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⑤] “노인 전문진료는 시대적 과제”
[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⑤] “노인 전문진료는 시대적 과제”
한국, 최단기 고령사회 진입

건양대, 강원대, 빛고을전남대 등도 속속 노년내과 설립

전문인력 부족와 다학제 협진 시스템 부재 등 한계 드러내

전문의들 "노인의학 전문의 배출, 수가인정 등 해결과제 산적"
  • 서정필 기자
  • hustledoo79@gmail.com
  • 승인 2019.06.26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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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의 발달로 늘어난 노년의 시간은 병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51%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서비스가 치료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예방 중심으로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유병장수’ 시대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을까?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노인 의료의 현주소를 분석,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26일 오전 강원대학교 병원 노년내과에서 진료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2003년 5월 건립 당시부터 노인전문 의료기관을 표방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해 2009년과 2010년 각각 노년내과 문을 연 서울아산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우리나라에서 노인병 전문과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병원으로 손꼽힌다.

이 병원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노인들의 진료에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지면서 노인병 전문과들은 서서히 확산되는 추세다. 그렇지만 노년내과를 담당할 전문의가 부족하고 병원 입장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노인 전문 진료과가 기대만큼 빨리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소화기, 순환기, 내분비, 감염 등 병증별 전문의들이 순번을 정해 노인 환자들을 더 많이 진료하는 방식으로 노인병 전문과를 운영하던 병원들은 한계를 깨닫고 운영을 중단하거나 노인병 전문의를 새롭게 영입하며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확산 추세
정체성 찾지 못해 중단되는 경우도

노년내과로 대표되는 노인병 전문과는 여러 병증을 통합해 관리할 전담 전문의와 다른 진료과목과의 원활한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있어야 원래 설립취지를 구현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두가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취지에만 공감해 문을 연 병원들은 기존과 다른 노년내과만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며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건양대학교병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충남 논산 건양대병원 노년내과는 지난 2014년 말 병원이 소재한 충청남도 지역의 노인 환자들에게 기존과는 다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지만 노년내과 전담 전문의 없이 다른 과목 전문의들이 요일별로 당번을 맡는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년 남짓 만에 간판을 내렸다.

당시 서울 대형병원에서만 손에 꼽을 정도로 운영되고 있는 노년내과를 지역 병원에서는 거의 최초로 독립 진료과목으로 만들어 진료를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적지 않지만 노년내과만의 정체성을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원대병원, 전문전담의 영입하고 진료과목 독립

강원대학교병원도 건양대학교병원과 비슷한 문제를 만났다. 이 병원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노인전문 진료과목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난해 초까지 ‘노인센터’라는 이름의 전문센터에서 노인 환자들을 맞았지만 단순히 여러 내과 세부전공의들이 돌아가며 담당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기존 진료가 단순히 다른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병원 측은 이에 ‘노년내과’를 하나의 진료과목으로 독립시킨 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노인의학을 전공하고 펠로우십을 마친 윤솔지 교수를 영입해 지난해 3월부터 노년내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윤솔지 교수는 26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특히 강원 지역은 노인인구가 많은데 비해 수도권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노인 환자들이 앓고 있는 여러 병증을 통합해 진료 받고 장기적인 건강관리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 더욱 절실했다"며 "아직 전담인력이 부족하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학제 협진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고 수가 문제로 약제과 등과의 협조도 부족하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마음을 모아 조금씩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빛고을전남대학교병원이 노년내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분당차병원도 노인병센터라는 이름으로 지역 노인 환자들에 특화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올해 4월 서울 서북지역에 문을 연 은평성모병원도 개원시기부터 '노인의학과'를 타 진료과목과 함께 개설했다.

 

전담전문의 확보와 다학제 협진 시스템 구축해야

노년내과 전문의들은 고령인구 비율이 세계에게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노년내과가 지역별로 더 많이 만들어지고 내실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많지 않지만 극복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진료과가 만들어져 자리 잡는 데까지는 국가의 강력한 주도가 필요하며 대표적인 예로 응급의학과를 들 수 있다”며 "노년내과의 경우에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국가가 주도하기보다는 각 의료기관의 자율에 맡겼고 그렇다보니 추진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노년내과가 독립진료과로 더욱 더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확충과 저변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 달성 노력이 동시에 추진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당국의 지원노력과 의료계 종사자들의 인식 확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창오 신촌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비롯해 이미 노인병 전문 진료과목이 자리 잡은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자체적인 인력 배출 인프라 그리고 노인환자들이 다양한 병증을 여러 과목 전문의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라며 "사회 전체적으로 노인의학 전문의가 더 배출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대돼야 하고, 현재 제도상 환자의 관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데 따르는 보상, 즉 수가 인정이 안 되는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 교수도 "하루가 다르게 환자는 증가하는데 노년내과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앞으로 고령사회를 맞이한 우리나라에서 노인환자의 치료를 전담하고, 이후 재활 등 신체적 기능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노인 전문의를 배출하고 지역 거점마다 이들의 활동할 공간을 만드는 것은 우리사회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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