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방이전했다가 '날벼락' 맞은 제약사
[단독] 지방이전했다가 '날벼락' 맞은 제약사
태극제약, 부여에 공장신축 후 보조금 70억원 환수 위기

지자체 "기존 공장 폐쇄 안하고 부분 이전 ... 환수 결정"

법원 "보조금 조건에 완전 이전 얘기 없어 ... 환수 부당"

1심 제약사 손들어 ... 2심 진행 중 ... 치열한 다툼 예고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9.08.0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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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공장 의약품생산 제약공장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국내의 한 제약사가 본사와 연구소, 공장을 모두 지방으로 이전하고도 지방투자 촉진 차원에서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을 환수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 제약사는 부당함을 호소하며 해당 지자체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송 당사자는 기미·주근깨 치료제인 도미나크림으로 유명한 태극제약과 충청남도 부여군이다.

태극제약은 부여군을 상대로 '보조금환수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 지난 6월 1년이 넘는 재판 끝에 1심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부여군이 이에 불복하면서 현재 2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소송은 태극제약이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공장을 폐쇄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태극제약은 지난 2008년 경기도 화성시 향남에 위치한 본사, 연구소, 공장을 충남 부여군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수도권 기업 지방 이전에 따른 지방투자촉진 보조금을 신청, 이듬해인 2009년 부여군으로부터 입지보조금 17억5000만원과 투자보조금 49억1600만원 등 총 66억66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부여군에 토지를 매수하고 곧바로 공장 신축에 돌입, 2014년 완공했다. 이후 신규 공장에서는 연고제와 외용액제를 생산했다. 대신 기존의 향남 공장은 연고제와 외용액제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제약내용고형제와 내용액제 생산라인만 운용했다.

그런데 2015년 말, 산업통상자원부의 충청남도 감사에서 "태극제약은 사업계획서상 투자완료일이 경과했음에도 본사를 이전하지 않거나 일부 공장만 이전, 보조금 교부 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태극제약에 대해 6개월 이행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으면 보조금 전액을 환수하도록 하라고 부여군에 지시했다.

이미 공장에 이어 2015년 9월 연구소를 이전했던 태극제약은 2016년 5월 본사도 부여군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17년 8월, 부여군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 지적사항과 관련해 기업의 완전 이전을 촉구했으나,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태극제약에 지원했던 보조금 73억1557만49102원(이자 6억4957만4910원 포함)의 환수 처분을 내렸다.

부여군에 공장을 신축했으나, 기존 향남공장을 여전히 가동하고 있어 공장의 '완전' 이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부여군 측의 입장이었다.

이미 부여 공장을 설립하고 연구소와 본사 등을 모두 이전한 태극제약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부여군은 이자를 2억3962만2280원 줄여줬을 뿐 환수 처분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부여군의 조치에 불복한 태극제약은 충청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태극제약은 결국 법원을 찾았고, 법원은 행정심판위원회와 달리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우선 기존 공장을 모두 폐쇄하고 생산라인을 모두 부여 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이 보조금의 교부 조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조금 교부 결정서의 교부 조건에는 기존 향남 공장의 전부 이전에 관한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며 "태극제약이 부여군에 제출한 입지보조금 신청서와 투자보조금 신청서에도 공장과 본사를 이전한다는 내용만 기재돼 있을 뿐, 기존 향남공장을 '전부' 이전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조금이 지급된 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감사 결과를 통보받기 전까지 부여군이 T사에 보낸 ▲지방이전기업 입지 및 투자보조금 지급심의안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정산 알림 공문 ▲지방투자보조금 정산보고서 제출 촉구 공문 ▲지방투자보조금 사업완료 기업에 대한 정산보고서 제출 공분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기업 지방이전 투자계획 이행완료 촉구 공문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기업 보조금 정산 알림 공문 등에도 기존 향남공장의 전부 이전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향남공장의 전부 이전이 보조금 교부조건이라는 내용은 감사 결과가 통보된 이후에야 비로소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태극제약이 향남공장에서 생산하던 주력 제품인 연고제와 외용액제의 생산이 부여공장으로 넘어간 점도 고려했다.

부여공장 사업계획서에는 연고제와 외용액제 외에 제약내용고형제와 내용액제 생산라인도 가동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나, 이것이 당시 향남공장에서 운용하던 제약내용고형제와 내용액제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부여공장으로 이전한다는 의미까지는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태극제약이 "향남공장 완전 이전도 기간 내에 완료해 성실히 약속을 이행한다"는 내용을 기재해 부여군에 제출한 확약서에 대해서도 "작성 경위가 모호해 이를 향남공장 전부 이전이 보조금 교부조건이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확약서는 보조금이 교부되고 약 6년이 지난 후에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 작성 경위와 상황을 명확히 알 수 없다"며 "이로 볼 때 태극제약의 청구는 이유가 있어 인용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태극제약의 연간 매출액은 500~600억원 규모다. 환수 위기에 놓인 70억원은 연간 매출액의 10%를 웃도는 금액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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