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가격이 싼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약가 인하와 같은 '공급자 위주'의 방식보다 대체 조제 장려 등 '수요자 측면'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그동안 공급자 위주 방식의 효과가 미미했던 만큼, 방향성 자체를 바꾸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원 제약산업학과 최인선 연구원은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에 기고한 '외국의 제네릭 활성화 정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 연구원의 이같은 주장은 여전히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제네릭 대체 조제율은 0.2%에 불과하다.
최인선 연구권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리피토·노바스크(이상 화이자), 비리어드(길리어드), 바이토린·싱귤레어·코자(이상 MSD) 등 주요 글로벌 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의 연도별 매출액이 미국보다도 높다"며 고가 의약품 대신 제네릭 의약품 사용 필요성을 역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제네릭 의약품 사용 장려를 위한 정책을 도입하고, 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제네릭 활성화 정책 시행 국가, 약제비 절감 효과 높아
현재 해외 여러 국가는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제네릭 의약품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벨기에·덴마크·독일·네덜란드·뉴질랜드·미국 등은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은 의사의 처방 경향을 모니터링하거나 전자 처방 시스템을 도입해 저가의 제네릭 의약품 처방을 장려하는 방식이다.
벨기에는 지난 2006년 4월 일정 비율의 처방을 반드시 제네릭 의약품으로 해야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의사들은 1년마다 처방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일정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6개월간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벨기에는 제네릭 의약품 처방률이 40.8%까지 증가했으며, 1억3000만 유로(한화 약 1722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도 얻었다.
덴마크는 동등한 효능을 가진 의약품 간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의약품 프로파일'을 만들어 가장 저렴한 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 제네릭 의약품 처방을 장려한다.
미국은 전자 처방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의사가 처방을 위해 의약품을 검색했을 때 제네릭 의약품이 굵은 글꼴로 위쪽에 나타나 강조 효과를 주고, 값이 비싼 오리지널 의약품은 작은 글꼴로 아래쪽에 표시되도록 설계됐다. 시스템 시행 이후 미국의 제네릭 의약품 처방률은 절반 이상인 54.2%까지 증가했다.
오리지널 처방 시 '행정적 불편' 주는 국가도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은 참조 가격보다 고가의 의약품을 처방할 경우 환자에게 저가의 제네릭 의약품이 있음을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의사가 추가적인 시간을 소비하게 만드는 등 행정적 불편을 초래해 참조 가격 이상의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꺼리게 한다.
저가 제네릭 대체 조제를 의무화한 국가도 있다. 독일은 지난 2002년부터 의사가 대체 조제를 금지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약사의 저가 제네릭 대체 조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덴마크도 지난 1991년 11월부터 대체 조제를 도입했으며, 약사들은 저가 제네릭 대체 조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한다.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장려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지난 2001년 대체 조제를 도입한 이후 제네릭 의약품의 점유율이 70%까지 증가했다.
최인선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대체 조제 장려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자 관리가 결여된 공급자 위주의 관리는 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의 균형 잡힌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