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구 100만시대⑥-끝] “치매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나라 만들어야”
[치매인구 100만시대⑥-끝] “치매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나라 만들어야”
[인터뷰]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치매는 국민 대부분이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질환”

2019년 치매인구 72만, 2024년 100만, 2039년 200만

2050년 지금의 4배 ... 세계 어느 나라보다 증가속도 빨라

국가의 힘 또는 가족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어

금연교육 · 성교육처럼 치매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8.08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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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치매는 암과 함께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 됐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61만명이 넘는 치매 환자가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의하면 불과 25년 뒤에는 4인 가구 기준 다섯 집 중 한 집에 치매 환자가 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야말로 치매인구 폭발시대를 맞는 것이다.

현장에서 치매환자를 만나온 전문가들은 치매란 이제 더 이상 특정한 환자 개인이나 그 가정 혹은 노인 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정신적·경제적 비용 등 사회구성원 모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불과 5년 뒤면 우리나라는 치매인구 100만 시대를 맞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치매문제 해결을 위한 시리즈를 마련했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치매는 국가의 힘만으로 또는 가족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치매와 친해져야 합니다. 우리 센터의 표어처럼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가 돼야 합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치매란 국민 대부분이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질환이 됐다”며 “무엇보다 우리 사회를 치매 친화적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나 직장에서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금연교육이나 성교육처럼 치매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중앙치매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기웅 교수로부터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들어보았다. 


 

2024년 기점으로 치매인구 100만 시대 돌입

 Q.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 유병 인구와 향후 추이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이하 김) :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 숫자와 유병률 모두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치매인구는 72만명 정도이고 5년 후인 2024년을 기점으로 치매인구 100만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39년이 되면 200만을 넘기게 됩니다.

지금 65세 이상 어르신 중에는 열 분 중 한 분이 치매를 앓고 있지만 80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네 분 중 한 분이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이 83세 정도 되니까 다시 말하면 우리 국민 네 분 중 한 분은 생을 마무리하기 전에 2,3년 정도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다는 겁니다. 또 결혼한 성인이라면 양가 부모 네 분 중 한 분에게는 치매가 찾아온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더 이상 치매는 특별한 질환이 아닙니다.

 

중앙치매센터를 방문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기웅 센터장

Q. 치매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인가요?

김 : 세계적으로도 치매 환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치매 인구 증가는 범세계적인 추세인 건 분명합니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선진국들 같은 경우는 앞으로 2050년까지 치매환자 증가율이 150% 정도로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더 빠릅니다. 같은 기간 동안 치매 인구 증가율이 400%로 예상됩니다.

증가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이게 민간에서 혹은 가족들이 스스로 알아서 대응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 7% 이상을 의미하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14% 이상)를 지나 초고령사회(20%)로 가는 기간이 다른 선진국들은 75년 정도 걸렸는데요. 우리나라는 그 3분의 1인 2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우리사회에 특별히 치매에 잘 걸리게 하는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고 나이가 치매의 가장 큰 요인이다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 치매문제를 국가가, 국민들이 너무 불편하시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이 더 시급한 상황입니다.

Q. 빠른 고령인구 증가 속도 외에 우리 사회만의 특별한 요인들은 없을까요?

김 : 예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성격의 두 가지 요인이 서로 상쇄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우선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학력수준이 낮아 치매를 더 많이 발병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학력이 높을수록 생애동안 뇌를 더 많이 사용해 치매에 덜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세계 어떤 나라와 견주어도 탁월한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자리 잡고 있어서 이 체계 덕분으로 치매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 두 요인이 각각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비슷한 정도로 끼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2008년 ‘치매와의 전쟁’ 선포 ... 2012년 중앙치매센터 설립

Q. 국가차원의 치매 관리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치매센터’가 문을 연 지도 7년이 됐습니다. 센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김 : 논의는 2008년 9월 당시 이명박 정부가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정부는 세 차례 치매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고요. 저희 센터는 지난 2011년 제정되고 2012년 2월 발효된 ‘치매관리법’에 따라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발효 3개월 후인 2012년 5월 제가 일하고 있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중앙치매센터’로 지정됐습니다. 예산을 받고 활동을 시작한 것은 그해 7월이고 11월에 판교에 독립된 공간을 얻어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게 된 것이지요.

 

2018년도 광역치매센터 성과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경기도 광역치매센터

Q. 중앙치매센터가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뭐라고 봐야할까요.

김 : 네. 그것은 무엇보다 ‘한국형 치매서비스망’ 구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전기나 수도 시설처럼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국가가 제공하는 치매서비스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일산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그리고 두 번째는 국가 차원의 치매 인식 개선과 관리 역량 제고 사업입니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자리 잡혀 있더라도 그 시스템을 모르는 분들이 많고 또 운용할 인력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선도적 연구 개발을 통한 치매 극복 기반 구축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가 현재의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의 성격이라면 마지막 세번째는 치매 환자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24시간 연중무휴 운영되는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 업무와 지난해 8월부터 실시 중인 공공후견인 제도의 중앙지원단 사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 열린 중앙치매센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업무협약식

 

‘치매국가책임제’ 선언 이후 범정부적 과제로 자리 잡아

Q. 2년 전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했는데요. 이후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치매와의 전쟁’을 정부 차원에서 선포한 것은 11년 전이지만 그 당시에는 담당부처(보건복지부) 차원의 과제로 인식됐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한 이후 범부처적인 과제로 위상이 올라갔습니다. 좀 더 힘이 실리게 됐다고 할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2일 서울 세곡동에 있는 치매환자 요양병원 '서울요양원'을 찾아 치매 환자 가족들과 봉사자, 요양원 직원 등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또한 광역지방자치단체마다 광역치매센터가 생겼고 전국 256개 시군구에는 모세혈관과 같은 치매안심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국가 차원의 치매 관리 체계가 ‘치매와의 전쟁’ 선포 10년 남짓 만에 이제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세계적으로도 우리보다 먼저 이렇게 국가 차원의 치매 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 정도일 뿐입니다. 우리나라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치매국가책임제 주요 내용

(가정에서 치매어르신을 무리하게 감당함에 따라 가족갈등, 가족해체 등의 고통, 치매치료 및 간병으로 인한 가계 부담, 돌봄부담에 따른 실직, 정서적 고립을 줄여주는 치매 보호체계 구축)

⒈치매어르신과 가족에 대한 정보제공, 1:1 맞춤형 사례관리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에 대한 1:1맞춤형상담, 서비스 연계,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됨

⒉치매어르신 모두에게 장기요양 서비스 제공 가능
►앞으로 신체기능이 양호한 경증 치매어르신도 장기요양 서비스(인지지원등급 신설)를 받을 수 있게 됨

⒊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장기요양 서비스 확충
►치매전문주야간보호시설과 치매안심형 입소시설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대폭 확충되어 어르신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게 됨

⒋치매환자에 대한 의료지원 강화
►정신행동증상으로 시설이나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 치매어르신은 전국적으로 확충될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통해 단기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음

⒌치매요양비 및 의료비 부담 대폭 완화
►치매진단검사에 대한 건강보험적용,장기요양본인부담 경감을 통해 비용부담이 낮아짐 (중증치매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10%로 인하됨)

⒍치매 친화적 환경조성
►노인 여가시설인 노인복지관에서도 치매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
 

Q. 하지만 아직도 언론지상에서는 치매로 인한 가족파괴, 심지어는 간병살인 사건 등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는데요.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것을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서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시스템은 잘 자리 잡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아서라고 봐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김 : 물론 두 가지 모두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몇 년 전만 해도 시스템이 미비해서 특히 인프라가 약한 지방의 경우 공공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가 부족했던 측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역치매센터와 치매안심센터 설립, 그리고 치매국가책임제의 적극적인 구현으로 이러한 문제는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인식의 문제는 분명히 남아있습니다.

 

5월 말 열린 중앙-광역치매센터 직원 역량강화 워크숍


독거노인이나 노인부부 가정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자식들과 함께 살더라도 하루하루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저의 센터와 같은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다는 것을 공개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되도록 가족 안에서 감당하려는 정서도 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치매 친화적인 사회’ 만드는 것이 궁극적 과제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김 : 사실 공공영역이 치매에 관련한 모든 부문을 책임지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저희들의 역할은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부문 측 커다란 전달,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것까지입니다. 최종 목표는 우리 사회가 ‘치매 친화적인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1990년대 초까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시설 중심의 정책을 폈습니다. 치매 환자를 양질의 요양 시설에서 지내도록 한 것이지요.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부터 대부분 나라가 그 정책을 더 추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늘어나는 치매 환자를 시설에서 계속해서 수용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 다른 하나는 환자의 인권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2018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 표지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도 다르지 않습니다. 치매 환자들이 각자 지역사회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 전반의 치매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선뜻 고르지 못하고 망설이거나, 은행 현금지급기 앞에서 머뭇거린다든지, 아니면 버스에서 자꾸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든지 하면 누구나 바로 지역 치매안심센터나 우리 콜센터로 연락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합니다.

사회 전반에 깔린 치매에 대한 소양이 중요한 것인데요. 누구나 치매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갖추고 이런 경우 어디에 연락해야 한다는 정보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치매’는 국가의 힘만으로 또 가족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습니다. 치매 환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학교나 직장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금연교육이나 성교육처럼 치매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이 점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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