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삼아제약] 74년 굳건한 가족동맹 ... 결과는?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삼아제약] 74년 굳건한 가족동맹 ... 결과는?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8.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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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압구정로)에 위치한 삼아제약 본사.
하루 종일 비가 내린 8월 15일(광복절),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삼아제약 서울사무소 앞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곳은 서울사무소로 돼 있지만 사실상 삼아제약의 본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세 살 건강 여든까지 갑니다’라는 광고로 유명한 어린이종합영양제 ‘노마골드’는 삼아제약의 히트제품이다. 삼아제약은 어린이 영양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노마골드’ 외에도 ‘코코시럽’ 등 소아청소년용 의약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어린이 의약품 전문 제약사’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출발은 한국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 고 허유 회장이 설립한 보건제약소가 모태다. 이후 1963년 허유 회장의 아들 허억 명예회장(83)이 회사의 대표를 맡으며 경영에 참여했다. 사명은 수차례 바뀌었다. 1966년 삼아약품공업사, 1973년 삼아약품공업주식회사, 1998년 삼아약품주식회사로 했다가 2000년 코스닥 상장 이후 2007년 삼아제약주식회사로 변경,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삼아제약은 현재 호흡기계, 피부·비뇨기계, 소화기계, 항생제, 해열·진통·소염제 계열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주로 제조·판매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의약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워온 삼아제약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며 74년차 ‘업력’을 다지고 있다. 

 

3세 오누이 경영으로 ... 탄탄한 가족 경영

오너 2세 허억 명예회장의 경영 바통을 이어받은 건 그의 장남이자 창업주의 손자인 허준 회장(49)이다. 허준 회장은 2002년 10월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허억 명예회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 3세 경영의 서막을 열었다.

영국 브래드퍼드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허준 회장은 1997년 3월 회사에 입사해 영업, 개발, 마케팅부를 거쳐 경영수업을 받고 2002년 1월 부사장에 취임, 같은 해 대표직에 오르며 부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2004년 허억 명예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허준 회장과 한만영 사장의 각자대표로 운영되던 삼아제약은 2006년 허 명예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허준 대표가 회장으로 승진, 2009년 허준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3세 경영 체제’를 완성했다.

이후 7년간 이어져오던 단독대표 체제는 2016년 허 명예회장의 딸이자 허준 회장의 동생인 허미애 이사(44)의 합류로 허준, 허미애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허준 대표는 경영총괄, 허미애 대표는 해외사업 파트를 담당하는 구조로 회사는 지금까지 3세 투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허미애 대표는 미국 뉴욕소재 컬럼비아대학교 버나드컬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국제대학원 석사를 수료한 뒤 지난 2005년 5월 삼아제약에 입사해 2010년 3월 등기임원에 합류하면서 이사회 멤버가 됐다.

허준 회장이 수장에 오르며 허억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 물러난 모양새지만 여전히 상근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지키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분 역시 오너 3세를 중심으로 일가가 골고루 나눠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삼아제약 지배구조.
삼아제약 지배구조.

지난 1분기 기준 삼아제약은 최대주주인 허준 회장(44.36%)을 비롯, 2대 주주 허미애 사장(13.13%), 허억 명예회장(3.29), 허 명예회장의 배우자 박진영씨(4.80) 등 오너일가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65.58%에 이른다. 그야말로 가족끼리 똘똘 뭉친 가족중심 경영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 

 

오너가 갑질 논란 ... 수직적 조직 문화 지적

뿌리깊은 가족 중심의 경영문화 때문이었을까. 이 회사는 지난해 오너일가의 해묵은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허준 회장이 임직원에게 막말과 폭언을 행사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같은 내용은 전직 임원의 폭로로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당시 보도내용을 보면 허준 회장은 직원에게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리는 자리에서 잦은 욕설과 폭언, 수치심을 주는 내용의 발언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크게 화가 났을 때에는 재떨이 등 집기까지 집어던졌고, 이런 폭력은 공식적인 자리보다 자신의 집무실 등에서 이뤄졌다고 보도됐다. 

삼아제약 오너가의 갑질 논란은 허준 회장뿐 아니다. 허 회장의 부친인 허억 명예회장도 당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임직원이 업무상 실수 등을 저지르면 시말서 등의 형식이 아닌 자필 반성문 등을 쓰게 하며 직원에게 모욕감과 불편함을 주는 행동을 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뿐이 아니다. 앞서 2015년에는 성추행 논란까지 불거졌다. 한 임원이 여성 영업사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으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았는데,  삼아제약 측은 이 임원에 대해 정직 1개월과 사과문 발송, 교양도서 읽기 처분 등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내용이 당시 언론에 보도돼 물의를 빚었다.  

이와 관련 헬스코리아뉴스는 삼아제약 측에 오너의 리더십에 대해 물었으나 삼아제약 관계자는 “우리선에서 말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당시 삼아제약 측은 이같은 갑질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약업계에 몰아치던 갑질 사건들에 더해진 삼아제약의 갑질 논란을 비판하면서 오너 중심의 수직적 조직문화와 특권의식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관계사 없는 나홀로 수익 구조 ... 해외 실적은 오리무중

삼아제약은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제약업을 해왔지만 계열사나 관계사가 전무한 상황에서 하나의 법인만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계열사와 관계사를 통해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경쟁사들의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 10여년 간의 매출액을 보면 크게 늘지도, 크게 줄지도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669억원으로, 비슷한 업력을 가진 타 제약사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4억원, 순이익은 88억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삼아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547

569

566

546

568

597

659

618

669

영업이익

21

76

93

61

58

61

96

76

94

당기순이익

218

98

120

72

81

72

99

58

88

R&D비용

25

28

38

38

45

49

42

45

49

R&D비율

4.49

5.00

6.80

6.99

7.92

7.73

6.05

6.84

6.79

삼아제약의 실적은 주로 내수 시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자공시상 실적도 모두 내수로만 집계되고 있다. 오너 3세 허미애 대표가 삼아제약의 해외사업 파트를 이끌고 있는 만큼 성과에 눈길이 가지만 대외적으로는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설령 수출 규모가 워낙 적어 실적이나 공시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외사업 매출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일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해외 사업파트가 오너 일가의 자리 보전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내수 시장의 주력 품목은 씨투스, 베포린, 코데날정 등의 호흡기계 분야 전문의약품으로 전체 매출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삼아제약 관계자는 “알레르기용제인 씨투스는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에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 약제로 ‘씨투스 드라이 시럽’은 세계 최초로 알레르기비염 임상을 통해 적응증을 추가했다”며 “씨투스정은 다중제어기술이라는 삼아만의 특허기술로 1일 450mg을 100mg으로 함량을 감소시켜 1회 복용량을 기존의 2캅셀에서 1정으로 바꿔 복약 편리성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업계 평균 정도다. 지난해 투자한 R&D 비용은 매출액 대비 6.79% 수준인 49억원이었다. 중소제약사치고는 적지않은 투자금액이지만, 식약처 승인 신약은 아직 1개도 없다.  

삼아제약 관계자 역시 “주력 파이프라인은 헤브론복합제”라며 “아이비엽 추출물과 레보드로피진 복합제인 헤브론복합제는 급성 상기도 감염 혹은 급성 기관지염의 기침, 가래 치료약물이다” 정도로 회사 입장을 전했다. 

 

제네릭 및 도입품목으로 채워진 포트폴리오 ... 자체 신약은 언제?

사실상 삼아제약은 자체 개발 의약품(신약)보다 제네릭(복제약)과 도입약물로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업계의 관심을 끄는 부분도 관련 품목에 한정돼 있다. 

삼아제약은 지난 7월, 스테로이드 외용제 ‘리도멕스’의 전문의약품 전환 추진과 관련,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제기한 ‘의약품 분류조정 신청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리도멕스는 삼아제약이 일본제약사 코와사로부터 라이센스를 얻어 국내에 들여온 품목으로 주로 유소아의 피부질환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지난 1986년 삼아리도멕스크림 제형, 1989년 삼아리도멕스로션 제형, 2018년 ‘삼아리도멕스크림 0.15%’ 등 3개 품목으로 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바 있다. 이 중 “전문약으로 전환해달라”며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품목은 1986년 허가 받은 ‘삼아리도멕스크림 0.3%’이다.

소송에 앞서 삼아제약은 식약처에 리도멕스를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해달라는 분류조정 신청을 했지만 식약처는 근거 부족을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아제약이 ‘삼아리도멕스크림0.15%’는 일반약 시장에 남겨두고 ‘삼아리도멕스크림0.3%’를 전문약으로 전환시켜 양쪽 시장에서 모두 보험급여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아제약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1심에서 패소한 식약처가 항소를 결정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밖에 최근 이목을 끄는 품목 역시 제네릭 관련이다.

삼아제약은 최근 한국아스트라제카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인 ‘닥사스정 500㎍(로플루밀라스트)’의 복제약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 승인을 받아 관심을 끌고 있다.  

 

삼아제약이 이미 지난 5월 닥사스의 특허 두 건에 대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한 만큼, 특허회피에 성공하고 식약처에서 시판허가까지 받을 경우 2023년 2월 19일이 특허만료 예정일인 ‘닥사스’의 제네릭을 조기 출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허를 회피할 경우 해당 복제약은 9개월간의 우선판매권을 획득,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삼아제약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닥사스 관련 최신 보도자료는 없다”고 말했지만, 특허관련 심판을 청구했다는 것은 그만큼 복제약 조기 출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74년이란 긴 업력에도 불구하고 복제약이나 도입 약물 출시를 통한 기업 운영방침에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비슷한 업력의 경쟁기업들이 수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을 때 이 회사는 왜 매출 600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삼아제약은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변화와 혁신을 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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