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가볍게 보지 마세요”
“어지럼증, 가볍게 보지 마세요”
[인터뷰] 은평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장기홍 교수

난형낭 이석이 세반고리관 림프액으로 들어가 평형감각 이상 일으켜

절반 정도는 자연스럽게 증상 개선, 나머지는 이석정복술 통해 치료

두부외상과 내이 염증, 노화 등이 원인

세반고리관 중 어느 곳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증상 달라

“자체 판단하지 말고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 받아야”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8.30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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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어지럼증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흔한 증상이다. 보통 어지럼증이 찾아오면 과로나 신경과민으로 인한 현기증이라고 판단해 대수롭기 않게 여기거나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그 원인과 증상이 다양해 단순히 ‘어지럽다’는 증상만으로는 원인 파악이 쉽지 않고, 방치할 경우 증상이 급속히 악화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라고 조언한다.

내이의 이상으로 생긴 말초성 어지럼증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석증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대표적 전정기관 이상 병증이다. 

우리나라 말초성 어지럼증의 권위자인 장기홍 은평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나 ‘이석증’과 관련한 이러저런 궁금증을 들어보았다. 

 

장기홍 은평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장기홍 은평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Q. 수초에서 수분에 이르는 갑작스러운 어지러움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는 분들이 ‘이석증’이라는 아직 좀 생소한 진단명에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석증’에 대한 대체적인 설명부터 부탁드린다.

우리들이 평형을 유지 위해, 즉 직립보행을 하면서 넘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작용하는 기관은 크게 4가지다. 시각정보, 관절에서 오는 정보, 귀의 전정기관에서 오는 정보 그리고 이 3가지를 취합해 통합하는 소뇌가 그것이다. 이 중 이석증은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겨 잘못된 정보가 소뇌로 전달돼 생긴다.

내이(內耳)에는 어지럼을 담당하는 전정과 반고리관이 있는데 반고리관은 우리 몸의 가속과 회전운동에 반응하고, 전정은 우리 몸의 수직 또는 수평 움직임에 반응한다. 보통 척추동물에는 반고리관이 전반고리관, 후반고리관, 수평고리관 등 세 개가 있어 세(3)반고리관이라고 한다.

전정에는 구형낭과 난형낭이 있는데 이 두 곳에 어지럼증을 감지하는 감각세포가 존재한다. 이 감각세포에는 섬모가 달려 있으며 이 섬모들은 젤라틴과 미세한 돌 모양의 이석으로 이루어진 이석막에 박혀있는데  이석이 특정할 수 없는 이유로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이석이 제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영향을 주는 현상을 이석증이라고 한다. 

구형낭에 박힌 이석이 떨어져나간다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문제는 세반고리관과 인접해 있는 난형낭에 붙어 있던 이석이 떨어져 세반고리관으로 흘러갔을 경우다. 

이석들이 떨어져 나와 인접한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머리의 회전운동에 과민하게 반응해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세반고리관 중 어느 관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Q. 이석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돌 하나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일종의 다발을 일컫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석이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편의 상 ‘돌 석(石)’자를 쓰긴 하지만 사실 돌은 아니고 칼슘부스러기다. 이게 원래 붙어있던 곳에서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는데 원리는 이렇다.

세반고리관은 안은 림프액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움직이면 림프액이 그에 맞게 적절하게 움직이며 가속과 회전을 제어한다. 그런데 이석이 림프액 속으로 떨어질 경우 림프액의 정상적인 움직임을 방해해 어지럼증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는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떨어져 나온 이석 때문에 림프액이 더 빠르게 움직이게 돼 급하게 가속이 붙어 회전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장기홍 은평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장기홍 은평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Q. 내이 문제로 인한 어지럼증인 메니에르병이나 전정신경염과 이석증은 어떻게 다른지?

이석증에 의한 어지럼증은 난청, 이명, 이충만감이 있는 메니에르병이나 난청 없이 하루 이상 길게 지속되는 전정신경염과는 차이가 있다. 이석증과 다른 어지럼증은 증상의 지속시간에서 차이가 난다.

이석증에 의한 회전성 어지럼증의 지속시간은 보통 1분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메니에르병은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지속되고, 전정신경염에서는 하루 이상 지속된다.

또한 이석증의 경우에는 난청이나 이명 등의 증상이 없다는 것도 구별되는 점이다.

#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

발작성으로 나타나는 회전감 있는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 이명(귀울림), 이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등의 증상이 동시에 발현되는 질병으로, 1861년에 프랑스 의사 메니에르(Meniere)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다. 아직까지 병리와 생리 기전이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내림프 수종(endolymphatic hydrops)이 주된 병리현상으로 생각되고 있다. 메니에르병은 급성 현기증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내이 질환이다.

# 전정신경염(vestibular neuritis)

전정 신경염은 이 전정신경에 발생한 염증으로 인해 전정말단에서 기시되는 구심성 신호가 갑자기 단절되어 환자가 어지럼증을 경험하는 질환이다. 심한 어지럼증과 구역, 구토가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수시간 동안, 길게는 하루 이상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에도 수일간 회전성 어지럼증이 지속되고, 정상 쪽을 향하는 안진(눈떨림)이 발생하여 안진의 급속 성분 방향을 따라 세상이 도는 것 같은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고, 구역과 구토가 나타난다.

Q. 이석증은 어떤 분들이 자주 걸리는가? 예방법도 궁금하다

이석증은 두부(頭部) 외상, 낙상 등에 의해 잘 나타나며 전정신경염과 같은 내이 염증, 노화 등으로도 발생한다. 그러나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 않는 경우도 약 절반 정도다.

저절로 증상이 소실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진정작용이 있는 약을 복용하면서 관찰하는 경우도 있고 원 위치에서 벗어난 이석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놓는 이석치환술 혹은 이석정복술등을 이용한다.

보통 예후는 양호하나 이석이 들어간 세반고리관이 하나 이상이거나 이석치 도중 주위의 다른 세반고리관으로 이석이 들어가는 경우 치료에 애를 먹는 경우도 드물지만 없지 않다.


Q. 이석증 치료는 어떻게 하나?

일단 전체 환자 중 절반 정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히 증상이 호전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석이 림프액에 녹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는 원래 자리에서 떨어져 나온 돌을 운동을 통해 본래 자리로 돌아가게 해서 증상을 낫게 한다. 이것을 이석정복술이라고 부른다.


Q. 이석증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하면 100% 재발되지 않는다’는 예방법은 없다. 다만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두부외상을 조심하고 내이의 염증이 원인이 되므로 감기 등에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격을 줄 수 있는 급격한 머리 움직임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음주와 과로도 피하면 좋다.

 

장기홍 은평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Q. 이석증 환자가 최근 들어 많아진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꾸준히 비슷한 비율은 유지하고 있는지?

이석증에 의한 어지럼증은 말초성 어지럼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여러 통계를 보면 그 환자 수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질환 자체의 발병율이 증가하기보다는 방송이나 인터넷 등에 의해 질환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의료체계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이석증으로 진단 받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Q.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인터넷 상 정보나 주위 사람들의 의견에 휩쓸리거나 “내 병은 내가 안다”며 자체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이명이나 난청 등을 앓고 계신 분들이 갑자기 어지럼증이 왔을 경우 “난 달팽이관 쪽에 문제가 있으니 이석증은 아닐거야, 다른 이유일 거야"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고 있다가 병을 키워서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또 하나 이석증이 재발한 환자의 경우 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이석정복술을 시도해서 증상을 완화시키려는 분이 있는데 일단 이석증 증상이 발현한 환자는 만취한 이들보다 더 많이 어지러운 상태기 때문에 더 위험해 질 수 있다.

또 같은 환자에게 재발했다고 해도 전반고리관, 후반고리관, 수평고리관 중 어떤 곳에 이석이 들어가 문제가 생겼는지는 매번 달라서 처치도 달라야 한다.

이명이나 난청이 있다고 해서 이석증이 더 잘 생긴다고 할수도 없지만 생기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전정기관 문제로 인한 어지럼증은 병원에 오면 정확히 진단할 수 있으므로 꼭 병원에 내원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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