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명문제약] 소유와 경영분리 ... 복제약 의존도 낮춰야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명문제약] 소유와 경영분리 ... 복제약 의존도 낮춰야
명문바이오 통해 기업 성장 발판 마련

부실기업 정리 · 저조한 R&D 투자 등은 해결 과제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7.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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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명문제약 본사.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명문제약 본사.

 

귀 밑에 붙이는 멀미약 ‘키미테’ 만든 제약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귀 밑에 붙이는 멀미약 ‘키미테’를 만든 명문제약은 회사명보다 제품명으로 더 알려진 제약회사다. 대중들은 명문제약은 몰라도 장거리 여행길에서 챙겨야 할 제품으로 ‘키미테’를 기억한다.

‘키미테’는 명문제약이 1984년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해 이듬해 출시한 국내 최초의 경피흡수제형의 패취제다. 마시는 음용제 멀미약이 없던 90년대 초반 키미테는 국내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며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명문제약은 ‘키미테’ 외에도 담즙성 소화불량 치료제 ‘씨앤유캡슐’, 고지혈증 치료제 ‘로젯정’, 근골격계질환 치료제 ‘에페신정’, 골관점염 치료제 ‘아트로다캡슐’ 등을 주력제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10여종의 치매 관련 의약품도 선보이고 있다.  

1983년 9월 설립된 명문제약은 2001년 2월 28일 현 우석민 회장(51)이 인수하면서 한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우 회장은 반도제약의 창업주 고(故) 우동우 회장의 외아들로, 아버지와 아들이 2대에 걸쳐 제약업에 몸담고 있는 셈이다.

 

명문제약 우석민 회장.
명문제약 우석민 회장.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대학교 출신의 우석민 회장은 명문제약을 인수하면서 이규혁(70) 당시 하나제약 대표를 영입해 경영권을 일임했다. 오너가 경영에 직접 나서는 것보다 유능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회사 운영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던 것. 명문제약은 이후 오너가 잠시 동안 경영을 맡은 적이 있지만 대체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우석민 회장

이규혁 전 회장은 2001년 명문제약 대표를 맡은 이후 2016년 3월 병환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무려 16년간을 이 회사에 몸담았다. 제약업계에서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이처럼 오랫동안 근무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오너가의 신망이 두터웠다는 방증이다.

예컨대 이규혁 전 회장은 2007년 3월 우석민 현 회장이 공동대표로 합류했으나, 이듬해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되며 경영 총괄을 맡았다. 통상 오너가 회장을 맡는 것이 일반적인 기업의 분위기인 점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오너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명문제약은 2007년 우석민 회장이 공동 대표로 합류한 이후 외형이 크게 성장했다. 2005년 380여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10년 만인 2014년 1250억원대로 3배가량 뛰었다. 우 회장이 공동대표에 나선 이듬해에는 기업공개를 하기에 이른다.

명문제약 전문경영인 박춘식 대표이사 사장.
명문제약 전문경영인 박춘식 대표이사 사장.

업계에서는 이규혁 회장 사임 이후 본격적인 오너 단독 경영이 시작될 것으로 바라봤지만, 6개월여 만인 2016년 10월 박춘식 대표(57)가 공동대표로 선임되면서 오너와의 공동경영 시대를 열었고 2017년 11월에는 우석민 회장이 사임하고 박춘식·배철한(67)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다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간 것이다.

이때 명문제약은 한 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는데, 2017년 11월 말 배철한 대표가 임원 시절 하청 업체에 리베이트를 종용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후 배 대표가 자리에 오른지 2개월 만에 사임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배 대표는 여전히 등기임원으로 부사장직에 이름을 올리고 경영지원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명문제약은 지난해 1월부터 박춘식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 대표는 명문제약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대표이사에 오른 31년차 ‘명문맨’이다. 올해 3월 재선임된 박 대표는 오는 2022년 3월이 임기만료일이다.

 

오너, 보유지분 담보에 부실 계열사 채무보증

회사 관계자 “기업 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 

명문제약은 소유와 경영이 비교적 확실하게 분리된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제약회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유에 있어서 불안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너가 지분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잡히고 부실 계열사 채무보증을 서는 등 회사의 재무건전성에 의문부호가 남기 때문이다. 

우 회장은 지분 23.68%를 보유한 명문제약 최대주주로 2009년부터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왔고 같은 해 계열사 명문투자개발 차입금 32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결정하는 등 이후에도 차입에 대한 보증을 수차례 서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권으로부터 대출과 상환도 반복해왔다.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재산권만 담보로 하고 의결권은 인정돼 경영권 행사에는 지장이 없지만 오너의 반복적인 보증과 담보대출은 투자 심리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명문제약 관계자는 “(이를테면) 시설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를 한 것인데 일부 기업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재를 터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한편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함으로써 직원들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문제약 지배구조.
명문제약 지배구조.

 

미운 오리새끼 ‘명문투자개발’ ... ‘명문바이오’로 만회할까?

우 회장이 설립 초기 단계부터 공을 들인 명문투자개발은 사실상 부실 계열사로 분류된다. 명문투자개발에 대한 채무보증으로 명문제약이 매년 이자비용으로만 10억원 안팎을 지출하는 데다 이러한 노력에도 2013년부터 5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설립된 명문투자개발의 사업영역은 골프장, 부동산개발, 기타편의시설을 이용한 부대사업 등이다. 이를테면 지난 2009년 인수한 대중 골프장과 명문청소년재단으로부터 건물을 임대 받아 학원사업인 영어학원 미카(MICA)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명문제약은 ‘약보다 장사에 집중하는 제약사’로 비난 받기도 한다. 사업다각화는 필요하지만 명문투자개발의 사업영역은 분명 제약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해 5월 1일 바이오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명문바이오를 통해 균형을 맞추고 장기적인 사세 확장에 나선 것이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명문바이오는 명문제약 중앙연구소에서 해오던 연구개발을 도맡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분야는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의 바이오의약품과 치매치료제 및 항암제 등이다. 명문제약은 명문바이오를 기업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매출은 최고치, R&D는 최저치

아쉬운 대목은 연구개발(R&D) 투자가 지나치게 빈약하다는 것이다. 

명문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1475억원의 매출을 달성, 전년 동기대비 5.3%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49억원, 순이익은 3억원으로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연구개발비는 전체 매출의 0.68%인 1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이는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그나마 적은 R&D 비용을 더욱 줄이고 있어 기대했던 연구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 단언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을 개발하는 데도 10억원이 넘게 들어간다”며 “연구개발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제약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명문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1009

1256

1005

1037

1054

1251

1422

1401

1475

영업이익

87

108

-37

41

37

-25

101

75

49

당기순이익

31

41

-128

2

0

-179

65

81

3

R&D비용

26

25

31

27

26

24

15

12

10

R&D비율

2.62

2.16

3.16

2.66

2.52

2.10

1.09

0.88

0.68

명문제약 관계자는 “R&D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지난해 5월 명문바이오가 설립되고 연구 자산이 별도법인으로 나뉘면서 명문제약 자체 비용이 적어진 것”이라며 “아직 합산되지는 않았지만 전체 R&D 비용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6년도 공장과 시설 설비 투자 등이 늘면서 장기적으로 명문바이오 설립을 염두에 두고 움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제네릭 위주의 제품 구성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영업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판매관리비를 높이는 악순환의 원인이 되기 쉽다. 리베이트의 유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세 번째 불법 리베이트 논란으로 또다시 홍역

실제 명문제약은 2018년 12월 18일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명문제약은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프로포폴 매출 증대를 위해 전국 711개 병의원에 자사 ‘프로바이브’를 정상 금액으로 판매했다가 수금 단계에서 10~30%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총 8억70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명문제약은 이밖에 프로포폴 투약 장비를 병의원에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병원장 골프장을 예약해 주는 방식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이번 수사는 내부 고발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이 2018년 3월 명문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해 조사한 결과, 리베이트가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명문제약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30명이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번 리베이트에 대한 수사는 지난 6월 2000만원 벌금형, 관련자 기소유예로 종결됐지만 명문제약의 불법 리베이트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에서 비난과 이미지 실추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명문제약은 이미 지난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불법리베이트 적발로 과징금 및 약가 인하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2012년 리베이트건은 2008년 1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자사 183개 의약품 판매를 목적으로 전국 병의원 1331곳에 36억32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기프트카드를 준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1억5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15년에는 2010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레보틸’ 등을 36개 요양 기관에 납품하면서 의약품 가격의 10~50%를 외상 선할인 해주는 방식으로 의료인 등에게 238회에 걸쳐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유통질서 문란으로 35개 품목에 대해 약가 인하 처분을 받았다.

 

치매·신경계 치료제 연구개발에 박차 ... 2020년 매출 2000억원 목표

요즘 제약업계에 불고 있는 신약개발 바람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리베이트를 종식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진다.  

명문제약 역시 명문바이오를 통해 현재 노인성 질환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뇌기능 장애 개선제 ‘뉴라렌’, 치매증상 치료제 ‘셉트페질’ 등 치매 관련 10여종의 의약품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덕분에 문재인 정부의 치매 정책 관련 수혜주로 주목받기도 했다. 정부의 예산 투입이 현실화되고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관련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명문제약 관계자는 “치매 및 신경계 관련 의약품 연구개발은 명문바이오를 만들기 전부터 진행한 것으로 완성 단계에 이르러 곧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그 시기에 대한 언급은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명문제약은 올해 매출 목표를 1500억원, 2020년 목표액으로 2000억원을 제시했다. 공장이 새로 지어지고 바이오 신제품 출시 등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성 의약품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치매 및 신경계 관련 의약품에 강점이 있는 명문제약이 지금의 기회를 살릴 것인지 놓칠 것인지는 경영자의 판단과 능력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명문투자개발 같은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하나의 방편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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