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③] "나를 진짜 의사로 만들어준 노년내과"
[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③] "나를 진짜 의사로 만들어준 노년내과"
[인터뷰]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김창오 교수

2010년 설립 후 10년 가까이 진료과목 이끌어

"치료 연령대 높아지고 기대 목표도 상승"

"노년내과 필요성 및 사회적 인식 확산돼야"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6.2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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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의 발달로 늘어난 노년의 시간은 병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51%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서비스가 치료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예방 중심으로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유병장수시대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을까?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노인 의료의 현주소를 분석,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지난 2010년 1월 신촌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가 간판을 달았다. 2007년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와 2009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에 이어 노인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독립된 진료과로 세 번째였다.

김창오 교수는 내년 초면 설립 10주년을 맞이하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를 이끌고 있다.

김 교수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을 감염내과 전문의로만 일했던 시절보다 의사 본연의 자세에 대해 더 자주 고민하게 됐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성찰하게 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최근 연세대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김창오 교수를 만났다.

 

Q.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가 내년 초면 설립 10년을 맞는데요. 2010년 당시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가 문을 열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창오 교수(이하 김) : 알고 계시듯 그 당시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나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가 생기면서 사회적으로도 노인전문 진료과 개설에 대한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게 되는 흐름이 있었고요. 실제 저희 병원에서도 고령환자를 각 세부 진료과에서 담당하면서 발생하는 한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점도 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보통 다중질환을 앓고 계시기에 질환 하나하나만 봐서는 기대만큼 효과적인 치료가 힘든 사례가 많아졌고 자연히 병원 차원에서도 고령환자들에게는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수술을 요하는 고령의 환자가 내원했는데, 수술을 견뎌낼 체력이 안 될 경우 앓고 있는 다른 질환들과 신체 기능 수준을 고려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없ㄷ던 거지요. 이런 공감대 아래 구체적 계획을 설계하고 경영진과 의료진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과정을 거쳐 문을 열게 됐습니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내부 공감대 형성이 설립으로 이어져

Q.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만들어지는 그러니까 ‘탑다운’(Top Down)방식이 아니라 병원 내부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경영진에게 설립이 제안되고 실제 설립으로 이어지는 ‘바텀업’(Botton-Up) 방식이었다는 것이군요.

김 : 예 맞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기에 다른 과와의 협업도 원활히 이뤄지고 저희의 성과가 병원 전체적으로 공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노인 환자를 상담하고 교육하는 저희 과의 특성 상 다른 과에 비해 수익을 내기 힘들기에 준비 단계에서부터 병원 구성원들이 필요성에 공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특히 가정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10년 전 비해 연령대 높아지고 기대 목표도 상승

Q.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김 : 일단 내원 환자의 평균 연령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제가 본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10년 전에는 70대 후반~80대 초반 환자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80대 후반~90대 초반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연령대라도 기대치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80대면 의사나 환자, 보호자 모두 현실적 목표로 악화를 막고 현재 기능을 유지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90대 환자들 중에서도 완치를 목표로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인질환, 완치라는 개념없다 ... 회복위해 노력"

Q. 노년내과 설립 전에는 감염내과 전문의로 환자를 보셨는데요. 노년내과를 맡게 되시면서 환자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지셨을 것 같은데요?

김 : 감염내과는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그 병증에 집중해 처치하고 그 후에 외래에서 사후 관리 하다가 병증 사라지면 "그만 오세요"하면 끝나는 건데, 다른 만성질환도 다르지 않겠지만 특히 노년내과에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는 게 가장 많이  달랐지요.

다른 만성질환을 다루는 과들과도 다른 것이 우리는 정말 한 분 한 분의 삶을 맨 끝까지 본다는 것이 다르지요. 그러다보니 아무리 저희들이 열심히 해도 입원하신 환자 중에 30%는 돌아가실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불가항력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한 분 한 분 그 어떤 환자보다 신경 써서 상담하고 치료계획 세우고 했기 때문에 (돌아가시게 되면) 더 마음이 아픈데요.

그런데 가끔 환자 사후 보호자 분들 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돌아가시기 전에 좋은 환경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 한 명 한 명에 집중하는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드린 것 같아 그래도 도리는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주시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이야기 들을 때 참 뭉클하고 보람도 느끼고 그렇지요.

 

신촌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들의 진료 일정표 

 

"의사 역할 성찰하게 한 소중한 10년"
"대형병원 아니면 노년내과 설립 어려워"

Q. 당연히 힘드셨던 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김 : 아무래도 과 특성 상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기에 적극적으로 규모를 늘리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현 제도 아래서 병원입장에서는 저희 과 취지와 반대로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돌아다니고,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야 이익이 남습니다.

그래서 분당서울대병원이나 아산병원 그리고 저희같이 규모가 좀 되는 병원들이 아니면 가치에 공감하더라도 선뜻 설립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 것이고요. 국가 차원에서 노년내과가 고령환자들을 통합진료하면서 생기는 비용 절감에 대해 수가를 인정하는 제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10년 동안 느끼신 점, 그리고 남기고 싶으신 말씀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김 : 의사의 역할이 단순하게 약 던져주고 수술해주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느꼈어요. 인생에 마지막 지점에 선 어르신들을 진료하다보니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병 치유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을 매일 매일 느끼게 됩니다. 저를 진짜 의사로 만들어 준 10년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한 것은 노년내과에서 자신의 병증과 노쇠 정도, 정신적인 문제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관리 받는 분들이 마지막까지 높은 만족도를 느끼며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노년내과의 필요성이 더 널리 알려지고 그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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