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바이오 신약 개발기업 '제넥신'이 유전자 교정기술 기업 '툴젠'을 흡수합병키로 결정한 가운데, 양사의 인수합병(M&A)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발전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발생한 첫 '각자 분야 대표 기업' 간 M&A이며, 외부로부터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실시한 첫 번째 M&A 사례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양사가 이번 M&A를 통해 차세대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경우 '글로벌 바이오테크'로 비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툴제넥신' 면역유전자 치료제 기술 개발 '기대'
면역 치료제와 유전자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제넥신은 최근 면역 항암 치료제 '하이루킨-7'의 글로벌 임상과 자궁경부암 및 자궁경부 전암 치료 유전자 백신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툴젠은 3세대 유전자 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현재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 기술을 바탕으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은 기존 기술의 생산·개량·최적화 측면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향후 제넥신·툴젠 합병 법인(존속 법인명 툴제넥신)은 면역 치료제와 유전자 백신 기술에 '유전자 교정 기술'을 융합해 차세대 블록버스터인 '유니버셜 CAR-T'와 같은 면역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툴제넥신은 R&D 전략위원회 설치 등 조직개편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 R&D 전략위원회는 미래 신기술 창출, 차세대 파이프라인 구축, 신규 사업 기획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DB금융투자 구자용 애널리스트는 "M&A를 통해 제넥신은 하이루킨-7으로 편중된 기업 가치에 툴젠의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추가, 기업 가치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툴젠은 제넥신의 임상개발 경험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개발 진행을 가속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사 M&A,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역사적 사례"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유통 역량을 가진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 간 공동판매 협력 외에도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재무적 투자 성격의 바이오 기업 투자와 M&A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M&A가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는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M&A가 공동연구 협약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기술적 가치를 높여 규모가 큰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도 없었다.
반면, 미국·유럽 등 선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활발한 M&A가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 제약·바이오 업체 간의 딜과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도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 결과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M&A 규모는 약 3400억 달러(한화 약 395조원)로 역대 최대 수준을 돌파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제넥신과 툴젠 두 바이오 기업이 그동안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사업적 가치를 만들어온 만큼, 이번 M&A가 미국·유럽 등의 사례처럼 상호 기술적 보완, 중복 투자 감소, 개발 역량 활용, 대형 바이오 기업으로의 외형 성장 등의 측면에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유전자 치료제 시장의 향후 가치를 고려할 때 제넥신은 신규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을 서둘러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제넥신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필요했으며, 툴젠은 이러한 제넥신의 니즈에 부합한 기업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애널리스트는 "이번 M&A는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의 역사적인 사례"라며 "이번 딜을 계기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업체들 간의 합종연횡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