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감·통증 극복 … 독사 송곳니 모사 약물 전달패치 개발
거부감·통증 극복 … 독사 송곳니 모사 약물 전달패치 개발
“167년간 이어지던 주사 기술서 한 단계 진화”

“고분자 약물전달 뿐 아니라 화장품에도 적용할 수 있어”
  • 박정식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8.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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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 어금니 모사 약물전달패치. (사진=숭실대학교)
독사 어금니 모사 약물전달패치. (사진=숭실대학교)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독사 이빨을 모사해 액상약물을 빠르게 전달하는 패치를 고안해냈다.

1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숭실대학교 배원교 교수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훈의 교수 연구팀은 피부 장벽(각질조직)을 뚫고 압력으로 약물을 밀어 넣는 기존의 주사기 대신 독사의 송곳니(fang)를 모사해 고분자 약물 등을 피부 안으로 빠르고(15초 이내)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액상약물 전달패치를 고안해냈다.

연구팀은 독을 밀어 넣는 압력기관이 없음에도 수 초만에 먹이의 피부 안쪽으로 독을 전달하는 뒷어금니독사(Rear-fanged Snake)에서 힌트를 얻어, 아주 미세한 홈(groove)이 있는 어금니가 피부 표면에 아주 미세한 홈을 만들고 그 홈을 따라 모세관 현상에 의해 아무런 외력 없이 독이 침투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실린지 주사기는 해부학적으로 앞어금니 독사(왼쪽)의 독전달 원리와 비슷하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방식은 뒷어금니 독사(오른쪽)의 독전달 원리와 동일하다. (그림=숭실대학교)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실린지 주사기는 해부학적으로 앞어금니 독사(왼쪽)의 독전달 원리와 비슷하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방식은 뒷어금니 독사(오른쪽)의 독전달 원리와 동일하다. (그림=숭실대학교)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어금니 모사 구조체 100여개를 배열한 엄지 크기의 스탬프형 약물전달패치를 제작하고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했다. 그 결과 머리카락 굵기 두세 배 길이의 어금니 모사 구조체 하나 하나가 각각 실린지 주사기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마우스 및 기니피그 모델에 해당 패치를 부착하여 특별한 외력 없이 5초 만에 백신 및 유효성분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배원규 교수는 “자연모사공학의 문제해결기법을 이용해 기존 실린지 주사기의 장점인 액체약물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큰 바늘과 높은 압력으로부터 기인하는 거부감이나 통증을 극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매 치료제, 당뇨환자용 인슐린 등 다양한 고분자 약물을 안전하게 피부로 전달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화장품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히알루론산, 비타민A, 다양한 천연추출물 등은 기존에 피부로 전달시킬 수 있는 기술이 실린지 주사기 밖에 없었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눈에 보이는 바늘 없이 유효성분을 피부로 전달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사 어금니 모사 약물전달패치 확대 모습. (사진=숭실대학교)
독사 어금니 모사 약물전달패치 확대 모습. (사진=숭실대학교)

이번 연구는 교육부 기초연구사업(기본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자매지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셔널 메디슨’(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8월1일(한국시간)자 표지로 게재됐다.

 

아래는 배원규 교수와의 미니 인터뷰.

숭실대 배원규 교수(앞쪽)와 울산과학기술원 정훈의 교수. (사진=한국연구재단)
숭실대 배원규 교수(앞쪽)와 울산과학기술원 정훈의 교수. (사진=한국연구재단)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병원에서 알약이나 수액으로 된 비타민을 처방 받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비타민 크림이나 세럼은 절대 처방하지 않죠. 이상하지 않나요? 저희 연구팀도 이러한 부분에 주목 하였습니다. 학계에서는 고분자 물질은 각질을 통해 절대 흡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죠.

그렇다면 정말 이러한 고분자 기반의 유효성분을 우리 피부로 넣을 수는 없을까? 현재의 방법은 실린지 주사 단 한가지 밖에 없지만 167년 동안 지속된 방식에 첨단기술을 적용시켜 보고자 했습니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167년 전 프랑스에서 발명된 실린지 주사기가 앞어금니 독사와 그 구조가 똑같다는 문헌이 많았습니다. 실제 여기에 영감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원통형 구조에 액체를 밀어 줄 수 있는 압력을 발생하는 실린지와 같은 펌프 구조가 실제 독사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높은 압력으로만 액체를 밀어 넣을 수 밖에 없는 구조는 우리가 사용하기에는 단점이 존재 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독사인 뒷어금니 독사의 이빨 구조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신기하게 압력을 만드는 펌프 기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빠른 속도로 독을 피부로 전달하는 것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독특한 어금니 구조가 피부에 미세한 틈을 만들고 그 틈으로 모세관현상을 통해 독이 전달된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진행 하였고, 반도체 공정을 통해 실제 구조를 만들어 동물실험 또한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167년 동안 이어지던 기술을 한 단계 혁신시킨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167년 동안 피부 각질을 통해서 약물을 전달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포좀 같은 많은 화학적 방식이 제안되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학문이 자연모사공학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자연모사연구의 정석대로 우선적으로 자연의 최적의 시스템을 찾았고 이 생명체로부터 디자인을 가지고 와 아주 쉽게 이 문제를 해결 하였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자연모사공학계에서 보면, 독사 어금니를 엔지니어링 영역으로 가지고 온 것이 가장 큰 성과 입니다. 자연의 최적 시스템을 처음으로 발굴하고 이를 공학의 영역으로 가지고 온 것이죠.

또 다른 측면은 앞으로 대부분의 약물 및 유효성분들이 단백질 즉, 고분자 기반으로 바뀌는 시점에 이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실린지 주사기 외에는 대안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프지 않게, 공포감이나 두려움 없이 유효성분을 피부로 넣을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앞으로의 약물전달분야를 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본 기술이 게재된 학술지는 학문적으로 의미 이외에도 당장 medicine 분야로 적용이 가능한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실제 인체 적용 가능성을 보여야만 하지요.

다시 말하면 본 기술은 공정이 단순하며 기존 규제와의 마찰이 없도록 작은 크기로 설계되었습니다. 빠른 상용화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적으로는 코스메틱 회사에 기술을 이전하여 빠르게 제품화할 계획이며, 순차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메디컬 회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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