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현대약품] 3세 경영 최대 과제는 자체 경쟁력 확보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현대약품] 3세 경영 최대 과제는 자체 경쟁력 확보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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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현대약품 빌딩.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현대약품 빌딩.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마시는 식이섬유음료 ‘미에로화이바’로 대중에게 알려진 현대약품은 올해로 업력 54년차에 접어든 중견 제약회사다.

1965년 고 이규석 회장이 설립한 ‘현대소독화학공업’이 전신으로, 1969년 물파스 출시의 성공과 함께 사업이 번창하자 이 기세를 몰아 1973년 풍전제약을 흡수합병, 같은 해 현대약품공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1978년 주식을 상장하고 2007년 지금의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대약품은 1988년 고 이규석 회장의 아들인 이한구 현 회장(71)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2세 경영을 시작했다. 이한구 회장 취임 1년 후에 출시된 기능성음료 ‘미에로화이바’는 8년 만인 1997년 월 2000만병 이상이 팔리는 현대약품의 주력제품으로 자리매김하며 드링크 음료 시장의 인기제품이 됐다.

현대약품은 미에로화이바 이외에 남성형 탈모치료제 ‘마이녹실’, 복합지사제 ‘디앤탑’, 바르는모기약 ‘버물리’ 등 일반의약품과 고혈압치료제 ‘테놀민’, 소염치료제 ‘제포’ 등 전문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전문의약품 부문에서도 피임약에 강한 제약회사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응급피임약이다. 현대약품은 ‘엘라원’과 ‘노레보원’으로 지난해 각각 시장점유율 41%, 35%를 차지하며 국내 사후피임약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전피임약인 ‘라니아정’을 비롯, 3세대 사전피임약 ‘보니타정’, 질염치료제 ‘플루오미진’ 등 여성의약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실버 질환 제품 개발 등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이는 3세 경영에 들어선 기업의 발전 전략에 따른 것이다.  

 

오너 3세 이상준 사장 체제 본격화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이사 사장.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이사 사장.

현대약품은 지난해 2월 이한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이 회장의 장남인 이상준 사장(43)이 대표이사에 오르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고 이규석 회장의 손자이기도 한 이상준 사장은 동국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샌디에고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고 2003년 현대약품에 입사, 경영기획팀장, 미래전략본부장 등을 거치며 약 14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이후 2017년 11월 신규사업 및 R&D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2월 신임 대표로 선임돼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를 알렸다. 

이로써 현대약품은 지난해 2월 이후 전문경영인인 김영학 사장(57)과 오너 3세 이상준 사장이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상준 사장이 대표에 오르기 전인 2014년부터 2018년 초까지는 부친인 이한구 회장과 김영학 회장이 공동대표로 호흡을 맞추었다. 

 

최대주주는 이한구 회장 ... 오너 3세 지분율은 4%

대표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이한구 회장은 여전히 현대약품의 총수로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반기보고서 기준, 현대약품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지분율은 17.88%에 달한다. 2대 주주인 아들 이상준 사장은 4.22%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이 회장의 딸 이소영씨(44·0.16%)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치면 오너 일가의 지분은 22.98%에 달한다.

 

현대약품 지배구조.
현대약품 지배구조.

이상준 사장은 4%에 불과한 지분을 관계회사를 활용해 보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사장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바이오파마티스와 대표로 있는 크리스텔라를 통해 현대약품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파마티스는 지난 7월 현대약품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 2017년 매수 이후 2년여 만이다. 크리스텔라는 지난 7월 세 차례에 걸쳐 최초로 현대약품 주식을 장내 매입했다. 이로써 바이오파마티스 0.22%, 크리스텔라 0.28%를 보유하게 됐다.

신약 R&D 업체인 바이오파마티스는 지난 2009년 10월 설립될 당시 이상준 사장이 대표를 맡다 지난해 10월 퇴임한 업체로, 이 사장이 지분 5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이 사장 개인회사다. 

온라인 마케팅 업체인 크리스텔라는 2015년 9월 설립 당시 이 사장의 누나인 이소영씨가 대표를 맡다 이듬해 물러나고 이상준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오너 3세 자사주 매도 ... 시장 불안 야기

한편 이상준 사장은 지난 4월 16일 본인이 보유한 현대약품 주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70만주를 장내 매도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사장이 현대약품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만큼 지분 확보가 아닌 주식 매도를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 사장이 지난 2011년 이후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리던 중에 처음으로 매도를 진행한 것이라 일각에서는 후계 구도에 이상기류가 온 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약품에 이 사장 이외에 이렇다 할 후계자가 없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주식매도를 단순한 시세차익 실현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11일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로 결정, 사후피임약 보유기업인 현대약품의 주가가 15% 가량 반등하자, 보유주식을 팔았다고 본 것이다. 이 사장은 당시 주식 매도로 약 40억원의 현금을 거머쥐었다.

이상준 사장이 대표로 있는 아트엠플러스도 4월 16일과 17일 양일간 총 10만주의 현대약품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이 일로 현대약품 주가는 이틀새 7% 가까이 떨어졌고 시장에서는 이상준 사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오너 일가가 주주가치 제고보다 차익실현에 치중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약품은 지난 2006년에서 2008년 사이 20% 이상의 지분을 가진 개인투자자의 경영 개입으로 분쟁이 일었다”며 “지분을 사들여도 모자랄판에 오너가 지분을 매도하는 것은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기업경영에서도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약품 관계자는 “당시에는 2대 주주가 개인주주였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3세경영 이후에도 실적에 큰 변화없어 ... 수익성 갈수록 악화

현대약품은 오너가의 주식 매도로 인한 구설수와 함께 장기간의 부진한 실적도 도마에 올랐다. 

이상준 사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회사 안팎에서는 MBA까지 마친 그가 현대약품의 고질적 문제인 수익성 개선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1339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10여년전의 매출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2억원과 9억원으로 중견제약사의 영업실적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현대약품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1119

1130

1023

1081

1078

1098

1200

1305

1339

영업이익

11

37

-43

22

23

17

25

20

12

당기순이익

30

10

-48

15

15

16

14

15

9

R&D비용

74

98

81

84

82

105

120

140

135

R&D비율

6.60

8.68

7.99

7.85

7.64

9.52

9.98

10.76

10.07

영업이익률도 최근 5년간 1~2%에서 지난해 0.9%로 하락했다. 제약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7%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전반적인 경영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진한 수익성의 원인은 높은 상품매출 비중과 과도한 판매관리비, 연구개발비 투자 등으로 지목된다. 특히 타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높은 상품매출 비중이 수익성 개선의 최대 걸림돌로 분석된다.  

현대약품의 연간 상품매출 비중은 2014년 26%에서 2017년 41%로 매년 상승하다 지난해 38%로 소폭 감소했다. 주로 다국적 제약사의 품목을 도입해 판매하는 상품매출 비중이 높으면 자연스럽게 매출원가율이 높아지고 이윤은 낮아진다.

이와 관련 현대약품 관계자는 “상품매출이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라는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며 “상품매출 비중은 원래 그 정도였고 의약분업 이후 원가비율이 올라갔음에도 제약회사로서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의약품 연구개발(R&D)을 늘려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D 중심 제약사가 목표 ... 자체 의약품 개발에 총력”

실제로 현대약품의 R&D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6.6%에 불과했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최근 10%대를 넘어섰다. 이는 제약업계 평균(7~8%)을 웃도는 것이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이상준 사장은 미래전략 본부장으로 있을 때부터 연구개발 업무에 주력하며 치매, 파킨슨 관련 정신과 약물 도입을 추진해 성장세로 이끌었다”라며 “이러한 분야가 향후 단기 매출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약품은 지속적으로 개발비를 투입해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치료제 등 자체 의약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부언했다.

현대약품측은 “그 성과로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당뇨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HD-6277’ 결과 발표를 진행했고 현재 독일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는 등 성과가 가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작은 회사에서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R&D를 대폭 늘리면서 영업이익률은 떨어졌지만 R&D를 키포인트로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등 연구개발 쪽으로 7~8년 동안 투자하면서 연구개발 중심의 제약회사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을 근거로 본다면 현대약품은 꽤 오랜기간 자체 신약이나 경쟁력 있는 의약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 해온 셈이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같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현대약품이 개발한 식약처 허가 신약은 단 1개도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해외 의약품 도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치열한 혁신신약의 경쟁무대가 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지 의문이다.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주장과 달리 투자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한방’이 없는 현대약품. 오너 3세의 최대 과제는 경쟁력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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