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암치료 시대 갔다“
“주먹구구식 암치료 시대 갔다“
[인터뷰] 중앙대병원 신종욱 부원장 겸 암센터장

"암은 빠른 진단과 치료가 관건 ... ‘원스톱 패스트트랙’ 진료 선언"

"유전자가위에 항암제 탑재 ... 암세포만 선택적 제거 연구 중"

"다학제 협진시스템 강화 ... 암 토탈케어센터 도약이 목표"

"암치료기법 갈수록 발전 .. 한의학·민간요법 보다 현대의학 믿어야"
  • 박수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8.07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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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신종욱 부원장 겸 암센터장(호흡기내과)
중앙대병원 신종욱 부원장 겸 암센터장(호흡기내과)

[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암센터 개소 초창기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시스템이 자리 잡아 가면서 다른 진료과 의료진이 각자 암 분야의 예방·진단치료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높이고 전이암, 재발암을 예방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요즘은)나를 못살게 굴 정도로 의료진과 임직원들이 활발하게 병원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환자들이 신속하면서도 부작용 걱정없이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중앙대병원 신종욱 부원장 겸 암센터장은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암센터 개소 후 100일을 맞은 소회를 이같이 전했다.

신 센터장의 소회에는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노력이 묻어난다. 타 병원 암센터와 차별화를 두고자 암센터 개소와 동시에 ‘원스톱 패스트트랙’ 진료를 선언하며 주목받았기에 더욱 그렇다.

원스톱 패스트트랙은 중앙대 암센터 소프트웨어의 핵심 시스템이다. 당일 진료 및 검사, 3일 이내 조직검사 진단, 1주일 이내 수술 및 시술이 가능하다. 신규 암환자가 콜센터나 인터넷으로 진료를 예약하면 암 전담 코디네이터 간호사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담 간호사는 상담을 통해 환자 상태를 면밀히 파악한 뒤 적합한 진료과를 선택하도록 돕고 빠른 진료 및 검사와 수술이 이뤄지도록 스케줄을 구성한다. 치료 후엔 환자 교육 및 상담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100명의 환자를 볼 땐 빨랐던 패스트트랙이 200명을 볼 때 느려지는 일이 없도록, 탄탄한 다학제협진 및 전담 코디네이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긴 대기시간”이라며 “원하는 교수에게 진료받으려면 길게는 2~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초진 때 30~40분 기다리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환자가 많아지면 병원 경영진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겠지만 환자는 대기시간으로 인해 초조하고, 불안하고, 짜증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간적 제약으로 타 대학병원 암병원보다 하드웨어의 규모는 작지만 소프트웨어의 질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신장암, 전립선암, 대장암, 림프암 등은 유독 전이 속도가 빨라 조기진단 및 치료가 중요한데, 유사질환을 감별하는 데에만 3~6개월 소요돼던 문제도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에게 중앙대 암센터에 대해 들어봤다.

 

Q. 중앙대병원 암센터만의 특화된 부분이나 장점, 타 병원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신종욱 센터장

암센터는 원래 잘했던 분야, 현재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분야, 앞으로 잘해야 하는 분야를 각각 1·2·3단계로 나눠 특화 육성하고 있다. 중앙대병원은 전통적으로 갑상선암 등 갑상선질환, 유방암, 전립선암 등 비뇨기질환 분야에서 상당히 강세를 보여왔다. 원래 잘했던 분야는 1단계로 그동안 해왔던대로 유지 발전시키면 된다.

2단계로 현재 집중육성하고 있는 분야는 폐암과 위암·간암·대장암 등 소화기암이다. 특히 폐암은 최근 국내 환자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폐암 국가암검진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시대 소명의식을 갖고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폐암과 소화기암에 대한 최소침습적수술, 즉 로봇수술이나 복강경수술 등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암센터 운영이 어느정도 체계화되면 3단계로 희귀암, 난치암, 소아청소년암, 혈액암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싶다.

우리 암센터는 암환자의 지지요법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암환자는 신경성 위장병, 과민성 대장증상, 신경성 통증, 두통, 불면증, 어지럼증 같은 스트레스성 신체 증상과 우울·불안·불면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을 확률이 매우 높다.

암센터 내 신경심리스트레스클리닉은 내과, 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간의 긴밀한 협진을 통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암환자 지지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상담치료와 약물치료에 더해 환자의 재활과 치유를 돕는 게임과 앱을 개발 중이다.

노인종양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나이가 많아 표적항암치료나 수술이 어려운 고령 암환자를 대상으로 상담심리치료 등 지지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Q. 차세대 암치료기술 도입을 통한 통합암관리표준모델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셨는데, 정확히 어떤 것인가.

주먹구구식 암치료 시대는 갔다. 이제는 정밀의학에 바탕을 둔 개인별 맞춤치료가 대세다. 환자마다 유전자, 장기 및 조직의 상태, 컨디션 등에 따라 같은 암이라도 발병 원인이나 기전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폐선암의 경우 한국인은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미국인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개인별 맞춤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전세계적 단위의 암치료 관련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의료진의 암치료 및 연구 역량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유전자가위, 줄기세포,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 같은 차세대 암치료기술 연구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뇌로 전이가 잘되는 폐암을 선제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가위에 항암제를 탑재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Q. 암 진단 후 1개월 이상 수술을 기다린 환자는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말씀하셨다. 이와 관련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암종마다 다르지만 내가 진료하는 폐암은 특히 초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폐암 1기의 생존율은 80% 정도인데 그중에서도 종양 크기가 직경 3cm 이하이면서 림프절 전이가 없는 1A기는 생존율이 90%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치료 후 별도의 항암치료도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2기로 넘어가면서부터 생존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치료법도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진다.

문제는 폐암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너무 늦게 진단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그 흔한 통증조차 느끼지 못한다. 폐는 다른 장기나 조직과 달리 신경이 없어 암세포가 퍼져도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다. 심한 기침, 가래, 객혈 등으로 폐암을 인지했을 땐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폐암은 종류에 따라 진행 양상도 판이하게 달라 일일이 대응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폐선암은 진단 후 10년 동안 암세포가 자라지 않는데, 또다른 폐암은 2~3개월안에 금방 자라거나 전이된다.

중앙대병원 암센터가 표준진료지침과 패스트트랙을 강조하는 것도 폐암처럼 조기진단이 어려운 암을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폐암 국가암검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Q. 마지막으로 중앙대병원 암센터 발전을 위한 향후 계획이 있다면.

내 진료 분야인 폐암 영역의 진료 치료 수준을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폐암은 절대 의사 혼자서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이다. 호흡기내과는 물론 다른 진료과 의료진간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바탕에 둔 다학제진료가 필수다. 다학제협진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폐암 진료치료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기관지내시경술, 내시경초음파 등 폐암 진단기법도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

또 암성통증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암통증클리닉을 개설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척추·관절·재활 분야에 집중된 통증 전문 인력을 암통증클리닉에도 배치할 예정이다. 현재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약물치료로 암성통증을 관리하는 상황이다.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우리는 잘 못하니깐 다른 병원으로 가세요’라고 말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암을 전반적으로 잘볼 수 있는 암 토털케어센터로 도약하고 싶다.

 

Q.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많은 암 환자를 위한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 부탁드린다.

아직도 한국에선 한의학이나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암환자가 많다. 특히 말기암 환자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 암도 환자가 치료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완치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경천동지할 만한 암 치료법이 하루가 멀다하고 개발되고 있으니 완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진단기법과 치료기법이 발전해 향후 10년안엔 또다른 획기적 치료법이 등장할 것이다. 암 진단 및 치료를 위한 병원시스템과 의료진의 역량도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특히 치료를 넘어 진단·예방에 전 의료계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대신 과잉진료로 이어지지 않도록 비용 대비 효과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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