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②]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은 아닙니다"
[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②]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은 아닙니다"
[인터뷰]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10년전 우리나라 최초 단독 진료과목으로 개설

내과 세부전공으로 '노인의학' 전공한 첫 사례

"건강한 일상을 오래 지켜드리는 것이 목표"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6.20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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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의 발달로 늘어난 노년의 시간은 병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51%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서비스가 치료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예방 중심으로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유병장수’ 시대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을까?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노인 의료의 현주소를 분석,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서울 아산병원은 지난 2009년 신관 확장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노년내과’라는 간판을 달았다. 이전에도 ‘노년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병증을 가진 노인들에게 비슷한 진료를 제공해 왔는데, '노년내과'를 하나의 진료과목으로 독립시킨 것이다.

이은주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10년 전 독립의 이유에 대해 "내원 환자의 연령이 90세를 넘어 100세에 이르기까지 내원환자의 연령이 높아지고 고연령자들을 다른 과에서의 치료할 경우 한계점을 더 많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전공으로 '노인의학'을 선택하고 노년클리닉 시절부터 줄곧 고령환자들과 함께 해 온 이 교수를 만나 지난 10년 간 환자를 만나면서 느낀 소회와 우리나라 노인의학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Q. 교수님 반갑습니다. '노년내과'로 간판을 바꿔 단지도 벌써 10년이 됐지만 아직 노년내과가 있는지 모르거나 어떤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노년내과'에 대한 대체적인 설명부터 부탁드립니다.

이은주 교수(이하 이) : 예 아직 저희 병원을 비롯해서 세브란스병원 등 몇몇 병원에서만 만들어진 진료과목이기도 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노년내과'라고 하면 우리 사회의 노인 분류 기준대로 65세 이상의 환자들이 찾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요. 그렇다고 65세 이상이면 다 노년내과로 가야하는가. 그건 아닙니다.

65세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몇 가지 병증을 함께 앓고 있으면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것이 힘들면 노년내과를 찾아오셔야 하고요. 더 연령이 높더라도 앓고 있는 병증이 복합적이지 않고 해당 병증만 치료하면 될 경우라면 다른 과목에서 진료할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아과'에 빗대어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요. 소아과가 항상 특정 병증을 볼 때 이 환자가 아동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듯 저희도 병증 하나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이 분들이 나이가 많고 아동과 반대로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 시기라는 것을 고려하고 거시적이고 전체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렇다면 기준은 무엇이냐. '기능'이라고 설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는 환자의 전체적인 신체 기능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보고 이 분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어떤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지를 고민합니다. 다른 과목 치료의 목적이 병증을 없애는 것이라면 저희 과의 목적은 현재 갖고 있는 신체기능을 최대한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입니다.
 

"자존감 지키며 노년기 보내도록 돕는 곳"
"치유가 아닌 유지가 목표"

Q. 다른 과들과 목적 자체가 다른 것이군요.

이 : 예 맞습니다. 다른 과목들과 달리 저희는 병을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노화’를 치료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잖아요?

보통 저희 병원에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이 몇 개 정도의 병증을 갖고 있는지 아시나요? 3개는 기본이고 4개 정도를 앓고 계십니다. 고혈압, 당뇨는 거의 갖고 계시고 여기에 고지혈증, 고관절 질환 등 이에요. 저희 과에 오시는 환자분들 연령대를 고려할 때 이 병들은 생을 마칠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병들입니다.

저희의 목표는 말씀드렸듯이 '기능'의 유지입니다. 삶의 질과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존엄성을 지키며 노년을 보내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똑같은 나이에 똑같은 심장질환을 보유하고 있어도 누구는 운동도 열심히 하며 사회생활을 수행하고 누구는 누워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병증이 더 심각하고 덜 심각하고의 차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신체 기능의 차이입니다.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의 진료자료를 보고 있다.

 

노년내과의 목적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 필요

Q. 자신이 65세 이상이고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할 경우 다른 과를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노년내과'를 찾아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있나요?

이 : 싱가포르의 경우는 그 기준을 '65세 이상이면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장애를 가진 노인'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지요.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공통된 정의는 없습니다.

아직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이기는 한데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노년내과의 역할과 목표에 모든 사회구성원, 특히 의료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아직 애매한 측면이 많습니다. 그러나보니 노년내과에서 담당하는 것이 적합한 환자분들 중에도 이런 곳이 있는지도 잘 모르시는 경우도 많고요.
 

Q. 반대로 병원 입장에서 환자가 내원했을 때 다른 진료과에서 주로 담당할지 아니면 노년내과에서 주로 담당할지 정하는 기준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 예. 모빌리티 즉 거동을  할 수 있는지 또 사후 관리가 얼마나 필요한 지가 기준입니다. 골절의 예를 들어 설명을 드리면요. 만약에 손가락이나 팔꿈치가 골절됐다면 불편하더라도 일상생활은 수행할 수 있으니 정형외과에서 해당 처치 받고 퇴원하면 되는데요. 노인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 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뼈가 약해진 어르신들이 고관절 수술을 받으시게 되면 수술 후에도 꽤 오랫동안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갖고 있는 다른 병증에 대한 관리도 힘들어집니다. 이럴 때는 고관절 관련 처치만 정형외과에 맡기고 전체적인 관리는 저희가 담당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희 과 의료진들은 노인 환자들이 겪는 여러 병증들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 가장 적합한 개입(Intervention)에 대한 가치 판단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종합적인 능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지요.
 

2018년부터 노년내과 인증의제도 시행 중

Q. 그렇다면 당연히 그러한 능력을 보유한 노년내과 전문 의료진의 저변이 더 넓어져야 할 것 같은데요.

이  : 예 물론입니다.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7% 넘으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을 때, (우리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 진입 시기를 2022년으로 예상했는데 그 예상은 빗나가 2년 전에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이 속도를 노인의료 전문의료진 배출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내과학회를 중심으로 노인의료 전문의료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노년내과 인증의제도입니다. 내과학회에서는 2018년부터 '노년내과 인증의교육을 시작해서 지난해 처음 인증의 자격을 획득한 선생님들이 나왔습니다. 올해 두 번째 인증의들이 나옵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Q. 다른 진료과목이 아닌 내과에 노년 전문 세부진료과목이 생긴 이유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 미국의 경우도 그렇고 대부분 노년 환자들 치료의 컨트를 타워 역할은 내과에서 담당하고 있는데요. 이유는 노인 환자들이 앓고 있는 병증들이 대부분 내과적 치료를 요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과에서 치료의 중심을 잡고 다른 진료과목 선생님들과 협진을 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세부전공으로 노인의학 선택"

Q. 교수님께서는 아산병원에서 세부전공을 ‘노인의학’으로 선택하신 첫 사례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 제가 2000년에 전공의를 마치고 세부전공을 선택해야 했는데요. 그 때 지도해 주시던 교수님 중에 노인의학에 관심이 많으셨던 선생님께서 계셨는데 저한테 이 쪽 분야를 해보면 어떻겠는가라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알고 계시듯 그 때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 돌입하던 시점이라 노인의료에 대한 관심이 막 커지던 시점이었거든요. 그래서 전망도 밝고 충분히 가치있는 영역이니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씀해주셨고 제가 따랐던 거지요. 저희 병원에는 1995년부터 내과 내에 노인의학 세부전공이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실제로 그 전공을 선택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Q. 결정과정에서 고민은 없으셨는지요?

이 : 없었다면 거짓말이지요. 물론 있었습니다. 20년 전이니 노년의료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지금보다 더 낮았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꼭 필요한 또 다른 전문 분야를 제가 앞서서 개척해 온 것 같아 뿌듯합니다. 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꽤 오랫동안 담당하고 있는데 제가 이 분들 건강 지키시는데 도움을 조금이나마 드린 것 같아서 참 기쁘고요.

Q. 현재 이뤄지고 있는 다른 진료과목과의 협업 연구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가장 최근의 예로 '심장판막치환술(TAVI)'이라고 수술을 하지 않고 대동막 판막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시술이 있는데요. 이 시술은 대부분 80대 이상 어르신들이 아무래도 많이 받으시게 되는데 그렇다보니 시술을 할 때 시술 자체보다는 '시술을 해도 되는지', '할 경우 부작용은 없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TAVI에 대해서는 심장 쪽 보시는 선생님들과 저희가 함께 연구도 하고 환자 치료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많습니다.

노년내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확대되게 되면 병원 외부와의 여러 협업연구도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 주십시오.

이 : 예. 기자님께서도 '9988234'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알고 계시듯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생을 마감하자' 입니다. 저희의 목표가 이 말에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급격하게 노년 시기가 늘어나긴 했지만 그것 자체가 축복은 아닙니다. 최대한 오랫동안 젊었을 때 누리던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과는 다른 개념의 의료적 접근과 개입이 필요합니다.

여러 병증을 동시에 앓고 있고 전체적인 신체기능이 떨어졌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찾아주십시오 소중한 일상을 오래도록 지켜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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