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성 지방간 치료길 열리나 … 질환 표적 제시
알코올성 지방간 치료길 열리나 … 질환 표적 제시
정원일 교수 “간(肝)에 신경계와 유사한 대사시냅스 존재”

“비 알코올성 지방간 등 기타 간질환 연구에도 기여할 것”
  • 박정식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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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체의 화학공장이라 불리는 간(肝)의 기능을 신경학적 경로로 조절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30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정원일 교수(KAIST) 등 연구팀이 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역할을 규명하고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알코올 분해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간세포가 글루타메이트를 분비하고, 인접한 세포의 글루타메이트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생겨 알코올성 지방간이 유도됨을 알아냈다. 활성산소 그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분비되는 대사전달물질(metabo-transmitter) 글루타메이트와 그 수용체의 상호작용이 지방간 발생의 핵심임을 밝혀낸 것이다.

만성 알코올 섭취시 마리화나와 유사한 엔도카나비노이드가 생성돼 지방대사를 교란, 중성지방 축적을 유도한다는 것은 연구팀의 선행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었다.

 

간세포와 간성상세포 사이 양방향 신호전달계(Metabolic synapse)를 통한 알코올성 지방간 형성 기전도. (자료=KAIST)
간세포와 간성상세포 사이 양방향 신호전달계(Metabolic synapse)를 통한 알코올성 지방간 형성 기전도. (자료=KAIST)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 생성을 촉발(trigger)하는 상위 조절자로서 글루타메이트와 그 수용체의 역할을 규명했다. 에너지 생산에 쓰이는 글루타메이트를 알코올 분해에 따른 스트레스에 저항하기 위해 사용하는 셈이다.

8주간 알코올을 섭취한 생쥐모델의 간에서는 글루타메이트 분비를 돕는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 단백질이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은 생쥐에 비해 많이 발견됐다. 또한 이 생쥐모델에서 약물이나 유전자억제를 통해 글루타메이트,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나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단백질을 억제할 경우 지방간 발생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실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혈중 글루타메이트 농도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간생검 조직에서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와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단백질이 현저히 많은 것으로 나타나 생쥐 모델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정원일 교수는 “신경세포간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처럼 간에도 신경계와 유사한 대사시냅스(metabolic synapse)가 존재함을 제시한 것”이라며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비(非) 알코올성 지방간과 같은 기타 간질환 등의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및 교육부·한국연구재단 글로벌박사펠로우십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제1저자로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원묵 박사가 참여했으며, 미국 국립보건원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성과는 대사분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8월30일자(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아래는 연구팀과의 미니 인터뷰.

 

KAIST 정원일 교수(가운데)와 연구진. (사진=KAIST)
KAIST 정원일 교수(가운데)와 연구진. (사진=KAIST)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이전 연구에서 알코올 급여시 간성상세포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가 분비되고 이것이 간세포의 CB1R 수용체를 통해 지방대사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어떻게 간성상세포가 엔도카나비노이드를 분비하는지 그 기전을 지난 10년간 추적했다.

흥미롭게도 간이식의 경우 신경 연결 없이 혈관과 담관의 연결만으로도 모든 기능을 즉각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환자가 회복하는 모습을 봤다. 이를 통해 간내 신경계와 유사한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연구는 실제 환자의 샘플과 동물모델에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하는 중개 의학 (translational medicine)을 적용해 연구를 수행했다. 실험실에서의 연구결과가 실제 임상에 적용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경우 생검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샘플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김원 교수님의 협조로 어렵게 샘플을 구할 수 있었다.

간 내에서 일어나는 항산화물질 생성과 글루타메이트의 분비기전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혈액분석보다는 유사 모델 개발이 절실히 필요했는데, 제 1저자인 최원묵 박사가 페쇄 간 관류시스템(closed liver perfusion system)을 고안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수 십년간 간질환에 대한 연구가 있었음에도 치료제가 전무했던 것은 간을 단순히 대사장기 (metabolic organ) 혹은 면역세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면역학적 장기(immunologic organ)로 생각하고 이들의 역할과 질병과의 연관성에만 주로 연구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신경학적 간(neurologic liver)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간 내 독자적인 대사시냅스(metabolic synapse)의 존재 가능성을 제시한 점이 가장 차별화된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표적을 제시했고 이에 대한 치료물질 개발을 수행한 후, 여러 테스트를 통해 예방약 또는 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지는 환자들에게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후속 연구계획으로는 간내 유사신경계 신호전달에 따른 세포들의 다양한 반응을 연구하고 이들을 상호작용에 따라 광범위한 간질환(지방간, 간섬유화, 간경변 및 간암) 발생과의 연관성을 연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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