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치료 어디까지 왔나③] "호흡재활만으로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희귀질환치료 어디까지 왔나③] "호흡재활만으로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인터뷰]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최원아 교수

희귀성 근육병 등으로 호흡장애 환자 1천여 명 관리

"호흡재활만으로 희귀질환 환자들 삶의 질 높아져"

"환자들 일상 찾아줘 보람 … 희귀병 시선 달라졌으면"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7.09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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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희귀질환’에 대해 불치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은 그 종류만도 약 7,000~8,000여 종에 달하고 그 중 대부분이 원인을 찾기 힘든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온 전문의들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의술의 발달로 여러 질환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여러 재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관리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단-관리 인프라 구축이 더욱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2019년 현재 우리 사회는 희귀질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희귀질환 환자와 그 보호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노인의료에 이어 ‘희귀질환’에 대해 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강남세브란스 재활의학과 최원아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아 뮤코다당증센터하고요. 한 군데가 더 있는데 강남세브란스병원에 호흡재활센터가 있습니다. 꼭 필요한데 아직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두 병증을 선정해서 만들었습니다.”

기자는 5월 15일 ‘뮤코다당증 인식의 날’ 취재차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처음 강남세브란스병원에 호흡재활센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지난 주 센터를 찾을 때까지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삶의 벼랑에서 한 순간 한 순간을 버티는 환자들을 관리하는 곳일 거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센터를 담당하는 최원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부분 처음 우리 센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자님과 같이 생각한다”며 희귀질환으로 호흡 기능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에게 일상을 되찾아주는 센터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

친절한 미소가 기억에 남는 최 교수와의 인터뷰는 7월 4일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상담실에서 이뤄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전용병실

Q. 일단 호흡재활이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그리고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희귀질환지원센터’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최원아 교수(이하 최) : 호흡재활이란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며 환자가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돕는 치료를 일컫습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중증 호흡부전을 동반하는 희귀 난치성 신경근육질환들을 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도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을 공감하여 2008년 센터 설립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기도절개를 통한 가정용 인공호흡기 및 환기상태모니터링을 적용중인 신경근육질환(루게릭병) 환자.

 

2008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지원으로 설립

Q. 그러니까 11년 전에 처음 문을 열었던 것이군요.

최 : 중증 호흡장애 환자 치료 시스템을 갖춘 센터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으로 2008년 설립됐습니다. 하지만, 근육병 환자들에 대해 특히 신경을 썼던 것은 지난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지금은 정년퇴임하신 문재호 교수님께서 근육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특히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 최초로 1886년 근육병클리닉을 개설하면서 근육병이나 희귀질환 환자들을 치료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현재 호흡재활센터장을 맡고 계신 강성웅 교수님께서 이 환자들의 호흡재활 문제를 인지하시고 1990년대 말에 미국에서 관련 연구를 하고 돌아오신 후 2000년부터는 중증 호흡장애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지속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사회생활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을 높힐 수 있는 호흡재활치료를 지금처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지요.
 

가정용 인공호흡기 및 기침유도기계(Atral and CoughAssist). 이 시설은 비침습적 호흡관리를 위해 사용된다.

Q.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요?

최 : 2008년 당시에 재단이 희귀질환 지원을 위한 사업비 공고를 냈는데 저희가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경영진 측에서는 센터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해 주셨고 재단에서는 설립비를 지원해 주셔서 이렇게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호흡재활센터 설립이 가능해졌습니다.

2008년 설립 당시에 처음으로 4인실 하나가 전용병실로 꾸며졌고 6인실이 하나 추가됐습니다. 그리고 전용병실 외에 병원에서 호흡재활 환자를 받을 수 있게 허락한 병상은 10개가 더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관리하는 병상은 20개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호흡재활 전문센터

Q, 센터 설립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을 말씀해 주신다면?

최 : 일단 호흡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모아서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 저희 담당 의료진이나 환자 입장에서는 대단한 변화입니다.

아시는 대로 이 희귀질환이라는 게 말 그대로 ‘희귀’하다 보니 의료진 안에서도 인식 수준이 낮고요. 이들을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전문 진료과가 개설된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환자 입장에서 호흡 문제로 병원에서 관리를 받고 싶어도 어디를 가야 할지 헷갈리기도 하고 오더라도 기대하는 진료를 받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호흡재활’ 전문 센터가 생겼다는 건 당연히 의미가 클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11년 전에 전용병실이 생기기 전에는 자연히 일반병실에서 다른 병증 환자들과 함께 섞여서 입원을 했었는데요. 호흡기에서 발생하는 소음 문제 때문에 다른 입원환자 측에서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보호자분은 “호흡기를 쓸 정도로 위급한 환자라면 중환자실에서 관리해야지 왜 일반 병실로 데려와서 다른 환자들 잠도 못 자게 하느냐”고 항의하시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저희 환자들이 침대를 빼서 복도에서 잠을 청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용병실이 생기고 그런 안타까운 장면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됐지요.
 

경피적 이산화탄소 모니터 측정기구. 이 기구는 호흡재활에 꼭 필요한 환기상태를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20개 병상 통해 모두 1천여명 환자 관리

Q. 사실 저도 ‘호흡재활’이라는 말 때문인지 호흡기에 의존하며 장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곳인지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저부터도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최 : 대부분 처음 우리 센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자님과 같이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해하면 쉽습니다. 기자님도 다리 근육이 약해지면 걸을 수는 있지만 걸을 때마다 힘들지요?

근력이 약한데 무리한 움직임이 피로감을 만들 수 있어 지팡이 등 보조도구를 사용하게 된다면, 피로감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같은 원리로 우리 환자 중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 때문에 호흡에 문제가 생긴 분들은 호흡근육이 약해져 숨을 쉴 수는 있는데 숨 쉬기가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호흡근육에 피로가 생기지 않도록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적용해서 호흡근육을 보조해주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재활’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고 호흡기를 쓴다고 해서 중환자실에서 관리 받을 정도로 위급한 상태는 아니기에 일반 병실에 입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센터에서 입원하여 관리하는 환자들은 몇 명이나 되며 한 번 입원하면 입원기간은 얼마 정도인지요?

최 : 말씀드린 대로 허락된 20개 병상에서 1000여 명의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보통 장기간 입원하는 개념은 아니고 정기적으로 관리하며 일상을 잘 지켜갈 수 있게 해드리는 개념입니다. 물론 상태가 안 좋을 경우 길게 계시다 퇴원하시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요.

그리고 내원하시는 환자들에 대한 관리와 함께 검진 일자가 됐는데도 사정상 날짜를 미룬다는 이야기도 없이 오지 않으시는 환자들을 위해 가정 방문 시스템도 운영 중입니다.

근육병 중 대부분이 유전질환이다 보니 형제나 자매가 함께 앓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만성질환이고요. 그렇다보니 그런 가정의 경우 부모 중 한 명은 아픈 아이들 돌보고 한 명은 치료비 버느라 정신없이 살게 되고 자연히 정기검진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러는 경제적 문제가 발생해서 센터에 못 오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경우에는 저희 센터에서 일하시는 방문간호사 선생님이 직접 가정을 찾아가서 환자의 상태를 살핀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외래 혹은 입원치료로 연계하여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게 예방합니다.
 

마스크를 통한 가정용 인공호흡기에 적응중인 신경근육질환(운동신경원성) 환자
마스크를 통한 가정용 인공호흡기에 적응중인 신경근육질환(운동신경원성) 환자.

 

"지난 4월 1000번째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치료 성공"

Q. 지난 4월에 1000번째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치료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었는데요?

최 : 중증 호흡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기관 절개 없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호흡을 보조할 수 있는 치료입니다. 불필요한 기도절개나 기도삽관을 한 환자들은 다시 절개한 공간을 메우고요.

이동용 소형 인공호흡기를 사용해 일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게 되는데요. 침습적 인공호흡기의 부작용을 줄이고, 호흡기계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횟수와 기간도 줄어들어 환자와 보호자의 심리적 부담 및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1000례 중에는 근육 질환이 480례, 루게릭 병 281례, 척수성 근위축증 46례, 척수손상 94례 그리고 기타질환이 99례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단일기관에서 최초로 1000명의 환자에게 해당 치료를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원아 교수가 기침유도기계 'CoughAssist E70'에 대해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일상 유지할 정도의 호흡능력 회복만으로
삶의 질 상당히 개선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최 : 앞에 말씀드린 대로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낮다 보니 그냥 희귀질환에 걸리면 위중한 상황 속에서 시간만 보내다가 안타까운 마지막 순간을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만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센터에서 치료받았던 척수성 근위축증, 근육병 환자분들 중 많은 환자들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완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잘못 생각하고 호흡재활을 포기해 버렸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환자들이 완치를 시킬 수는 없더라도 호흡재활을 통해 호흡장애 증상을 호전시키고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등 보통의 일상을 찾는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병증의 특성상 당장 눈에 보이는 호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이 분들은 일상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의 호흡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삶의 질이 상당히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여러 유전병 치료제가 나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냥 관리 받지 않고 연명하다가 약이 개발된 후 약을 맞고 한 번에 좋아지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행성 사지근력 약화를 보이는 병의 특성상 관절의 구축이 심하게 진행되면 약을 투여한다고 해도 기대만큼 효과를 낼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더욱 호흡재활을 포함한 포괄적인 재활치료 및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곳에서 희귀병 환자들에게 일상을 찾아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희귀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앞으로 희귀질환자들에 더 많은 관심 당부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최원아 교수가 호흡재활센터 앞에서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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