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최근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재(多劑)내성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이 발견되면서 새로운 백신 개발을 위한 투자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 고위험병원체분석과에 따르면 흑사병(Black Death)으로 잘 알려진 페스트(Plague)는 14세기 유럽대륙을 휩쓸며 2억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킨바 있다. 현재까지도 해마다 전세계에서 약 2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어 인류에게는 위협적인 전염병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부터 페스트균을 검역 전염병으로 등록해 콜레라, 황열과 함께 집중 관리하고 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페스트균을 ‘Tier 1 Select Agents and Toxins’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14세기와 비교하면 치료기술의 향상으로 페스트 위협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 페스트균이 부분적으로 분포해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발병 사례는 없다. 다만 해외여행객의 증가와 함께 페스트 발생지역으로부터 내국인과 외국인 입국자가 증가해 페스트 국내 유입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몽골과 동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지역에서 다재내성 페스트균이 발견됐으며, 아직까지 페스트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백신이 없다는 점도 새로운 백신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페스트를 정복하기 위해 현재까지 많은 백신이 개발됐으나 아직까지는 한계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스트 백신 개발은 18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과학자 알렉산드로 예르생(Alexandre Yersin)은 처음으로 페스트균을 발견한 이래 병원성을 잃은 약독화 페스트균을 사용해 토끼, 쥐 등 동물에 면역한 실험이 백신 개발의 시초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KWC(Killed Whole Cell) 및 LWC(Live Whole Cell) 기반의 백신이 개발됐다.
열처리 또는 화학물질을 통해 비활성화된 KWC 백신은 림프절 페스트(Bubonic plague)모델에서 안전성과 면역 능력이 확인됐지만 폐 페스트 모델에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생산이 중단됐다.
LWC 백신은 KWC에 비해 림프절 페스트와 폐 페스트에 대해 높은 면역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심한 통증, 두통, 식욕부진, 발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현재는 일부 국가만이 사용하고 있다.
KWC, LWC 백신의 한계점이 확인되면서 현재는 단백질(Subunit) 기반의 페스트 백신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결합 단백질 백신의 경우 폐 페스트와 림프절 페스트에 대해 면역 효과가 높았으며, 마우스 모델과 다양한 모델에서도 면역효과를 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미육군 감염병 의학연구소(USAMRIID)에서 개발한 재조합 2가 F1/V 결합단백질을 이용한 백신은 마우스와 영장류(원숭이)의 폐 페스트 모델에서 면역효과를 보여 FDA 승인을 위한 임상 2상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 기반 백신도 연구 중이다. 크리스탈(Crystal) 그룹에서는 페스트 V 항원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에 삽입한 재조합 바이러스를 개발했다. 재조합 바이러스는 체액성 및 세포성 면역을 유도해 폐 페스트에 대한 면역 효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5형 아데노바이러스(Ad5)를 사용해 1가(rAd5-LcrV) 및 3가(rAd5-YFV) 백신을 개발했으며, 3가 백신은 마우스 모델과 영장류 모델에서 뛰어난 면역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 고위험병원체분석과는 “페스트를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백신 개발의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통해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페스트 백신 개발 추세를 미뤄볼 때 차세대 페스트 백신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체액성 면역뿐만 아니라 세포성 면역이 동반하도록 개발돼야 한다.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