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 동국제약도 ‘잘 모르는’ 마데카솔 상표권 비화
[잠망경] 동국제약도 ‘잘 모르는’ 마데카솔 상표권 비화
구주제약, 프랑스 기업 상대 상표권 취소심판

심판 이기고도 확정 전 취하

동국제약, 심판 취하 이틀 후 상표권 양수

가까스로 지켜낸 국민 브랜드 가치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8.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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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약 '마데카솔'
동국제약 '마데카솔'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상처치료제 대명사로 자리 잡은 동국제약 '마데카솔'. 지난 1970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49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자사 제품에 '마데카솔'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유명세에 편승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동국제약의 상표권에 가로막혀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상표권이 마데카솔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천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상표권이 과거 다른 제약사에 의해 사라질뻔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데카솔은 동국제약이 1970년 프랑스의 라로슈 나바론사(社)로부터 들여와 국내에 처음 선보인 약이다. 1984년에는 국내에서 제조 허가를 받아 원료의 추출에서부터 완제품의 생산까지 전(全) 과정을 자체 기술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당시 제품은 동국제약이 만들어 팔았지만, 상표권은 여전히 나바론사가 가지고 있었다. 

동국제약이 직접 제조해 팔기 시작하면서 마데카솔의 매출은 서서히 늘기 시작했고, 다른 기업들도 이 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마데카솔의 상표권에 도전한 제약사가 나타났다. 구주제약이었다.

구주제약은 지난 1994년 당시 마데카솔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던 나바론사를 상대로 상표권 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나바론사가 별도의 사용권을 설정하지 않고 다른 기업에 마데카솔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게 했다는 것이 구주제약의 주장이었다.

당시 상표법은 상표권자가 전용사용권 또는 통상사용권을 설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6개월 이상 사용하게 한 경우 해당 상표권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현재 특허심판원에 해당하는 심판소는 2년여 고민 끝에 "나바론사는 1975년 A사 및 B사에 (전용 또는 통상사용권 설정 없이) 마데카솔 상표의 사용을 허락한 사실이 있다. 타인에게 마데카솔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6개월 이상 사용하게 했으므로 그 등록이 취소됨을 면할 수 없다"며 구주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해당 심판이 확정되기 열흘 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구주제약이 돌연 심판을 취하한 것. 이로부터 불과 이틀 뒤 동국제약은 곧바로 나바론사로부터 상표권을 양수했다. 

구주제약은 이후 마데카솔의 주성분인 센텔라정량추출물에 스테로이드 성분인 초산히드로코르티손과 항생제 성분인 황산네오마이신을 더한 제품을 '코티센연고'라는 명칭으로 판매해 왔다. 이 제품은 올해부터 '센테라피연고'라는 제품명으로 팔리고 있다.

구주제약이 어떤 이유에서 이미 이긴 심판을 취하했는지, 구주제약의 심판 취하와 동국제약의 상표권 획득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이와 관련해 동국제약에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했으나 "이미 20년이 지난 일이어서 관련자가 많지 않고, 당시 근무했더라도 관련 사안을 아는 직원을 찾을 수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데카솔 브랜드는 나바론사가 구주제약과 심판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또 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나바론사의 새 주인이 된 프랑스의 로슈사가 공짜로 마데카솔 상표를 사용하고 있던 동국제약에 마데카솔 브랜드를 회수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당시까지 동국제약은 나바론사의 전(前) 오너와 긴밀한 관계 덕에 로열티 단 한 푼 내지 않고 마데카솔이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있었다.

동국제약은 마데카솔의 브랜드를 바꿔야 하는지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브랜드를 지키기로 하고 로슈사와 협상에 돌입,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만약 마데카솔 상표권이 그대로 취소됐거나, 동국제약이 브랜드를 포기했다면, 다수 기업이 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 제품을 출시해 마데카솔은 그 가치가 희석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회사 측의 발 빠른 조치와 적절한 판단 덕에 마데카솔은 지금의 유명 브랜드가 됐고, 상표권은 더욱 공고해져 다른 기업이 쉽게 넘보기 어려운 장벽이 됐다.

실제 몇몇 기업이 화장품이나 비누 등 생활용품에 마데카솔 상표를 사용하기 위해 동국제약을 상대로 상표권 취소 심판을 청구했으나, 특허심판원은 "이미 마데카솔이 동국제약의 상표라고 인식할 만큼 잘 알려져 있고, 특히 의약품으로 유명한 해당 상표를 화장품 등에 사용하면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데카솔 사례를 보면 상표권이 일반의약품의 브랜드 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잘 알 수 있다"며 "마데카솔은 이미 다른 기업이 넘보기 어려운 브랜드로 성장한 만큼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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