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⑦-끝] “초고령사회, 새로운 진료시스템 구축해야”
[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⑦-끝] “초고령사회, 새로운 진료시스템 구축해야”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7.01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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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의 발달로 늘어난 노년의 시간은 병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51%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서비스가 치료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예방 중심으로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유병장수’ 시대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을까?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노인 의료의 현주소를 분석,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강원대학교병원 노년내과 대기실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지난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증가는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문제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의료계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고령 환자들에 대한 진료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이어 강원대병원과 빛고울전남대병원까지 노년내과를 개설하고 전문화된 노인진료에 나선 것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일부 대학병원은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과 노화과학연구소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노화와 노쇠, 장수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노인 의료에 대한 인식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노년내과 진료 수가 인정해줘야”

가장 대표적인 것은 노년내과 진료에 대해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를 대신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취재하면서 만난 대학병원 교수들은 한결같이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노인 의료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우리 병원에 노년내과가 생긴 지 벌써 10년이 흘렀지만 생각만큼 다른 병원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은 계속해서 봐야 할 환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수가가 발생하는 치료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노년내과에서 하는 노인 환자에 대한 관리 치료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창오 신촌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과장도 비슷한 취지의 생각을 전했다.

김 교수는 “마음 같아서는 (우리 노년내과에) 전담진료인력을 더욱 더 많이 배치해 더 정성스럽고 질 높은 진료를 해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라며 “(노년내과 설립은) 고령 환자의 만족도는 물론 이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예방적 치료를 통한 건강보험료 절감 등 의미가 크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 치료가 많이 이뤄질 수 없어 다른 병원들이 쉽게 마음먹기 힘들 것”이라고 얘기했다.
 

전문의료진 배출 시스템 구축 시급

노인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빛고을전남대학교 노년내과 박종춘 교수(오른쪽)과 강민구 교수(왼쪽).
노인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빛고을전남대학교병원 노년내과 박종춘 교수(오른쪽)와 강민구 교수(왼쪽).

2019년 6월 현재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노년내과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병원은 강원대학교병원과 빛고을전남대학교병원이다. 두 병원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최근 전담의료진의 필요성을 느끼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펠로우십을 마친 노인의학 전공 교수를 맞아들인 것이다.

강원대학교병원은 2018년 3월 윤솔지 교수를, 빛고을전남대학교병원은 2019년 3월 윤 교수의 1년 후배 강민구 교수를 각각 영입해 노년내과의 전반적인 관리를 맡겼다.

두 곳 모두 이전까지는 다른 내과 세부 전공의들이 담당요일과 시간을 정해 돌아가면서 노인 환자들을 진료하는 방식으로 과를 운영해오다 한계를 느낀 뒤 대안으로 윤 교수와 강 교수의 영입을 결정했다.

두 교수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합류하기 전에 비해 병원 차원에서도 과의 설립취지를 더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며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노년내과가 독립된 진료과로 다시 한 번 알려지는 계기도 됐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대병원과 빛고을전남대병원의 사례는 다른과 전공의들의 순번제 진료로는 노년 진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없으며 따라서 병원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노인진료 전담 의료진의 배출이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그에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노년내과 교수들의 설명이다.
 

한국형 노인의료 연구 지속돼야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에서 노쇠와 노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경희대병원 원장원 교수. 

인구의 고령화가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우리나라는 2010년대 들어 한국 사회의 특징을 담은 노인 건강 관련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원장원 교수(가정의학과)가 이끄는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을 비롯해 초고령 대상 코호트구축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전남대학교 노화과학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연세대학교는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한국 도시농촌지역 어르신연구(Korean Urban Rural Elderly study)를 진행 중이고 서울아산병원은 평창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건강을 추적·조사하는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을 이끄는 원장원 교수는 “최근 들어 여러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한 연구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노인 환자, 진료 접근권 문제 해결해야”

거동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노인 환자들은 병원 접근성이 문제다. 노인 전문 의료시설이 각 지역마다 모세혈관처럼 자리 잡을 수 없는 현실에서 복합 병증을 앓고 있어 관리가 필요한 노인에게 진료 접근성을 높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구 전남대학교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특히 농촌과 섬 지역이 많은데 비해 의료시설은 광주 등 특정 지역에만 편중돼 있는 전라남도의 특성상 버스를 2~3회 갈아타거나, 택시를 대절해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병원 진료를 한 번 받는데 큰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드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는 서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이은주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제가 보는 환자들 중 절반 정도는 혼자서 병원을 찾기가 힘드신 분인데 응급환자가 아닐 경우 앰뷸런스를 이용할 수도 없어 자녀나 손자 등이 시간을 따로 내서 모셔 와야 한다”며 “혼자 오실 수 있더라도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기 힘든 몸 상태의 분들은 어쩔 수 없이 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주치의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년내과 전문의는 “혼자 오실 수 있는 환자라고 해도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병원에 왔다 가시다가 자칫 몸살감기 등 병을 얻고 가시는 경우도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노인 환자들이 최소한 진료를 받으러 오고 가는 길에 대한 걱정은 놓으시게 할 대책은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어디에 살든 편히 진료받을 수 있어야

“붐비지 않는 병원이라 오히려 더 잘 봐드릴 수 있어요.”

2014년 류마티스·관절염 전문병원으로 문을 열어 아직 자리를 잡는 단계인 빛고을전남대병원 노년내과 강민구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도권 지역 노인 환자들을 진료하던 그는 “전남지역의 경우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고 먼 곳에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한 번 오셨을 때 더 오랫동안 불편한 부분들에 대해 듣고 신중히 치료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아직 환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치료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르신이라면 어디에 살고 계시든 앓고 있는 병증에 대해 종합적으로 관리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방향으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처음 가는 길이잖아요. 의사도 환자들도...”

우리나라 노인의료가 현재 맞닥뜨린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생긴 필요성에 대해 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감 속에 인정받는 ‘절차’의 문제다.

첫번째 시리즈 인터뷰 말미에서 이은주 교수가 남긴 말로 연재를 마친다.

“처음 가는 길이잖아요. 의사도 환자들도... 90세 넘어 100세 어르신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나이까지 병원에 오시리라고는 생각을 못하셨을 거예요.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함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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