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글로벌 제약업계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중추신경계'(Central Nerve System, CNS) 질환 치료제 개발의 문을 지속해서 두드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임상 3상에서 연이어 실패하는 등 R&D 투자 대비 리스크가 크지만, 개발에 성공할 경우 블록버스터 신약 등극과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의 주도권 쟁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CAR-T·면역항암제 등의 등장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는 항암제 분야와 달리,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는 아직 글로벌 제약업계가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이 때문에 인구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적극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 중추신경계 질환 시장, 항암제에 이어 두 번째로 커
제약·바이오 분야 리서치 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750억 달러(한화 약 88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중추신경계 질환 시장은 연평균 7%씩 성장해 오는 2025년 1240억 달러(한화 약 14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시장 규모가 가장 컸던 항암제(1210억 달러, 한화 약 140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현재 임상을 진행하면서 환자를 모집하고 있는 사례는 항암제가 중추신경계 질환보다 2배 많고, 환자를 모집하고 있지 않으나 개발 진행 중인 임상 수도 항암제가 3배 이상 많다. 국내 제약업계도 아직은 항암제, 대사 및 당뇨 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항암제 대비 중추신경계 질환의 개발 건수가 적은 이유로는 대규모 투자 대비 낮은 성공 확률, 질환의 발병 원인 규명 필요, 전임상과 달리 사람 임상에서의 어려움 등이 꼽힌다"고 말했다.
잇따른 실패, 개발은 더욱 '활발'
중추신경계 질환 중 미충족 의료 수요가 가장 높은 질환은 알츠하이머다. 이 질환은 지난 2003년 증상 완화제 '나멘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새롭게 허가된 치료제가 없다.
이는 알츠하이머의 신약 개발 성공률이 0.4%로 낮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8~2014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 123건 중 실제 신약으로 허가받은 사례는 4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건수는 지난 3년간 56% 성장하며 관련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lzheimer’s Association)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증상을 5년가량만 지연시키더라도 향후 환자 수가 약 40% 감소하고, 환자들의 의료비 절감액도 약 3670억 달러(한화 약 427조원)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해당 의약품의 효능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어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서의 성공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빅파마가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려는 노력은 라이선스 딜이나 M&A에서도 나타난다"며 "지난해 상위 20개 라이선스 딜 중 12개는 항암제였고,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는 5개로 항암제 다음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韓 젬백스, 알츠하이머 적응증으로 美 임상2상 IND 획득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최근 알츠하이머 적응증으로 미국 임상 2상 IND(임상계획승인신청)를 승인받아 글로벌 임상을 준비 중인 '젬백스'가 눈에 띈다. 지난 5월 FDA로부터 승인받은 미국 임상 2상은 미국 내 20여 개 의료기관에서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며 올해 9월 임상 개시가 예상된다.
이 회사는 앞서 올해 3월 알츠하이머 치료제 국내 2상에 대한 환자모집을 완료했으며, 올해 10월경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키움증권 정승규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 베타 아밀로이드 타깃, 타우 단백질 타깃 등의 글로벌 임상이 연거푸 실패하며 알츠하이머 발병에 대한 근본적 원인과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에 대한 수요가 이전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개발이 어려운 만큼, 잼백스의 하반기 국내 2상 결과 및 미국 임상의 순조로운 진행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