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동아쏘시오그룹] ‘박카스 신화’ 다시 쓸 수 있을까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동아쏘시오그룹] ‘박카스 신화’ 다시 쓸 수 있을까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7.29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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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동아ST 본사 사옥.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동아ST 본사 사옥.

 

45년간 1위 지킨 저력의 제약회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요즘은 좀 기울었지만, 한때 동아제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제약사였다. ‘박카스’ 신화를 쓰고 거기에서 얻어진 자금으로 자체 신약까지 개발하면서 무려 45년간 1위 자리를 지켜낸 관록이 있다.

그 동아제약을 만든 주인공은 창업주 고 강중희 회장이다. 당시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그러했듯이 강 회장 역시 1932년 12월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에 의약품 및 위생재료 도매상 ‘강중희 상점’을 열어 제약업과 연을 맺었다. 이후 단순한 도매상 역할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의약품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1949년 8월 사명을 동아제약주식회사로 변경하고 1958년에는 동대문구 용두동에 현대식 공장과 본사를 준공해 제품 생산에 매진했다.

당시 동아제약에서 생산한 광범위항생제 ‘가나마이신’, 종합감기약 ‘판피린’(알약), 자양강장제 ‘박카스’ 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약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기를 끌었다. 동아제약을 국내 1위 제약사의 반열에 올려 놓은 주역이었던 셈이다.   

강 회장은 이 기세를 몰아 1970년 기업을 공개하고 7년 뒤 연구소를 발족해 1979년 최신 반합성 페니실린 계열의 ‘탈암피실린’ 합성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동아제약은 구강청결제 ‘가그린’, 마시는 종합감기약 ‘판피린큐’, 혈액순환 개선제 ‘써큐란’ 등 잇따라 히트제품을 내놓았다.

특히 동아제약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박카스’는 1995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 국내 의약품 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남겼다. 뿐만 아니라 동아제약은 2002년 업계 최초로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함으로써 국내 제약업계에도 조만간 매출 1조 제약사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아직도 일부에서 우리나라 1위 제약기업을 동아제약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만큼 오랜 기간 남아있는 ‘왕관의 여운’ 때문이다. 실제로 동아제약은 1967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45년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 이는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제약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결과로, 세계 제약업계 역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 고(故) 강중희 회장.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 고(故) 강중희 회장.

 

박카스 신화의 주역 오너 2세 강신호 명예회장

강중희 회장의 의약품 연구개발에 대한 집념은 아들 강신호(92) 명예회장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명실상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대표주자인 ‘박카스’는 강신호 명예회장의 대표 작품이기도 했다. 강 명예회장은 동아제약에 입사한 지 3년차 되던 해인 1961년 직접 박카스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이름까지 붙인 박카스 신화의 주인공이다.  

1952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강신호 명예회장은 1959년 부친이 운영하던 동아제약에 상무로 입사했다. 1975년 사장을 거쳐 1981년부터 2016년까지 동아제약과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강 회장은 이 기간 동안 신약개발에 몰두하며 2002년 동아제약 1호 신약인 위염치료제 ‘스티렌’을 시작으로, 2005년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2011년 위장관운동촉진제 ‘모티리톤’ 등 국내 제약기업에서 가장 많은 자체 신약을 개발, 시장에 선보였다. 

성장을 거듭하던 동아제약은 급기야 2013년 3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격 전환했다.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등 각 파트별 전문성을 키우고 장기적 성장을 위한 포석이었다.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명예회장.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명예회장.

 

지주회사 전환 ... 새로운 역사 시작

동아제약은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사업회사 동아제약, 동아ST 3사로 분할됐다. 기존 동아제약 투자부문이 존속법인으로 남아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로 바뀌었고 ‘동아제약’과 ‘동아ST’는 신설됐다. 동아제약은 일반의약품과 박카스 사업을, 동아에스티는 전문의약품과 해외사업을 담당한다.

 

동아쏘시오그룹 지배구조.
동아쏘시오그룹 지배구조.

이후 동아쏘시오그룹은 2015년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문(디엠바이오)도 물적분할했다. 이렇게 해서 동아쏘시오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계열회사는 무려 24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에스티팜은 상장기업이고 나머지 21개사는 비상장이다.

세분화된 계열사들의 지분은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최대 100%까지 보유하고 있고 정점은 오너 3세인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회장(55)이다. 강정석 회장은 오너 2세인 강신호 명예회장의 4남이다. 그는 지주회사의 지분 27.58% 보유,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굳히고 있다. 부친이 아낌없이 지원해준 덕이다. 한때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까지 역임하며 제약업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던 강신호 명예회장의 지분은 현재 ‘제로’ 이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계열사별 희비교차

동아쏘시오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이후 계획했던대로 계열사간 사업 세분화는 이뤘지만 경영상의 문제와 주력 계열사의 실적부진이라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계열사들의 실적은 사업분야에 따라 기상도가 다르다. 

먼저 일반의약품을 담당하고 있는 동아제약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은 분할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526억원으로 전년(492억원) 대비 6.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84억원에서 447억원으로 늘었다.

매출을 견인한 건 ‘박카스’다. 박카스는 동아ST에서 해외시장 판매를, 동아제약에서 내수시장 판매를 맡고 있다. 지난해 동아제약 박카스 매출액은 2248억원, 동아ST 박카스 판매액은 715억원으로 3000억원에 가까웠다. 전년(2774억원) 대비 증가율도 6.8%였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박카스는 매년 실적이 증가하고 있는 품목”이라면서 “해외수출은 대부분 동아ST가 담당하고 있지만 베트남 시장은 동아제약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동아제약 및 동아ST 연도별 영업실적](단위: 억원)

구분

동아제약

동아ST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2897

3485

3636

3849

3918

3812

5010

5786

5679

5605

5550

5674

영업이익

373

401

436

475

492

526

398

494

539

148

239

394

당기순이익

276

314

350

363

384

447

-657

376

486

106

-54

80

동아제약이 일반의약품 최강자인 박카스를 등에 업고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면 전문의약품이 주력인 동아ST는 실적이 신통치 않다. 이 회사의 실적은 2016년을 기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2016년 동아ST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48억원, 106억원으로 전년도(539억원, 486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7년에는 순손실 54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액 5674억원, 영업이익 394억원, 순이익 80억원으로 소폭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체질개선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 뉴보로 파마슈티컬스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고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 ‘DA-9803’의 기술양도 계약을 추가한 덕분에 그나마 적자를 피했다는 것이다. 

동아ST를 어렵게 하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자체 개발 오리지널 신약인 ‘스티렌’의 특허만료에 따른 복제약 출현, 약가인하, 항히스타민제 ‘타리온’의 판권 만료 등 악재가 겹친 모양새다. 

무엇보다 2017년부터 시작된 리베이트 수사는 그룹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위축시켰다. 2017년 동아쏘시오그룹 총수인 강정석 회장(55)이 리베이트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전례 없는 ‘총수 부재’라는 위기상황을 맞은 것이다.

 

전례없는 총수 부재 상황 ... 창립 85년 만의 위기

창업주 고(故) 강중회 회장의 손자인 강정석 회장은 1988년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동아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관리팀 팀장, 의료기기사업부 이사, 메디컬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2013년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가 2017년 1월 강신호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아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강정석 회장은 세대교체와 혁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단행해 나갔다.

그러나 개혁도 잠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회사자금 736억원을 빼돌려 이 가운데 62억원을 의료기관 등에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법인세 176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2017년 8월 전격 구속되면서 그룹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강정석 회장은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한 2심이 그대로 확정돼 3년여에 걸친 지리한 소송전은 막을 내렸다.

동아쏘시오그룹의 리베이트 사건은 제약업계에도 경종을 울렸다.

특히 2016년 3월까지 동아ST 대표를 지냈던 김원배 전 부회장(72)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30억원을 받은 사실과 김 전 부회장이 부과받은 벌금은 본인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표이사 자리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대표이사 · 이사회 의장 분리 ... 투명경영 체계 구축  

동아쏘시오그룹은 총수 부재에도 불구하고 외관상 흔들림 없는 경영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강신호 회장이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일찌감치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 위험을 분산했기 때문이다.

주력 계열사인 동아ST는 현재 엄대식(58) 대표이사 회장과 내분비학 전문가 김영설 부사장(69), 해외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이동훈(51) 부사장이 강정석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지난해 1월 회장으로 영입된 엄대식 대표이사 회장은 1987년 한국오츠카제약에 입사해 2016년 회장에 오른 인물이다. 동아쏘시오그룹 창립 이후 최초의 외부인사 최고경영진으로, 엄 회장의 영입은 리베이트 근절과 회사의 투명성 재고를 위한 그룹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4월 경영진에 합류한 김영설 부사장은 전 경희대병원장과 대한당뇨병학회 회장 및 대한내분비학회 이사장, 대한비만학회 회장을 역임한 인물로, 김 부사장의 영입을 통해 동아ST는 내분비계 신약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엄대식 회장은 한국오츠카제약에서 최단기간 대표로 승진해 성장을 이끈 주역”이라며 “어려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신 분”이라고 말했다.

[동아ST 이사회 구성 현황]

구분

성명

담당업무

주요경력

사내이사

대표이사 회장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한국 오츠카 제약 회장

서울대 농과대

 

이동훈

부사장

Global 사업부문 담당

동아쏘시오홀딩스 부사장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석사)

 

윤태영

연구본부장

R&D 부문 담당

동아쏘시오홀딩스 혁신신약연구소장

Yale대 화학(박사)

사외이사

김근수

감사위원회 위원장

평가보상위원회 위원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우병창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최희주

평가보상위원회 위원

감사위원회 위원

법무법인 율촌 고문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실장

 

류재상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평가보상위원회 위원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과장

Memorial Sloan-Kettering 암센터 연구원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아ST의 이사회 구성이다. 이 회사의 이사회는 4인의 사외이사와 3인의 사내이사가 이끄는 구조다. 일단 경영을 감시하는 사외이사가 많다는 것은 투명경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으로, 상호견제와 균형을 통해 장기성장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 회사는 이사회의 의장을 대표이사(사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만큼 기업 경영에 있어서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이사회 운영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했다”며 “동아ST뿐만 아니라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제약에서도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 인증을 획득하는 등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 및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에 주력

”위기 딛고 글로벌 헬스케어 제약사로 거듭날 것”

동아쏘시오그룹은 강력한 윤리경영 체계 구축 외에도 주력기업인 동아ST의 매출 하락을 만회하기 위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신약개발이다. 누가 뭐라해도 동아쏘시오그룹의 성장동력은 신약개발 투자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기 극복을 견인할 주요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제 및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이다.

동아ST는 지난 3월 1주일간 효과를 가지는 패치형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DA-52.7’의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는 등 천연물 소재 치매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치매 관련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치매치료제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주역은 강신호 명예회장이다.

그는 올해 92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 최초, 민간 주도로 설립된 동아치매센터의 센터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영일선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지만, 신약개발에 대한 열정만큼은 식지 않은 것이다. 1990년대 초 “우리 회사의 사회공헌은 신약개발“이라는 그의 선언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대사성질환, 당뇨, 소화기 질환에 집중해 신약을 개발해 왔다면 이제는 전 세계적 트렌드인 면역항암제와 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 약물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며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선진기업의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아ST는 전방위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파트너링 강화, R&D 오픈이노베이션 추진, 글로벌 수준의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등 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기보다는 이제 해외로 뻗어가는 글로벌 헬스케어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제2의 박카스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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