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디톡스 손잡았다 골치 아파진 엘러간
[단독] 메디톡스 손잡았다 골치 아파진 엘러간
ITC "보톡스 영업비밀 자료 제출하라" 잇따라 명령

엘러간, 제출시 막대한 타격 우려 ... 버티기로 일관

ITC "자료제출 요구는 우리 권한 ... 반드시 제출해야"

끙끙 앓는 엘러간 ... 본안심리 없이 패소할 가능성도

미국 & 한국기업 싸움 ... 소송 결과 아직 예단 어려워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9.07.31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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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소재 엘러간 사옥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소재 엘러간 사옥(사진 자료 = 엘러간 홈페이지)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훔쳤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던 메디톡스와 엘러간(메디톡스 미국 파트너사). 그런데 최근 메디톡스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엘러간이 소송 과정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ITC가 엘러간의 주력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보톡스'의 영업 비밀을 모두 제출하라고 명령한 탓이다. 명령을 따르면 회사의 기밀이 경쟁사에 노출되고, 이를 거부하면 ITC의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엘러간은 영업 비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ITC가 여러번 명령 이행을 촉구했는데도 이를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다. 그만큼 보톡스의 기밀이 외부에 알려지는 게 부담스러운 것으로 풀이된다.

엘러간은 최근 ITC에 "(보톡스 영업 비밀 자료를 제출토록 요구하는) ITC의 '16번 명령(ORDER NO. 16)'은 대웅제약이나 에볼루스의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행위보다 엘러간의 국내(미국) 시장을 더 해롭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명령에 대한) 재고(再考) 신청(Motion for Reconsideration)이 거절되거나, 중간 항소 승인(Certification for Interlocutory Appeal)이 이뤄지지 않으면, 엘러간은 국내(미국) 시장을 보호하고 보톡스의 영업 비밀 제공을 피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보충 서류를 제출했다.

엘러간이 보톡스의 영업 비밀에 대한 자료 제출 거부 의사를 담아 서류를 제출한 것은 벌써 두 번째다. 

ITC는 지난 2일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에 따라 엘러간에 보톡스의 배치 기록(batch record), 특성 보고서(characterization report), 허가신청서(BLA)를 비롯, 과거부터 현재까지 보톡스 제조 공정을 보여주는 자료와 엘러간의 홀 A 하이퍼(Hall-A hyper)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포자형성 실험 결과와 함께 이달 15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ORDER NO. 16)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 전에 당사자가 가진 소송 관련 증거를 서로 공개하는 것으로, 증거를 내지 않거나 인멸하면 징벌금 부과,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소송비용 전액 부담, 해당 당사자에게 유리한 증거의 불채택, 해당 당사자에게 불리한 추정(adverse inference) 등 강력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본안심리를 거치지 않고 패소 판결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처럼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는데도 엘러간은 9일 ITC의 자료 제출 명령을 공식적으로 거부, 재고를 신청하고 항소 의지를 표명했다. 

ITC는 엘러간의 이 같은 행보에 "엘러간이 제출한 문서에 작성된 진술은 ‘명령을 준수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월권행위"라고 일축하면서 "이달 19일까지 반드시 자료를 제출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엘러간은 ITC의 재요구에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최근 보충 서류를 통해 거부 의사를 더 명백히 표시했다.

업계는 엘러간이 ITC의 제재보다 대웅제약이 자사의 영업 비밀을 양분 삼아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는 것이 더 위협적이라는 판단 하에 이 같은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엘러간이 소송에서 이기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주보'(국내 제품명 '나보타')는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므로 영업 비밀을 제출했더라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지 않지만, 자료를 제출하고도 패소할 경우, 대웅제약은 적응증이 14개에 달하는 보톡스의 모든 비밀을 확보하고 미국 시장에서 엘러간과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앞으로 1~2주 안에 엘러간의 계속된 거부 의사 표시에 대한 ITC 측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복된 자료 미제출에 따른 제재 조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IT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ITC 소송의 쟁점은 해당 사건이 미국 기업과 시장에 피해를 주는지 여부다. 따라서 법리적 판단뿐 아니라 외교·통상·정치 상황 등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ITC가 어떤 판단을 할지 예단할 수는 없으나, 엘러간이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만약 ITC가 엘러간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경우 소송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메디톡스는 "자사의 전(前)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전체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며 지난 1월31일(한국시간) 엘러간과 함께 ITC에 대웅제약과 대웅제약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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