진료는 실손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이같은 복지부 대책이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경증 환자 종별 가산 제외 등은 의료기관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취지는 공감, 실효성은 의문”

대한의사협회는 6일 성명에서 “지금이라도 잘못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고무적이고 취지에도 공감한다”면서도 “이미 상급종합병원 내원을 위한 의뢰서 발급을 목적으로 동네의원을 찾는 등 의료전달체계가 엉망이 되어버린 현 시점에서 이번 대책은 구체적 해결방안이 없이 성급히 시행되고 있어 실효성을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현재의 의료전달체계 붕괴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잘못된 정책 설계와 ‘문재인 케어’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 “이 책임을 의료기관에 돌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채 우리나라 의학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상급종합병원에 의료전달체계 붕괴의 원죄를 씌우면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의협은 “의뢰회송시스템의 확대를 명목으로 한 진료정보의 교류 활성화는 환자 개인정보의 공개, 정보의 중앙집적화, 지적재산권 침해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손보험과의 연계성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결과물도 아직까지 정부가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번 대책이 실효적으로 정착되려면 의협 등 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현장 목소리가 보다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며 “앞으로 (가칭)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 TF’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향과 정책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병협 “의료기관의 희생만 요구하는 정부 대책에 암담하고 실망스러워”

대한병원협회는 “정부의 단기대책이 병원계와 협의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며 “의료기관의 희생만을 요구하지 말고 향후 정책 실행과정에서 병원계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병협은 지난달 8일 정부와 만나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과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병협은 먼저 정부가 단기대책을 통해 단순히 경증환자를 진료하였다고 해서 의료공급자인 상급종합병원에 종별가산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주지 않는 페널티를 적용하는 것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병협은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다 해온 상급종합병원의 헌신과 노력을 인정하기는 커녕 보장성강화 등 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된 환자쏠림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상급종합병원에 전가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병협은 특히 “저수가 기조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돼 국민들에게 현재와 같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계속 제공하지 못할 것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따라서 경증환자들이 지역 및 중소 병·의원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을 편 후 이같은 제도를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료계, 정부 정책 내놓을 때마다 대안없이 비판만

의료계의 이같은 주장은 전반적으로 정부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비판만 있고 역지사지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강제적으로 ‘넌 중증이 아니라 대학병원에 진료 못 보내’라고 해버린다면 반감이 생길 수 있다. 차근차근 변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차근차근 어떻게 변화를 해야하는 것인지 그 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도 “사람들이 우선 어디가 크게 아프다고 생각되면 ‘큰 병원에 가서 진료봐야지’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에 앞서 환자들에게 1차병원도 ‘치료 잘한다’라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먼저이고 여기에 시민들도 공감해야 체계가 바로 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발표만해서 파장을 일으키는데서 그치는 게 아닌 체계가 잘 잡혀나갈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대책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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