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치료 어디까지 왔나⑧-끝] "희귀질환 사회적 관심 높일 때"
[희귀질환치료 어디까지 왔나⑧-끝] "희귀질환 사회적 관심 높일 때"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7.22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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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희귀질환’에 대해 불치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은 그 종류만도 7,000~8,000여 종에 달하고 대부분이 원인을 찾기 힘든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온 전문의들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의술의 발달로 여러 질환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여러 재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관리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단-관리 인프라 구축이 더욱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2019년 현재 우리 사회는 희귀질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희귀질환 환자와 그 보호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노인의료에 이어 ‘희귀질환’에 대해 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지난 2월 24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 홈페이지에 올라온 영국에 사는 ’코넬리아디란지증후군(CdLS, Cornelia de Lange Syndrome)’ 환자 한나 양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안녕! 내 딸 한나를 만나봐요. 그녀는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줍니다”.

지난 2월 24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 홈페이지에는 영국에서 9살 예쁜 딸을 키우고 있는 한나 양 부모의 글이 올라왔다. 한나는 ’코넬리아디란지증후군(CdLS, Cornelia de Lange Syndrome)’을 앓고 있다.

현재 밝혀진 것만 7000~8000개에 이르는 희귀질환 중 하나인 CdLS는 성장장애, 정신지체, 다모증, 골격과 외모 이상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2008년부터 세계 희귀질환의 날 제정

올해 '세계 희귀질환의 날' 포스터
올해 '세계 희귀질환의 날' 포스터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들을 실제적으로 돕기 위해 유럽희귀질환기구(the European Rare Disease Organization)가 지정한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지난 2008년 시작돼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다른 기념일들은 보통 ‘몇 월 며칠’ 이라고 날짜가 정해져 있지만 '희귀질환의 날'은 그렇지 않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2월 29일의 희귀성에 착안해 만든 날이기 때문에 윤년마다 기념 날짜가 바뀐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2월 28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90여 국가에서 사회의 무관심 속에 하루하루 어렵게 버텨내고 있는 희귀질환 환자와 보호자들에 대해 더욱 더 많은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여러 행사가 펼쳐졌다.
 

우리나라, 2015년 ‘희귀질환관리법’ 통과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전용병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전용병실

우리나라는 ‘희귀질환의 날’ 이외에 매년 5월 23일을 ‘희귀질환 극복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 날은 희귀질환관리법에서 희귀질환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예방·치료 및 관리의욕을 고취시키고자 지정한 날로 올해 세 번째를 맞이했다.

현재 국내에서 확인된 희귀질환 수는 106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희귀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82만 4249명이다.

희귀질환은 진단부터 매우 어려우며 질병의 종류는 많으나 질병 당 환자수가 적고, 다룰 수 있는 의료진의 숫자가 적다는 문제점도 있다. 대게 희귀질환의 상당수는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가 필수적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희귀질환의 예방, 진료 및 연구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함으로써 개인적·사회적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한 희귀질환관리법을 지난 2015년 12월 통과시킨 후 2016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희귀질환 목록 927개 지정, 산정특례 대상 확대 등 추진

삼성서울병원 뮤코다당증센터
삼성서울병원 뮤코다당증센터

법 통과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른 희귀질환 927개를 지정해 목록을 마련했다.

희귀질환 목록에는 그동안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산정특례 대상이었던 827개의 기존 희귀질환 이외에, 2017년 8월부터 환자와 가족, 환우회,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희귀질환 조사를 거쳐 발굴한 100개 질환이 추가됐다.

목록에 들어있는 희귀질환자에게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본인부담금을 10%로 경감시켜 주는 산정특례를 적용해 과중한 의료비 부담을 완화시켜 준다. 아울러, 희귀질환자에 대한 의료비지원사업의 대상질환도 기존 652개에서 희귀질환목록에 맞추어 927개로 확대됐다.

 

아주대학교 병원 경기남부권역 희귀질환거점센터

또한 희귀질환자가 정보 및 전문가의 부족 등으로 진단을 위해 긴 시간 동안 여러 곳의 병원을 돌아다니는 ‘진단 방랑’을 최소화하고, 조기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희귀질환 진단 지원과 권역별 거점센터 지정을 확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월부터 희귀질환 거점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 강화해 중앙지원센터(서울대병원)를 신규 지정 운영하고, 권역별 거점센터를 기존 4개소에서 10개소로 늘렸다.

희귀질환자들은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해 전국 11개 센터에서 상시적으로 관련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 더 적극적인 정책 추진 주문

전문가들은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후의 변화에 대해 국가가 희귀질환 관리를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고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러한 변화는 “희귀질환관리의 첫 발을 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주문한다.

이화여대 의과대학 생화학과 정성철 교수는 지난해 5월 ‘제2회 희귀질환 극복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희귀질환의 발병기전, 진단법, 치료법(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초연구부터 중개, 임상연구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인 연구와 임상적 관찰연구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진숙 교수도 “미국·일본·유럽 등에서는 희귀질환 관련 전문 인력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희귀질환 환자의 진료와 관련된 인증제도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희귀질환 관련 비의료인 양성을 위한 제도 및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정적 상태의 환자들은 정기적인 검사나 치료에 대한 지원 정도면 충분하지만 중증도가 증가할수록 더 많은 검사와 시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재활치료나 메디푸드, 기저귀 등의 생필품 지원이 더 필요하다”며 “병증마다 또 중증도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좀 더 적재적소에 세분화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누군가의 의지보다 사회적 공감대의 힘으로

아주대학교 유전학클리닉과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그리고 삼성서울병원 뮤코다당증센터. 이 공간들은 기자가 이번 시리즈 취재를 위해 찾은 곳인 동시에 누군가의 의지로 만들어낸 희귀질환 전문 치료센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영배 의학유전학과 교수가 이끄는 아주대학교 유전학클리닉도 병원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병원 개원과 함께 문을 열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강성웅 센터장, 삼성서울병원 뮤코다당증센터는 진동규 센터장의 역할이 컸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희귀질환 전문 치료 시설은 개인들의 의지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이 공간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제고하는데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이 공감대를 통해 환자들이 되도록 빨리 진단받고 거주지가 어디든 안정적으로 관리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희귀질환관리법’ 입법취지가 제대로 실현되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치료제 개발 러시
호흡재활, 효소치료 등 관리치료도 발전

기자와 만난 교수들은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치료제 개발, 그리고 치료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일상을 충분히 지킬 수 있게 하는 관리치료 방법이 발전하고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손영배 교수는 헬스코리아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리소좀 축적질환만 해도 1994년에 처음 고셔병 치료제가 만들어 진 이래 2000년대 넘어오면서 뮤코다당증 1형, 2형, 4형, 6형, 파브리 등 10가지 병증에 대한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 개발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호흡재활센터를 담당하는 최원아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완치를 시킬 수는 없더라도 호흡재활을 통해 호흡장애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며 “병증의 특성상 당장 눈에 보이는 호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이 분들은 일상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의 호흡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삶의 질이 상당히 올라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희귀질환의 날 소개사진
2020년 희귀질환의 날 소개사진

한나 양의 부모들은 활짝 웃는 딸의 모습과 함께 딸이 겪고 있는 여러 질환에 대해 소개한 뒤 “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겪는 여러 시련들을 마치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며 “그녀는 우리의 영웅”이라고 소개한다.

내년 2020년에는 윤년을 맞아 2월 29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 행사가 전 세계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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