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뇌전증 치료 후진국”…정부 발벗고 나서야
“한국은 뇌전증 치료 후진국”…정부 발벗고 나서야
[인터뷰]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 편견대책위원장

“모든 연령에서 생명단축하는 위험한 질환”

”치매안심센터는 250개 ... 뇌전증 센터는 0개”
  • 박수현 기자
  • 승인 2019.06.24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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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뇌전증은 뇌졸중이나 치매환자 다음으로 많은 3대 신경계 질환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전무해 뇌전증 환자들은 오늘도 발작으로 신체 손상을 받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 편견대책위원장인 삼성서울병원 홍승봉 교수는 본지 기자와 만나 자리에서 현재 뇌전증의 무관심한 상황을 강조하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뇌전증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층의 국민들이 걸릴 수 있는 질환”이라며 “경계 질환 중 뇌졸중 다음으로 사망원인 2위, 젊은 사람들에서 사망원인 1위”라고 심각성을 피력했다.

젊은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하는 뇌전증이 어떤 병이고, 현재 놓여있는 상황이 어떤지 홍 교수에게 들어봤다.

 

대한뇌전증학회 편견대책위원장 홍승봉 교수
대한뇌전증학회 편견대책위원장 홍승봉 교수

 

Q. 우선 '뇌전증'이라는 질환부터 설명해달라.

뇌전증은 과거에 간질로 불리었던 병으로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치매, 뇌졸중에 비하여 정부의 관심과 지원 밖에 있어왔다. 이러한 이유는 현재 뇌전증만 유일하게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환자들은 2중 고통을 겪고 있다. 뇌전증은 0세에서 100세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하여 특히 10세 이하와 65세 이상에서 발병율이 높다.

뇌전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뇌손상, 뇌종양, 뇌졸중, 치매, 뇌혈관기형, 해마경화증(어릴때 열성경련 후 잘 생김) 등의 원인으로 발병한다.

 

Q. 사실 '뇌전증'이라는 질환은 좀 생소하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며, 치료시기와 치료방법은 어떻게 되나?

뇌신경에 손상이나 변형이 있으면 그 부위의 뇌신경세포가 불안정해져서 간헐적으로 과도한 전기방전을 일으킨다. 전기방전이 발생하는 뇌부위에 따라서 다양한 양상의 발작 증상이 나타난다. 발작 증상은 매우 다양한데 가벼운 손저림, 속이 울렁거림, 손가락 떨림, 또는 의식이 없어지고 주변 자극에 반응을 못하는 멍한 상태,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증상,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가는 현상, 한쪽 팔다리에 경련이 발생하거나 사지에 경련이 발생하는 등 전기방전이 발생하는 뇌부위와 전기방전이 얼마나 넓게 펴지는지에 따라서 여러가지 강도의 발작 증상이 발생한다.

뇌전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적인 치료로 나뉜다. 약 70%의 뇌전증 환자는 항경련제 약물로 잘 조절이 되는데 반해, 30%의 환자는 2가지 이상의 항경련제를 투여해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다. 이를 약물 난치성 뇌전증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수는 병원에 다니는 환자는 약 35만명이고 병원에 다지지 않거나 비급여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을 더하면 4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물 난치성 뇌전증은 최소한 10만명 이상된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의 가장 유효한 치료법은 뇌전증 수술이다.

 

Q. 가장 유효한 방법은 수술이라고 하셨는데, 수술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나?

두 가지 수술 방법이 있다. 뇌전증 수술과 신경자극술이다.

먼저 뇌전증 수술은 뇌 MRI, PET, 뇌파검사, 뇌자도 검사 등 여러가지 검사를 통해 뇌전증이 발생하는 뇌부위를 찾으면 이를 제거하는 뇌수술을 받게 된다. 약 50% 이상에서는 1차수술로 뇌 안 전극을 삽입한 후 뇌파검사를 다시해 뇌전증 초점을 정확하게 발견한 후 2차 수술로 절제하게 된다. 뇌전증 수술의 효과는 평균 약 85%로 매우 높다.

신경자극술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 중에 뇌전증 수술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 진행하는 것으로, 50% 이상의 발작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신경자극술인 미주신경자극술은 뇌전증 환자들의 급사율을 1/3로 줄일 수 있는 생명을 구하는 치료로 미국, 유럽 등에서는 한국 보다 5-10배 더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뇌전증 수술을 활성화해 많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정부는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Q. 치매와 뇌졸중에 비해 국가지원이 미비하다고 들었다. 해외엔 몇십대씩 뇌자도 검사기계가 있다고 들었는데 국내엔 한 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뇌전증 환자들에 대한 편견·차별 해소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다.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과 질환 중 하나인 뇌전증은 그동안 정부의 지원이 너무 없었다. 치매안심센터는 전국에 300개 가까이 되는데 뇌전증지원센터는 한곳도 없다. 치매연구비는 내년부터 1년에 1000억원씩 1년 동안 1조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는데 치매 환자의 50% 정도나 되는 뇌전증에 대한 연구비 계획은 전혀 없다.

사회적 편견과 우울증, 불안증 등에 시달리는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사회사업이 시급하지만, 정신질환과 재활의학 환자들에게만 급여가 되고, 뇌전증은 적용되지 않는다. 2017년 뇌전증 의료사회사업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복지부에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이 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 어떤 질환도 진단·치료를 위해 외국에 가야하는 병은 없다. 뇌전증은 유일하게 최신 검사 및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에 가야한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대만 등에 있는 뇌자도가 한국에는 한대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뇌전증 수술의 70%를 점하고 있는 SEEG(두개골을 크게 열고 특수 전극을 삽입하는 삼차원 뇌파수술)을 위한 로봇 시스템인 ROSA 로봇 장비도 국내에는 한대도 없다. 미국에는 100대 이상이 뇌전증 수술에 사용되고 있다. 또 뇌를 열지 않고 두개골에 몇 mm 작은 구멍만 뚫고 뇌전증 병소를 제거할 수 있는 내시경 레이저 수술장비도 한국에는 한 대도 없다. 기존 수술 방법을 수술할 수 없는 뇌전증 환자들은 레이저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 유럽에 가야 한다. 뇌전증 수술만 유일하게 후진국이다.

뇌전증은 신경계 질환들 중 뇌졸중 다음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원인 2위이다. 또한 젊은 사람들에서 생명을 단축하는 원인 1위 질환이다.

또한 뇌전증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층의 국민들이 걸릴 수 있는 질환이며, 뇌전증은 전체 질환 중 생명을 단축시키는 5번째 원인이며, 신경계 질환 중 뇌졸중 다음으로 사망원인 2위이고, 젊은 사람들에서 사망원인 1위이다. 뇌전증 환자들의 급사률은 일반인의 약 10배로 높다. 20-45세 사이 환자들 중 이유 없는 갑작스런 사망은 일반인의 27배 높다.

 

Q. 치료비 부분에 있어서 환자들의 부담은 없는지?

뇌종양 수술은 경중에 관계없이 환자가 5%만 부담하는 반면 뇌전증 환자는 10-20%를 부담한다. 양성 뇌종양 환자에 비해 약물 난치성 뇌전증은 훨씬 더 중하고 치료가 힘든 뇌질환임에도 2-4배 더 부담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저소득층 환자는 뇌전증 수술을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질환의 경중에 따라서 중증 환자들에게는 수술비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최근 2명의 뇌전증 환자들이 뇌자도 검사를 받기 위해 일본교토대학병원으로 방문해 검사를 받았는데 한 환자당 비용이 500만원에 달했다. 두개골을 열지 않아도 되는 최신 기술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뇌를 열고 수술을 해야 뇌전증 치료 후진국이다. 중증 뇌전증 환자들은 길거리에서 쓰러져서 다치고 생명의 위헙을 받고 있다. 

정부는 MRI 급여에 너무 많은 돈을 낭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급여를 하지 않는 많은 경우에 급여를 하고 있다. 의료재정이 미국에 비해 훨씬 더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 국민의 세금을 불균형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MRI는 정밀 뇌검사이다. MRI 급여를 라디오 방송으로 선전하는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MRI와 같은 정밀검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돼야 한다. 필요 없는 곳으로 의료보험재정이 줄줄 새고 있는 사이에 중증 환자들은 치료비 부담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세금은 국민의 혈세이다. 정부 마음대로 근거 없이 사용해서는 안된다. 

뇌전증 수술의 효과는 평균 85% 매우 높다. 뇌전증 수술을 활성화해 많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정부는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Q. 간질, 뇌전증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고 들었다. 아직까지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스스로 진단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숨기다 보니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좌 프로그램 등 편견을 없애기 위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있나?

뇌전증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3년전부터 여러가지 활동를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전국(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을 돌아가면서 뇌전증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또 KBS, YTN, 교통방송을 통해 뇌전증 편견 해소를 위한 공익방송을 하고 있는데 높은 비용으로 자주하지 못한다.

올해는 두 차례 공익방송을 진행했다. 지난 2월엔 KBS-1 라디오, YTN 라디오 공익방송을 했고, 이번달엔 KBS-1 라디오, 교통방송 공익 방송 등에서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뇌전증의 편견·차별을 해소하고 환자들의 의료복지를 향상시키는데 지원하도록 뇌전증지원법의 공동발의를 준비 중에 있다. 현재까지 18명의 국회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서명했다. 4명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더 받은 후 뇌전증지원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올해 국회에서 꼭 통과돼 그동안 가장 소외되었던 뇌전증 환자들이 외국에 가지 않고 선진국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뇌전증 치료의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은?

이제는 3대 뇌질환 중 하나이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와 의료복지를 위하여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 국회, 언론이 도와줘야 가능하다. 또한 뇌전증 환자들이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국민들과 사회의 지지와 도움이 절실하다.

뇌전증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층이 앓고 있는 뇌질환이다. 뇌전증 연구에 정부가 조금만 지원해도 큰 결과를 낼 수 있고 환자들의 치료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치매 연구비 지원의 100분의 1이라도 지원해 주면 좋겠다. 치매환자 60만명에 비해 30-40만명에 달하는 뇌전증은 너무 지원이 없다. 중증 뇌전증 환자들은 오늘도 발작으로 신체 손상(타박상, 골절상, 화상, 열상 등)을 받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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