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정신질환자 갈곳이 없다
고통받는 정신질환자 갈곳이 없다
인천 · 경기 등 정신병원 개원 잇따라 무산

의료계 "치료하지 않으면 더 큰 사고 발생"

한국인 이기주의 심각한 수준 ... 인식 바꿔야
  • 박수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8.0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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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사람들은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경각심을 얻고 법적인 것이든 뭐든 그때만 반짝 관심을 둔다. 그러다 내 집 주변에 정신병원이 들어선다고 하면 반대 시위를 한다.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일이 아니다. 넓게 생각해야한다. 그 사람들을 방치해 두는 것 보다 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지역사회의 범죄예방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최근 이재현 인천광역시 서구청장이 정신병원 개원을 불허한 것과 관련, 의료계의 한 인사는 이같이 말했다. 

인천서구청은 최근 정신병원 개원을 두고 지역주민과 일부 시·구의원들까지 지역 내 정신병원 개설을 반대하자 지난달 30일 복지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인천 서구 검단 원당사거리에 입주 예정이던 A정신병원의 개설을 불허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인천 서구의 정신병상 수급여건이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 초과지역이고 병상수급계획에 따른 총량을 고려해 정신병상의 추가 신설 배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서구청의 설명이다.

서구청은 “‘제7기 인천광역시 중장기 지역보건의료계획’과 ‘인천광역시 서구 의료기관 및 병상 수급 계획’도 감안했다"며 "A병원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앞서 한 차례 개설허가를 반려받은 A병원측은 “구청말대로 라면 우리나라 어디에도 정신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며 구 행정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A병원은 지난 4월 처음으로 인천 서구 보건소에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구 보건소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이 아닌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내세워 전문의 수가 부족하므로 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 개설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실제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제11조 제2항 별표4에 있는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기준’은 입원환자 60명당 1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두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허가를 반려한 것이다.

이후 A 병원은 기존 186개 병상에서 59개 병상으로 축소, 간호사 등을 채용해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다시 신청했지만, 서구보건소는 병원개설 허가 행정처리 시한을 보름가량 미루다가 지난달 30일 주민설명회를 열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와관련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고통받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국가적 인식개선에 역행하는 반인권적 자치행정”이라며 “9일 오전 11시 인천광역시 서구청 앞에서 정신병원 개설을 불법적으로 불허한 이재현 인천광역시 서구청장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이동해 이재현 청장에 대해서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정신병원의 개원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2018년 임세원 교수 살인사건에 이어 지난 4월 진주 방화·살인사건까지. 이들 사건은 모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정신질환자에 의해 일어난 비극적 사건이다. 이 때문에 고위험 정신질환자 관리 대책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정신병원 설립문제는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매번 무산되고 있다. 

내 가족이 정신질환자라면 몰라도 타인의 치료시설은 안된다는 배타적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4월 만성적자로 폐업했던 경기도립정신병원을 24시간 정신질환자 진료 및 관리 체계를 갖춘 ‘새로운 공공 응급정신병원’으로 재개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는 살해 사건과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신질환 치료체계와 통합적인 대책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지역 커뮤니티에는 “지금이라도 허가 취소해야하는 것 아닌지“, “우리 동네에 중증정신질환 환자들 다 오는거 아니냐. 애들 학교도 못보내겠다”, “마음놓고 동네도 못 돌아다닐 것 같다”, “제대로 치료 못해서 강력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등의 글이 올라오는 등 정신병원 설립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오산시는 경기도립정신병원 실제 운영자를 이중개원 혐의(의료법 위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신병원이라고 해서 모두 중증환자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며 “ADHD(주의력결핌 과잉행동장애), 공황장애, 불안장애, 산후우울증 등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기관이기도 하다.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신질환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감기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한다. 감기 걸리면 병원가서 진찰받고 약먹고 하지 않나”라며 “정신질환 또한 마찬가지다. 머리와 마음이 아픈거다. 상담 받고 약 먹고 관리를 받으면 괜찮아진다. 인식이 개선돼 쉽게 병원에 갈 수 있다면 살인사건 등의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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