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이용’ 알츠하이머 완화 가능성 제시
‘장내 미생물 이용’ 알츠하이머 완화 가능성 제시
묵인희·배진우 교수 연구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할 수 있을 것”
  • 박정식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9.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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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완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10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서울대 묵인희 교수와 경희대 배진우 교수 연구팀이 알츠파이머병 생쥐 모델에서 장내 미생물 불균형으로 인한 장 누수현상과 염증반응을 확인하고 장내 미생물 조절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완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장애와 기억손상을 동반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 내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축적, 신경세포 손상 및 과도한 염증반응 등 전형적인 신경병리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발병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제 장내 미생물 균총의 균형이 깨어진 알츠하이머성 치매 생쥐모델에 16주간 주기적으로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투여하는 분변 미생물군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 FMT)을 통해 장내 환경변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질환 생쥐모델의 기억 및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됐고, 뇌 내 특징적인 단백질 축적과 신경세포의 염증반응이 완화됐다. 더불어 장 조직 세포의 퇴화와 혈중 염증성 면역세포 수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돼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감소함을 확인했다.

생쥐모델에서 장벽의 누수와 혈액 내 면역세포에 의한 염증반응, 그리고 뇌 병변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바로잡아 알츠하이머병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정상 쥐의 건강한 분변 미생물 군집을 질환 모델 마우스에 이식함으로써 장내 미생물 군집과 장내 환경에 변화를 유도한 경우, 기억 및 인지 기능 장애가 개선되고, 베타 아밀로이드와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의 축적, 신경교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완화 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림=서울대학교)
정상 쥐의 건강한 분변 미생물 군집을 질환 모델 마우스에 이식함으로써 장내 미생물 군집과 장내 환경에 변화를 유도한 경우, 기억 및 인지 기능 장애가 개선되고, 베타 아밀로이드와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의 축적, 신경교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완화 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림=서울대학교)

묵인희 교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직접 표적으로 하는 의약품 개발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장-뇌 축과 혈액 면역세포에 주목한 것”이라며 “별개의 기관으로 여겨왔던 장과 뇌 사이의 장내 미생물을 매개로 한 소통을 추가 연구에 응용해 치료 효과가 있는 미생물이나 물질을 밝혀낸다면 기존의 약물보다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공동제1저자로 충남대 김민수 교수, 서울대 김윤희 박사, 서울대 최현정 학생이 참여했다. 연구성과는 영국 위장병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거트’(Gut) 8월30일자에 게재됐다.

 

아래는 연구팀과의 미니 인터뷰.

왼쪽부터 묵인희 교수, 배진우 교수, 김민수 교수, 김윤희 박사, 최현정 학생. (사진=한국연구재단)
왼쪽부터 묵인희 교수, 배진우 교수, 김민수 교수, 김윤희 박사, 최현정 학생. (사진=한국연구재단)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장내 미생물이 공생하고 있는 장 뿐만 아니라 인체 내에서 멀리 위치하고 있는 기관인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보고 된 이후, 알츠하이머병에서 그들의 역할 또한 중요할 것으로 생각됐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이라는 병리적인 특징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개발이 이뤄졌지만,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뇌에 국한된 치료법이 아닌 인체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접근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알츠하이머병과 장내 미생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의 장내 환경을 살펴보니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과 장 누수 현상에 의한 염증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건강한 개체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는 분변 이식술 수행한 후 다양한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살펴봤다. 그 기전을 알아보기 위해 장 조직의 유전자 발현과 면역 시스템을 살펴보고 어떠한 변화로 인한 효과인지 알아봤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알츠하이머병 모델의 장내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 분변 이식술을 수행했다.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주 이식을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거의 매일 실험 동물실에 들어가야 했다. 또한, 장내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공기와 접촉하면 좋지 않기 때문에 투여할 용액을 준비하기 어려웠는데 매일 신선한 분변을 채취해 투여할 용액을 만드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연구는 기존의 실험들과 달리 뇌 내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이 함께 일어나는 모델을 사용해 실제 알츠하이머병의 신경 병리와 기억 및 인지 장애에 대한 장내 미생물의 효과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항생제를 사용한 선행연구들은 장내 미생물을 제거해 미생물 총의 불균형이 일어나기 때문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만 분변 이식술은 정상 미생물 총의 이식을 유도해서 비교적 안전하게 장내 환경의 전체적인 변화를 가능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본 연구의 또 다른 장점은 장내 미생물을 통한 장과 뇌 사이의 신호 전달을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표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치매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연구자로서의 목표는 당연히 그 고통을 덜 수 있는 치료법의 개발일 것이다. 기존의 4가지 치료제들은 병의 증상을 평균 2년 정도 지연시킬 뿐이다. 더구나 새로 개발된 많은 치료제 후보들은 임상시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장내 미생물을 통한 면역 조절이라는 새로운 표적을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본 연구에서 수행한 분변 미생물 군집 이식법은 수백 종의 미생물을 한꺼번에 이식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떠한 종의 미생물이 어떠한 효과를 일으킨 것인지 불분명하다. 유전자 분석법을 통해서 얻은 자료들을 토대로 어떠한 미생물과 그 부산물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었는지 밝혀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또한, 장내미생물과 질병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어느 것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얻을 수 있었고 인과관계와 기전을 확인해 볼 예정이다

■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건강한 개체의 분변을 모으기 위해 긴 시간 동안 동물 실험실에서 쥐들의 배변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매일매일 이렇게 함께하다 보니 실험에 대한 의견 교환을 많이 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이 모여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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