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④] "노쇠와 노화는 다릅니다"
[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④] "노쇠와 노화는 다릅니다"
[인터뷰]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장 원장원 교수

2016년부터 '노쇠' 3천명 대상 코호트 및 중재연구 진행

전국 10개 병원과 함께 11개 세부 주제 연구

국가차원의 첫 '노쇠' 연구라는데 의미 있어

"2020년 활동 종료 ... 연구성과 이어갈 플랫폼 있었으면"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6.24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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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의 발달로 늘어난 노년의 시간은 병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51%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서비스가 치료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예방 중심으로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유병장수’ 시대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을까?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노인 의료의 현주소를 분석,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원장원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장 (경희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노쇠(Frailty)'란 쉽게 병에 걸리거나 가벼운 질환에도 회복이 더뎌지는 신체기능 저하를 말한다. 노쇠한 노인은 낙상이나 치매, 보행장애 등을 겪을 확률이 건강한 또래들보다 5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6배나 높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의 7%, 80세 이상 노인의 40%가 '노쇠(Frailty)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국가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다르기에 ’노쇠'를 겪는 한국 노인들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우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추적관찰을 통해 노쇠의 원인과 그로 인한 영향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원장원 경희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가 이끄는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은 지난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와 함께 우리나라만의 '노쇠' 특징을 분석하기 위한 코호트연구와 중재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경희대학교병원 암센터 6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장 원장원 교수를 만나 이곳에서 4년째 진행해 오고 있는 '한국 노인 노쇠 코호트 구축 및 중재 연구'의 의의와 진행상황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같은 대학 융합의과학과 노화역학교실 김미지 조교수도 함께했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 연도별 연구흐름표

Q.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사업단에 대한 대체적인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원장원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장(이하 원) : 저희는 한국 어르신들의 '노쇠'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아내 그 결과 어르신들의 건강 향상에 기여하고자 만들어졌으며 지난 2016년부터 전국 10개 병원(보건소)을 중심으로 70~84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총 3000명의 코호트 대상자를 모집하고 2년마다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는 노쇠의 원인과 그로 인한 영향을 찾아내고 분석하기 위해 대상자들을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코호트 연구(Cohort study)'와 노쇠한 어르신들에게 어떤 영양공급, 운동처방 등이 효과적인지를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하는 '중재연구(intervention study)'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아울러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노쇠'에 대한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호트 연구'는 제가 하고 있고, '중재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장학철 교수가 총괄하고 있고, '가이드라인 만드는 작업'은 아주대학교 이윤환 교수님이 책임을 맡고 계십니다.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란 특정한 경험을 한 집단과 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해 경험과 질병의 발생 관계를 조사하는 연구 방법을 말하고 중재연구(intervention study)란 인간집단을 대상으로 해서 역학적 사실을 검증하고 질병의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대책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주로 예방접종의 효과 판정 등에 사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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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 지역별 참여 병원과 담당 교수.

 

Q. '노쇠(Frailty)'라는 개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개념에 대해서는 생소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원 : 노쇠는 건강과 장애의 중간 정도에 있는 단계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보통 65세 노인 8%가 노쇠, 50%가 노쇠의 전단계에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노쇠한 노인을 관리하지 않으면 근감소 등 영향으로 거동이 힘들어져 요양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게 되며 치매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게 됩니다.

노쇠란 당장 특정 병증이 생겨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신체 능력이 감소해 어떤 병에든 취약한 몸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국가 차원에서 '노쇠'의 개념을 알리고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몰리 박사의 노쇠관련 설문을 국내에 맞도록 번안한 '한국형 노쇠 진단 설문'

Q. '노쇠'인지 아닌지 판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요?

원 : 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몰리 박사의 노쇠관련 설문을 국내에 맞도록 번안한 '한국형 노쇠 진단 설문’을 사용합니다.

이 설문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의 피곤한 정도 ▲10개 계단 오르기 ▲ 300m 이동하기 ▲고혈압, 당뇨 암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지 여부 ▲지난 1년 동안의 체중 감소 정도 등을 묻습니다. 이 중 1,2개에 해당하면 전노쇠, 3개가 넘으면 노쇠에 접어든 것으로 판정합니다.

Q. 3000명의 코호트는 어떤 지역에서 어떤 방법으로 선정됐는지도 궁금합니다.

원 : 전국에서 걸쳐 10개 의료기간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그 인근지역에 속한 표본 읍, 면, 동을 정하고 이어 성별과 연령대를 기준으로 층화추출 방식으로 3000명을 선정했습니다.

Q. 연구 기간은 언제까지이며 연도별로 어떻게 사업이 이어져 왔는지요?

원 : 연구는 말씀드린 대로 지난 2016년 시작됐으며 5년 예정으로 내년 마무리됩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는 코호트의 기반을 구축하고 초기 중재연구를 진행하는 단계였고요. 지난해와 올해는 그것을 토대로 코호트 추적조사와 통합형 중재기술을 연구하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 해인 내년에는 시범사업 및 지침을 개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추적조사의 자료 취합은 다 된 상황이고요. 지금은 결과 값에서 편향을 제거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서는 이번 저희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김미지 경희대학교 융합의과학과 노화역학교실 조교수

 

첫 추적조사 결과 17.4% "노쇠 증상 개선됐다" 답해

Q. 지금까지 나온 결과 중에 관심을 모을 만한 결과가 혹시 있다면요?

원 : 2년 동안의 결과이고 아직 결과의 의의를 분석 중이라는 한계점은 있지만요. 전노쇠 단계에서 'Robust'(튼튼) 단계로 옮겨가거나 노쇠단계에서 전노쇠 단계로 옮겨간 비율이 유의미하게 관찰됐습니다. 이것에 관련해서는 김미지 조교수님께서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미지 경희대학교 융합의과학과 노화역학교실 조교수(이하 김) : 보시는 대로 전체 조사 인원 중에 13.3%가 전노쇠 단계에서 튼튼단계로, 노쇠단계에서 3.1%가 전노쇠 단계로 옮겨졌습니다. 1%는 노쇠단계에서 튼튼단계로 옮겨갔다고 대답했습니다. 전체에서 17% 정도면 적지 않은 비율인데요. 어떠한 원인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는지 저희도 유심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영양중재연구와 운동중재연구도 병행 진행

Q. 중재연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요?

김 : 중재연구는 크게 영양중재연구와 운동중재연구로 나뉩니다. 식사와 운동 관리가 노년 건강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인이기 때문인데요.

 

영양중재연구 단계별 계획


우선 영양중재연구의 경우 1단계로는 노쇠 예방을 위한 적정 단백질 섭취량을 규명한다는 목표로 70~85세 노쇠 및 영양불량 위험이 있는 노인을 선정해 12주 무작위배정 위약대조군 이중맹검 임상중재연구를 실시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2단계 작업으로 '네트워크 기반 영양중재'와 '지역사회 무작위 실험대조 연구 수행'을 목표로 1단계 연구 결과를 근거로 최대 1년까지 장애발생 예방효과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운동중재연구는 노쇠의 조기 스크리닝 및 조기예방에 관한 ICT기반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노쇠예방을 위한 적정 운동을 포함한 신체활동 패턴을 규명하자는 목표로 ICT기반의 맞춤형 운동중재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효과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6월 21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 워크샵 및 6월 월례 운영위원회

 

매달 모든 연구주체 참여하는 운영위 통해 계획 점검

Q, 전국 10개 병원에서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라 컨트롤 타워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협의는 어떻게 하시나요?

원 : 말씀하신대로 각 세부사업마다의 특징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연구의 통일성을 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1개월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진행상태를 공유하고 향후 계획을 점검합니다. 지난 금요일(21일)에도 6월 운영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운영위는 4차연도를 마무리하고 5차연도를 준비하는 자리로 10개 지역센터 센터장 및 연구간호사 11개 세부연구 책임교수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활동기간 내년까지, 연구 연속성 이어졌으면..."

Q. 활동기간이 내년까지라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활동기간이 종료되면 모든 연구 활동이 종료되나요?

원 : 원래 시작 당시부터 5년 동안 활동할 것을 계획했기에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 바람은 지금까지 이어온 연구 성과를 이어갈 수 있게 기간이 연장되었으면 하는 것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라도 저희의 연구 성과가 계속해서 다른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법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점을 말씀드리면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의 '약제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개인의 민감한 정보라는 이유로 아직 공단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개인별로 문진을 통해 어떤 약을 먹는지 대체적으로 어느 정도를 약제비용으로 지출하는지 파악은 할 수 있지만 기억이 정확하지 않거나 질문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편향(Bias)가 생길 수 있어서 공단이 제공하는 정확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충분한 비식별화 과정을 거친다면 개인 정보 공개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서 전향적인 협조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6월 21일 열린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 6월 월례운영위원회 기념사진

 

국가가 '노쇠' 연구의 중요성 인지했다는 것만으로 큰 의의

Q. 마지막으로 사업단 연구의 의의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원 : 일단 국가 차원에서 어르신들에 대한 '노쇠'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예산을 배정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자체로 의의가 큽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노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데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이 어떻게 노쇠해지는지, 또 어떤 습관이 노쇠의 주요원인이 되며 사후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각 병증을 따로 관리하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은 없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인데요.

물론 이전에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노령사회(전체 인구 중 14% 이상이 65세 이상)로 접어든 상황에서 우리나라만의 '노쇠'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공공 영역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사업단의 연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노인의료 기준을 세우고 다듬어갈 수 있도록 여러 연구들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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